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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당신들이 주류다

이정재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J노믹스(문재인 경제학)’의 설계자 중 하나로 꼽힌다. J노믹스란 이름도 그가 지었다. 이 정부가 내세우는 네 바퀴 성장론이 그의 작품이요, J노믹스의 철학인 ‘소득 주도 성장’의 실천 방안도 그가 짜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스스로를 ‘비주류’로 자처했다. 그는 며칠 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패러다임이 변하면 주류와 비주류가 자리를 바꾸는 법”이라며 “현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엔 비주류가 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주류의 공격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주류란 무엇인가. 나는 ①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힘(권력) ②주인의식 ③다수를 주류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나 김현철은 이 세 가지를 다 갖췄다는 점에서 확실한 주류다. 말보다 행동이 보여 준다. 그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간부들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산업부가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백운규 장관도 참석한 자리였다. 경제보좌관은 부처를 직접 통제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 하물며 부처 장관을 부하들 앞에서 질책하는 일은 금기 중 금기다. 웬만한 주류 의식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디 그뿐이랴. 김현철은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인 금리 문제도 거론했다. 이달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기준금리가 지금과 같은 저금리, 1.25%인 상황은 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고자 무모한 통화정책을 쓰는 바람에 우리나라도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며 “문재인 정부는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장기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가 통화정책에 대해 ‘주문’을 한 셈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인데, 역시 웬만큼 투철한 주인의식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뼛속까지 주류인 경제보좌관이 왜 굳이 ‘비주류’를 자처할까. 나는 ‘비주류 코스프레’에 몇 가지 이득이 있다고 생각한다. ①면피가 쉽다. 김현철은 “(현 정부 경제정책은) 검증이 약하고 사례도 드물다”고 했다. 그러니 실패할 위험이 크며 실패해도 책임이 없다는 핑계로 들린다. 잘못되면 ‘주류’ 탓으로 돌리면 된다. 오죽 주류가 망쳐 놨으면 새 정부가 이런 전무후무한 ‘(소득 주도 성장 같은) 경제 교과서에도 없는 정책’을 내놓겠냐는 식이다. ②편 가르기가 쉽다. 주류=기득권=청산 대상이다. 이런 편 가르기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좌파가 쓰는 전형적 지지층 결집 수단이 됐다. 내 편이 많아지면 정치적 힘이 생긴다. 무리한 정책도 밀어붙일 수 있다. ③비주류=약자란 프레임을 통해 주류=강자를 공격할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이런 비주류 코스프레가 김현철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중앙·조선·동아일보 등 이른바 ‘주류 언론’엔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특정 매체군을 의도적으로 소홀히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사전에 약속해 놓고도 ‘주류 언론’만 뺐다. 의도적이 아니라면 설명이 어렵다. 달걀 파동이 일자 “지난 정부 잘못”이라고 말하고, 인사 비판엔 “지난 정부는 더했다”고 탓한다. 이런 게 몸에 밴 ‘비주류 의식’의 발로 아니면 뭔가. 고작 지난 정부가 이 정부의 벤치마크인가.
 
주류는 남 탓을 하지 않는다. 진짜 주류는 비주류를 안고 간다. 정권을 잡은 순간, 당신들이 주류다. 권력과 주인의식, 지지율 80%의 여론까지 받쳐주고 있다. 언제까지 ‘비주류’의 탈을 뒤집어쓰고 남 탓, 과거 탓만 할건가.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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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