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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00조 쏟아부었는데 … 출산율 1명도 위태위태

세 살 난 딸이 있는 회사원 신지희(32·여)씨는 둘째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갓 복직한 입장에서 출산으로 또다시 업무 공백을 갖는 게 두려워서다. 빠듯한 살림살이도 부담이다. 신씨는 “공무원인 남편과 맞벌이를 하지만 주택 대출이자와 교육비 등을 생각하면 둘째를 낳아 기를 자신이 없다”며 “자식 한 명에게 제대로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씨가 유별난 게 아니다. 가임기 여성(15~49세)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일컫는 합계출산율은 2분기에 0.26명이었다. 1년 단위로 단순 환산하면 1.04명이다. 신씨는 지극히 평균적인 대한민국 엄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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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출생아 수가 18만8500명이라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건 이 같은 세태의 반영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 명 선을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 출생아 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올해 출생아 수는 36만~37만 명 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럽게 인구 감소 시작 시점도 더욱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지난해 발표한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에서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을 2032년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출생아 수가 2020년까지 매년 40만명대를 유지한 뒤 2021년부터 반등한다는 ‘긍정적 전망’을 전제로 한 것이다. 통계청은 자체적으로는 출생아 수가 반등하지 않는 최악의 경우, 이보다 8년 이른 2024년부터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진단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최악의 가정’보다도 가혹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장래인구추계 산정에는 지난 5년의 인구변화가 가장 많이 반영된다”며 “43만명 선을 꾸준히 유지하는 등 비교적 준수했던 2013~2015년 연간 출생아 수는 반영됐지만 2017년 상반기 통계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정확한 시점을 확정할 순 없지만 이런 추세라면 인구 감소 시작 시점이 2024년 보다 앞당겨진다는 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이런 추세가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출생아 수를 늘리려면 혼인 건수가 늘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올 상반기(1~6월) 혼인 건수는 13만8000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000건(4.2%) 감소했다. 역시 상반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주요 출산 연령대인 30대 초반 여성 결혼 인구가 줄어든 것이 출생아 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저출산 해결을 위해 100조원을 쏟아붓고 무상보육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출생아 수 급감을 막지 못했다. 그만큼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란 얘기다.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현재 상황에서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겠다고 생각하는 건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일자리 문제, 주거 문제 등이 개선되고 아이 기르기에 좋은 환경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야 추세가 바뀔 텐데 그러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도 저출산 해결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100일 대국민 보고 자리에서 “일하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하는 것이 (저출산의) 근본적 해법”이라면서 일자리·저출산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내년 7월부터는 0~5세 아동에게 한 달에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아동수당과 육아휴직수당 확대, 남성 육아 휴직을 촉진하는 ‘아빠의 달’ 같은 정책만으론 결혼과 출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미흡하다”며 “저출산의 근본 원인인 주거 문제, 청년실업 문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지원과 장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5000만~7000만원 수준의 파격적인 출산지원금을 지원해 한 해 출생아 수를 50만 명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장기적으론 저출산 현상의 시발점인 2002년생이 결혼과 출산을 본격적으로 하는 2030년까지 청년 취업과 주거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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