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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50종 정원용으로 개량 수출 ‘들꽃에 꽂힌 남자’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미스김 라일락’의 원산지는 한국이다. 미국의 한 식물학자가 1947년 북한산에 심어진 야생의 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를 채취해 원예종으로 개량했다. 한국 근무 당시 같은 사무실에 있던 여직원의 성을 따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나라에선 1970년대부터 로열티를 내고 이 꽃을 역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북미가 원산지인 여러해살이꽃 ‘코레옵시스’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국내에 처음 들어온 이 꽃은 국내 환경에 적응해 군락을 이뤘다.
박공영 우리꽃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코레우리 화분을 보여주고 있다. 북미가 원산지인 코레옵시스를 개량한 우리 꽃인데 색상이 다양해 유럽이나미국·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다. [최모란 기자]

박공영 우리꽃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코레우리 화분을 보여주고 있다. 북미가 원산지인 코레옵시스를 개량한 우리 꽃인데 색상이 다양해 유럽이나미국·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다. [최모란 기자]

 
우리꽃영농조합법인(우리씨드그룹)의 박공영(51) 대표는 이런 코레옵시스의 생명력에 주목했다. 이후 연구를 거듭해 노란색인 이 꽃을 주홍색·빨간색·흰색·분홍색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었다. 정원 바닥에 깔거나 화분에 넣어 키울 수 있도록 150㎝ 높이의 꽃줄기를 10㎝ 정도로 줄였다. 그리고 이 꽃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우리꽃’이라는 의미에서 ‘코레우리(코리아+우리꽃)’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꽃은 다양한 색상 덕에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다. 박 대표는 “코레우리는 해외 품종인 코레옵시스에서 나온 꽃이지만 북미에는 없는 국내 토종꽃인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꽃영농조합법인은 야생화를 개량해 정원용 품종으로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다. 코레우리를 비롯해 패랭이·나비꽃(가루라) 등 국내 야생화의 품종을 개량해 품종 보호권 등록을 마친 것만 120종이나 된다. 이 중 50개 품종은 2008년 일본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호주 등 각국으로 로열티를 받고 수출하고 있다.
 
그가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 건 민통선(민간인통제선) 지역에서 군 생활을 하던 1980년대 말이다. 인적이 드문 곳이다 보니 철마다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졌다. 어떤 식물인지 궁금해 뿌리를 캐서 모양을 살펴보기도 하고 관련 책도 들여다봤다. 한 번은 독초를 먹고 죽을 뻔 한 적도 있다.
 
서울 강동구청에 만들어진 벽면녹화 수직공원. 이것도 박 대표의 작품이다. [사진 우리꽃영농조합법인]

서울 강동구청에 만들어진 벽면녹화 수직공원. 이것도 박 대표의 작품이다. [사진 우리꽃영농조합법인]

박 대표는 “어릴 적 꿈이 ‘농민에 대한 시를 쓰는 시인’일 정도로 농업이나 식물 등에 관심이 많았다”며 “군 제대 후에는 야생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할 정도로 야생화에 푹 빠졌다”고 했다.
 
야생화 품종 연구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대학 졸업 후 국내 한 대형 종묘회사에서 근무하다 2000년 회사를 설립했다. 그가 개발한 야생화의 특징은 ‘오래 피어 있는 꽃’. 국내 야생화는 대부분 열흘 남짓 꽃을 피운다. 하지만 우리꽃영농조합법인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핀다.
 
해외에선 정원용 꽃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박 대표는 “정원문화가 발달한 유럽이나 일본에선 어떤 꽃을 심느냐도 중요하지만 정원 전체의 조화도 중요하게 여긴다”며 “장미꽃을 안개꽃으로 장식하는 것처럼 꽃송이가 작아 아기자기하고 은은한 매력이 있는 우리 야생화를 정원을 채우는 배경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생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조경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 남산1호터널 입구에 조성된 식물벽과 강동구 아동청소년미래본부의 수직정원, 광화문광장의 정원도 박 대표의 작품이다. 고향인 경남 산청군에 있는 생초국제조각공원에도 야생화를 심었다. 지난 4월 이 곳에선 ‘꽃잔디 축제’가 열렸는데 무려 5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고 한다.
 
박 대표는 “지중해나 아열대 지방 꽃처럼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우는 야생화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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