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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통장 개설…카뱅은 로또, 은행은 미로

 [란란 기자의 프로불편러] 비대면 마통 개설, 이거 나만 불편해?
 
 ‘프로불편러(pro+불편+er)=사이버 공간에서 ‘불편하다’는 말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표현이 “이거 나만 불편한가요?”다. 형식적으로는 상대방에게 묻는 것 같지만, “이거 문제 있으니 함께 비판해줘”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국민 포털(?) 네이버 사전에 등장하는 프로불편러의 정의다. 명색이 중앙일간지 경제부, 게다가 금융팀 기자인데 이 땅에서 금융 생활하는데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이거 나만 불편해?”란 화두를 시리즈로 던진다. 또 다른 프로불편러 한애란 기자와 함께 연재한다.

 
 이번에도 ‘카뱅’(카카오뱅크)이다. 한애란 기자가 쓴 프로불편러 1탄 <‘금리 쇼핑’ 막는 계좌개설 한 달 1건 규제>도 발단은 카뱅이었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사진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사진 카카오뱅크]

 
 팟캐스트를 듣는데 모 방송사 기자가 자신이 카뱅 마이너스통장(마통) 만든 얘기를 꺼냈다. 금리와 한도를 보고 좌절했다고.
 
 카뱅 마통은 최저 연 2.83%(23일 현재, 약간 달라진다)의 금리로 최대 1억5000만원 한도까지 개설해 준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인터넷에는 서로 저금리에 마통을 열었다고 자랑하는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다. 금리가 낮을수록, 한도가 많을수록 그 사람은 좋은 직장에 다니고 높은 연봉을 받을 확률이 높다. 그만큼 ‘나 잘 나가요’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그 방송사 기자의 마통 금리는 5%대 초반이었다고 했다. 한도도 얼마 안 나왔고.
 
 본인도 충격이었겠지만 듣는 나도 충격을 받았다. 방송사라면 그래도 신문사보다는 사정이 낫다. 게다가 그곳은 업계에서는 최고 연봉을 준다고 소문난 곳!
 
 그 기자의 입사 연도를 찾아보니 대략 5년 안팎인 듯.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5% 금리가 나왔을 거라고 위안하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럼 나는 몇 %?’
 
 카뱅 계좌는 이미 만들어뒀다. 당장 마이너스통장을 신청했다. 신청 첫 화면에 사람을 홀리는 그 문구, ‘최대 1.5억원, 최저 2.83%’가 눈길을 끌었다.
자료: 카카오뱅크

자료: 카카오뱅크

 
 신청하기를 눌렀는데 돌아오는 답은 이렇다.
 
 “현재 대출 신청자가 너무 많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
 대출가능시간은 06~23시이며, 대출한도와 금리는 고객센터 상담이 불가합니다.” 
자료: 카카오뱅크

자료: 카카오뱅크

 
 이전 기사가 떠올랐다. 영업 첫날엔 신청자가 폭주해 신용평가기관 서버까지 마비, 다른 은행들 대출 업무에도 영향을 줬다고. 첫 번째 마통 개설을 시도한 날이 지난 10일이다. 7월 27일에 카뱅이 영업을 시작했으니, 아직까지도 신청자가 많아 개설이 안 되나 보다 했다.
 
 이후 생각날 떄마다 개설을 시도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한결 같았다. 오기가 생겼다. 대출가능 시간이 오전 6시부터이니 아침 눈 뜨자마자 대출 신청을 눌렀다. 불가. 가능시간 직전인 밤 10시 50분 정도에도 눌러 봤다. 불가. 주말에도 생각날 때 눌러봤다. 역시 불가.
 
 도대체 무슨 접속자가 그렇게 많길래 이런가. 평균 소요시간 5분이라고 하는데, 카뱅의 5분은 인간계의 5분과 이리 다르단 말인가. 게다가 대출과 관련해서는 아예 고객 센터에 전화도 하지 말란다. 카뱅 마통 개설은 로또 당첨보다 어렵단 말인가.
 
 마통 개설에 지쳐 이번엔 다른 대출인 ‘비상금 대출’을 신청해 봤다. 300만원 한도 내에서, 최저 연 3.43%로, 평균 60초면 대출이 된다고 했다. 
자료: 카카오뱅크

자료: 카카오뱅크

 

 신청을 눌렀는데 이번엔 됐다. 몇 가지 동의 절차를 거치니 30초도 안 돼 대출 금액(비상금 충전금액)과 금리가 나왔다. 300만원, 3.428%. 최고 수준이다.
 
 내친김에 또다른 대출 상품인 신용대출을 눌렀다. 마통과 마찬가지로 먹통이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물었다. 주변에 카뱅 마통 만든 사람 있냐고. 자기랑 직급이 같은 동료가 카뱅 영업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만들었는데 금리가 3.05%, 한도는 4000만원 나왔다고 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좌절했다. 금리 3%! 역시 대기업에 들어 갔어야 하나(남편 회사는 4대 그룹 계열사다). 게다가 마통 개설 성공. 그것도 트래픽이 더 몰릴 법한 영업 초기인데도 성공했다.
 
 이쯤되면 음모론이 나올 만하다. 영업 초기 카뱅의 고객 서비스에 대해 지적질을 했더니 이를 우려한 인공지능(AI)이 직업이 기자이면 자동으로 마통과 신용대출을 막아놓은 것 아닐까.
 
 카뱅 홍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의 설명은 한결 같다(자동응답기를 틀어둔 듯, 모든 기사에 똑같은 설명이 나와 있었다!).
 
 “대출 트래픽이 유관 기관들의 처리 용량을 넘어서고 있어서요. 카뱅과 대외 유관기관들이 시스템을 증설해 대응하고 있는데 아직은 문제가 있네요.”
 
 고객이 대출을 신청하면 나이스평가정보 등과 같은 신용조회회사(CB)에서 신용정보를 받아오는데 이 과정에서 CB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나중에 나이스평가정보에 확인해 보니 그쪽에서는 “다른 은행들의 대출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CB사 문제가 아니라 카뱅이 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출 신청이 가능한 라인(?)을 적게 열어둔 거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래도 수십번 시도했는데 한 번도 성공 못한 게 이상했다. 공표를 안 했다 뿐이지, 사실 대출 중단된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담당자는 절대 아니란다.
 
 “대출 금액은 꾸준히 늘고 있어요. 마통 여는 게 로또라는 말이 나와서 저도 시도를 여러 번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지난 주말 들어가니 한 번 돼서 깜짝 놀랐어요. 되긴 되더라고요.”
자료: 카카오뱅크

자료: 카카오뱅크

 
 아, 지난 주말엔 바빠서 시도를 2~3번 밖에 못 한 것 같은데. 주말에 더 해 봤어야 되는 거였다.
 
 무슨 마통 개설이 로또 당첨에 맞먹나. 이거 나만 불편한가.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트래픽 문제면 정말 문제 아닌가.
 
 담당자는 한 가지 가설을 덧붙인다.
 
 “마통 개설이 워낙 간단하다보니 실제 마통을 쓰려고 신청하는 분들보다 자기 금리와 한도가 얼마 나오는지 궁금해서 신청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분명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긴 하다(나도 그랬다). 기존 은행에서 마통 금리를 알아보려면 직접 창구에서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귀찮다. 그런데 카뱅은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할 정보, ‘금리와 한도’를 제일 처음 보여준다.
 
 카뱅 컨설팅을 담당한 김영석 언스트앤영 파트너는 카뱅의 돌풍 이유로 “기존 은행은 은행이 보여 주고 싶은 걸 보여주는데 반해 카뱅은 고객이 보고 싶은 걸 보여 준다”며 “대출에서 고객이 가장 궁금한 게 금리와 한도인데 은행에서는 모든 절차가 다 끝난 후에야 금리와 한도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런데 좋으면 뭐하나. 아예 만들 수가 없는데.
 
 이번엔 기존 거래 은행의 인터넷 뱅킹으로 마통을 열어보기로 했다. 대출 항목을 클릭했는데 무슨 대출이 이렇게 많은가. 마통은 당연히 신용대출이니 신용대출을 열심히 들여다봤다. 그런데 어디로 들어가여 마통 개설이 가능한지 찾을 수가 없다. 
자료: KB국민은행

자료: KB국민은행

  
 다시 보니 ‘인터넷 대출 신청’이라는 항목이 있다. ‘My대출가능사전조회’를 눌렀는데 현재 가능한 대출은 ‘급여이체신용대출’이다. ‘대출신청가능’ 버튼을 눌렀더니 바로 인터넷신청을 하거나 상담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금리와 한도를 알 수는 없다.  
 
 원하는 건 마통. 상품 검색에서 검색어로 ‘마이너스’를 넣었는데 그런 상품은 없단다.
 
 그렇게 인터넷 뱅킹 사이트를 배회하다 1층 은행 지점으로 직접 갔다. 대기표 뽑고 정확히 5분만에 차례가 왔다(시내라 그런지 은행에 손님 자체가 별로 없었다). (같은 건물에 있는) 중앙일보 직원은 특별 금리로 마통 개설이 가능하단다.
 
 상담은 정확히 3분 걸렸다. 원래 금리는 4.6% 수준인데 급여이체,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우대금리 받으면 최저 3.92%에 현재 연봉 정도의 한도로 마통 개설이 가능하단다. 재직증명서ㆍ원천징수영수증ㆍ신분증을 들고 와 대출 신청서를 작성하면 하루나 이틀 뒤엔 마통이 개설 된단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려는데 안 돼서 내려왔다고 하니, 그 은행원이 의아해 한다. “마통 인터넷으로도 신청되는데요? 그런데 뭐 인터넷으로 하세요. 불편하게. 그냥 창구 오세요.”
 
 자기네 인터넷 뱅킹이 불편한 걸 알긴 아는구나!
 
 회사로 돌아와 앞서 인터넷 대출이 가능하다는 상품을 클릭해서 내용을 꼼꼼히 보니,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대출기간: 일시상환(종합통장자동대출 포함): 1년(최장 10년 이내 기한연장 가능)’.  
자료: KB국민은행

자료: KB국민은행

  
 여기 숨어 있었던 ‘종합통장자동대출’이 마통이었던 거다(또 다른 은행은 '통장대출'이라고 숨겨 놨다). 마통도 한도만 열어 둔 신용대출이긴 하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은 마통을 ‘마통’으로 안다. 이렇게 은행원들끼리 아는 말로 써 놓으면 이걸 누가 마통으로 알겠나.
 
 은행 지점 안 가고 마통 개설하는 것, 카뱅은 로또고 은행은 미로였다.  
 
고란 기자 neoran@joonagang.co.kr
 
 ps. 최근 은행들이 카뱅을 따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바꾼다는데, 최근 KB국민은행도 앱 디자인을 바꿨다. 그런데 뭐랄까...카뱅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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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