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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5주년]사드로 깨진 25년 ‘거품 로맨스’...냉정한 현실 인식하는 '축복'으로

 #지난 2014년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첫 방한은 성공적이었다. 한·중 정상회담 직후 4330자에 이르는 한·중 공동성명과 부속서를 채택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시주석은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가깝다”며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이 바랐던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명시적 경고는 성명에 활자로 박히지 않았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는 부속서에만 간단히 언급되는 데 그쳤다.  
 
#시 주석의 방한 직후 한·중 정상회담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양국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중국 학자들이 아쉬운 점들을 지적한 한국 언론 보도를 언급하더니 갑자기 해당 신문을 테이블에 던졌다고 한다. “시 주석 부부가 북한보다도 먼저 한국을 찾아 여러 성의를 보였는데 어떻게 한국 언론이 이런 비판을 할 수 있는가.” 중국 학자의 일갈에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2014년 7월 국빈 방한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7월 국빈 방한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 [청와대사진기자단]

그 간 한·중 관계에 있어 성공이란 실제로는 ‘이견을 얼마나 잘 감추는가’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관계는 선린우호 관계(김영삼 정부)→협력 동반자 관계(김대중 정부)→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노무현 정부)→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이명박 정부)로 발전해 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더 이상의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어 ‘관계의 내실화’라는 표현을 썼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수식어에 집착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는 이런 현란한 관계 규정이 모두 허상에 불과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전문가 25명이 한국 정부별로 한·중 관계를 0~10점 척도(0점=최악, 10점=최고)로 평가한 결과 김영삼 정부 6.6점, 김대중 정부 7.3점, 노무현 정부 7.6점이었다. 보통 이상의 좋은 관계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선 5.8점, 박근혜 정부에서는 5.4점으로 낮아졌다.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양국은 그간 밝은 면만 강조하고 어두운 면을 간과해왔다. 양국 정상이 만난 횟수나 양국 교역액 및 교류 증가 추세 등은 밝은 면이었지만, 북핵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나 재중 탈북자 문제 등은 어두운 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은 “한·중이 갈등하는 요인이 표면적으로는 사드 문제이지만, 사실 본질은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 차”라며 “중국의 국가 정체성이 강대국형으로 변하면서 미·중 간 갈등은 심해졌고, 이는 과거 미국-소련 관계에서처럼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제압하기도 어려운 구도”라고 분석했다.
 
양국이 서로에게 갖고 있던 ‘기대치의 차이’도 사드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사드 결정으로 치달은 것은 중국에게 ‘왜 미국처럼 똑같이 해주지 않느냐’는 투정을 부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시 주석이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와 상관 없이 중국에게 있어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중 관계는 열 여덟 살 불같은 사랑을 하다가 결혼할 생각을 하니 서로의 처지가 너무 다른 것을 깨닫게 된 거품의 로맨스 같은 관계”라며 “사드는 그런 거품이 터지는 계기가 됐을 뿐”이라고 비유했다.
 
 
전문가들은 한ㆍ중관계의 냉정한 현실을 인식하고 '신창타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구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지 모른다. [중앙포토]

전문가들은 한ㆍ중관계의 냉정한 현실을 인식하고 '신창타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구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지 모른다. [중앙포토]

 향후 한·중 관계의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에 대한 환상에 빠졌다가 사드 문제로 민낯을 보게 된 것은 오히려 중국이 우리와 얼마나 같이 갈 수 있는 파트너인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시점상으로 한국이 경제적·외교적으로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 사드 문제는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다”며 “이제 ‘한국이 미·일동맹에만 충실한 일본과 달리 중국을 배려했다고 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도, 중국에게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교 25주년 기념일을 계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중 구상도 틀어졌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다음 한·중 정상회담이 언제쯤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전문가 23명 중 가장 많은 10명이 “연내 개최가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연말 쯤 가능할 것이란 응답자는 6명이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사드 문제를 둘러싼 한ㆍ중 간 갈등이 조기에 수습될 가능성이 작아 보이고, 중국으로선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기 위해 정상간 상호 방문을 미룰 소지가 있다”며 “정상회담이 늦어져도 대범하게 받아들이고 실무 접촉면만 유지하면 된다. 국익을 제쳐두고 정상회담을 잡는 데 급급해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강 부원장은 “미-중-일-러라는 통상의 방문 순서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의 외교 일정을 감안해 잡으면 된다. 우리 대통령이 급히 방중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신호로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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