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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 왜 총수 자리 싫다고 할까

이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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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네이버의 국내 자산은 현재 약 4조8000억원으로 8월에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1일 ‘준 대기업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할 예정인데 네이버는 자산 5조~10조원 규모의 기업인 준 대기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비롯해 네이버 임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창업자는 지난 3월 14년 만에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유럽 진출과 해외 스타트업 발굴에 전력을 쏟고 있다. 국내 사업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에 줄곧 머물면서 공정위의 준 대기업 지정과 관련한 대책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네이버가 준 대기업으로 지정됐을 때 이 창업자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해야 하는지 여부다. 준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기업을 지배하는 동일인(총수)를 지목해서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 창업자를 동일인으로 보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네이버 자체가 동일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회사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동시에 친인척들의 사익 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도 부과된다.
 
최근 모범 기업으로 칭찬받는 오뚜기는 계열사 내 일감몰아주기와 상호 출자 등 소유 지배 구조가 뒤늦게 문제가 됐다. 그러나 오뚜기는 자산 규모가 1조5000억원 규모로 공정위의 규제 대상에서 비켜나 있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네이버 지분이 4%대에 불과하다”며 여타 대기업들처럼 오너 일가 친척들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10.61%)이고 외국계 자산운용사(에버딘·블랙록)가 2·3대 주주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러면서 네이버가 예로 드는 것은 법인 자체가 동일인으로 지정된 포스코와 KT 등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들이다. 이 창업자는 공정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이 지분율상 1대 주주가 아니고 주주들의 신임을 받은 전문 경영인이라는 점을 적극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창업자가 네이버 이사회 7명 중에서 유일하게 1% 이상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등 해외 투자자들과 주주들은 이 창업자를 실질적 오너로 여긴다. ‘영향력이 막강한만큼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도 많다.
 
22일 이 창업자가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블록딜을 시도해 지분을 줄인 것은 결국 본인이 네이버에서 기업 총수로서의 역할보다는 전문 경영인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이 창업자는 22일 네이버 주식 11만주를 주당 74만3990원, 총 818억3890만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이 창업자의 네이버 지분은 4.64%에서 4.31%로 줄어들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21일 이 문제에 대해 “해당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유 지분보다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보겠다는 것이다.
 
또다른 쟁점은 네이버의 기업 성격이다. 네이버는 포털 등 인터넷 사업으로 성장한 기업인만큼 신속한 경영 판단과 인수·합병(M&A)이 전통적인 대기업들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준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각종 규제가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네이버는 주장한다.
 
네이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에 피치를 올리는 중에 ‘재벌 총수’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될까 걱정”이라며 “이 창업자가 국내 경영에 발목이 붙잡히면 회사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포털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씨도 “정부가 이상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네이버를 과감하게 총수 지정을 하지않음으로써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네이버를 지지하기도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상법상 존재하지 않는 ‘동일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기업들은 200가지 이상의 규제 덫에 빠져있다”며 “규제 패러다임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네이버 주가는 전일 대비 0.78% 오른 77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적이나 기업 전망에 비해 네이버 주가는 최근 저평가되고 있는데 준 대기업 지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히기 전까지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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