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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의 미래 레인지로버 '벨라'…달릴 땐 '탄성' 멈추면 '탄식' 나오는 이유는

레인지로버 벨라

레인지로버 벨라

오감(五感)의 부조화, 탄성과 탄식의 교차. 레인지로버 벨라를 22일 만났다. 벨라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 사이의 중형 모델이다.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의 미래를 벨라에 걸었다고 강조해왔다. 어느 SUV보다도 벨라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잠원지구~인천 영종도를 왕복하는 137㎞ 구간을 시승했다. 주행하는 내내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뛰어난 주행감과 시각적 화려함은 더할 나위 없는 쾌감을 줬다. SUV의 미래라고 할 만 했다. 그러나 손끝에 느껴지는 인테리어 재질과 편하지 않은 편의사양, 좁은 실내 등은 벨라의 이미지를 깎아 먹었다. 
 
벨라는 도심형 SUV다. 레인지로버가 오프로드에서만 뛰어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스포츠 타입으로 개발됐다. 벨라(Velar)라는 이름은 '감추다', '장막'이라는 뜻의 라틴어 벨라(Velare)에서 따왔다. 1969년 레인지로버 프로토타입의 개발명이기도 하다.
 
장막을 벗은 벨라의 주행성능은 더할 나위 없이 탁월했다. 이날 시승에 사용한 차량은 3000cc 6기통 터보 디젤엔진을 채용한 D300. 벨라의 주력 모델이다. 300마력, 71.4 kgf·m의 토크를 낸다. 힘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도 ZF 8단 미션과 찰떡궁합이었다. ZF 미션은 반응이 빠르고 내구성이 높으며, 에너지 손실이 적어 스포츠카에 많이 사용하는 미션이다. 주행하는 동안 변속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으며, 1500~2000rpm에서 속도를 안정적으로 끌어올렸다. 힘을 짜내거나 일부러 낮추는 느낌은 없다.
 
벨라 후미등

벨라 후미등

벨라의 제로백은 6.5초. 가솔린 모델인 P380은 5.7초까지 나온다. 포르쉐 마칸S(6.3초)나 재규어 F-페이스(6.2초)와 비슷하다. 레인지로버가 온로드에서도 스포츠 브랜드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음을 입증한 셈이다. 주행 속도가 200㎞를 넘어도 엔진룸은 고요했고 차체 떨림은 없었다. 차체의 82%를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공차 중량이 2160 ㎏밖에 나가지 않는다. 높은 뒤틀림 강성을 확보한 점도 주행 성능을 끌어올린 데 일조했다. 벨라는 4륜 구동 차량이지만 일반 주행할 때는 뒷바퀴로만 달려 안정적인 주행감을 확보했다. 노면을 발뒤꿈치로 밀어내듯 차고 달리는 느낌이다.  
벨라 뒷좌석

벨라 뒷좌석

특히 짧은 오버행과 전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주는 핸들링은 다이내믹하다.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는대로 차량이 즉각 반응하는 느낌이다. 운전 재미가 쏠쏠하다. 뒷바퀴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일종인 인테그럴링크(에어)를 도입해 안정적인 승차감을 확보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차체가 수평으로 들렸다가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느낌이다.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제어할 제동 성능이 뛰어나다. 시승 중에 시속 200㎞에서 네 차례 급정거를 시도했다. 단 한번도 스티어링휠이 좌우로 흔들리거나 차체가 미끄러지지 않았다. 차 앞쪽이 땅 쪽으로 꺾이는 노우즈다운 현상도 거의 없었다. 잠수함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으로 제동이 걸렸다. 차를 아무리 거칠게 다뤄도 브레이크가 다 잡아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브레이크에 방열성이 좋은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를 사용해 잦은 브레이크 사용에도 제동 성능은 떨어지지 않았다.
벨라 뒷문

벨라 뒷문

디자인이 주는 시각적 충격도 적지 않다. 미래 지향적인 실내는 마치 벤츠 시리즈를 보는 듯 하다. 차체에 버튼이라고는 비상등 하나뿐이었다. 10인치 크기의 듀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안에 차량의 공조시스템 조절과 라디오·네비게이션 등을 모두 담았다. 또 레인지로버 특유의 원형 버튼을 벨라에서는 주행모드와 공조상태를 보여주는 기능으로 활용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실내에 많은 단층을 주고 서로 다른 재질을 사용해 입체감을 높이는 한편, 실내가 더 넓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도 노렸다. 랜드로버는 앞으로 이 디자인을 패밀리룩으로 레인지로버 전 모델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영리한 시도 하나하나에서 불편함이 묻어났다. 휠베이스는 2874㎜나 되고 실내가 넓어 보이지만 체감 실내 넓이는 국산 준준형 SUV 정도에 불과했다. 뒷좌석은 다리를 뻗고 앉을 수가 없었다. 키 180㎝의 기자가 앉았더니 앞좌석의 뒷면과 무릎 간에 공간이 없었다. 앞좌석 등받이를 조금만 뒤로 젖히면 뒷좌석에 앉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수석 레그룸도 좁다.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차량의 하단 부품을 지나치게 많이 올려 다리 놓을 공간이 확 줄었다. 조수석에 앉으면 왼쪽 다리를 벌리기 어렵다. 또 우레탄 재질의 내장재 사이사이에 낀 플라스틱 부품도 벨라의 고급감을 떨어뜨렸다.
 
외관 역시 미래 지향적이다. 곡선을 절제하고 직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튼튼하고 재빠르다는 이미지를 잘 살렸다. 뒷태는 오리궁둥이를 보는 듯 레인지로버 특유의 볼륨감을 잘 살렸다. 그러나 직선을 과도하게 사용한 나머지 뒷좌석 문 끝이 뾰족하다. 쇳날처럼 날카롭진 않지만 자칫 긁힐 수도 있는 수준이다. 후미등이 지나치게 작아 주간 주행시 뒷차가 방향 지시등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레인지로버 디자인의 고집이지만, 독일·일본 차와 같은 운전자 배려가 아쉽다.
 
중형 SUV 치고 가격은 비싸다. 9850만~1억4340만원. 3000㏄ 모델은 1억1530만원부터 시작한다. 벨라의 상위 모델인 BMW X5~X6나 벤츠 GLS를 구입할 수도 있는 가격이다. 포르쉐 마칸이나 F-페이스보다 3000만원가량 비싸다. 벨라를 구입하려면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과 레인지로버의 브랜드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고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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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