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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민방공 대피훈련 현장 6곳 가보니… 통제 안 따르고 막무가내로 운전, 북 미사일 위기 속 국민 안보의식 민낯 드러나

23일 오후 2시 전국에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됐다. 20분간 진행된 훈련에서는 시민들의 ‘안일한 안보의식’과 관계 당국의 ‘부실한 준비’가 그대로 드러났다.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10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방죽네거리에서 시민들이 통제를 따르지 않고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10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방죽네거리에서 시민들이 통제를 따르지 않고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국 곳곳에서는 많은 시민이 통제에 따르지 않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 운전자는 경찰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그대로 운행했다. 일부 시민들은 “왜 못 가게 하느냐”며 통제 요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서울과 대전·화성·대구·울산·전주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민방공 훈련을 직접 지켜봤다.
민방공 대피훈련이 전국적으로 실시된 23일 오후 2시8분.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기흥컨트리클럽에서 골퍼들이 훈련과는 상관 없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이날 기흥CC에서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다. 화성=김민욱 기자

민방공 대피훈련이 전국적으로 실시된 23일 오후 2시8분.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기흥컨트리클럽에서 골퍼들이 훈련과는 상관 없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이날 기흥CC에서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다. 화성=김민욱 기자

 
◇화성(기흥CC)=“딱” “그렇지!” 23일 오후 2시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기흥컨트리클럽(CC) 1번 홀. 선크림으로 얼굴을 허옇게 칠한 50대 후반~60대 초반의 남성들이 민방공 대피훈련에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를 즐겼다.
 
민방공 대피훈련은 적의 미사일 발사나 전투기 출현 등 공습상황을 가정한 훈련이지만 기흥CC에서는 사이렌도 들리지 않았다. 만일의 사태 때 적의 무인기 등이 침투할 수 있는 함봉산(306m)도 있지만, 훈련 안내방송은 물론 사이렌도 울리지 않은 것이다.
 
골퍼들은 민방공 훈련이 진행된 20분 동안 거리낌 없이 안내원의 진행에 따라 경기를 했다. 공습경보 발령 시 도보 이동,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된다. 대피유도원의 안내에 따라 시민들은 가까운 지하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골프장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기흥컨트리클럽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들. 화성=김민욱 기자

전국적으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기흥컨트리클럽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들. 화성=김민욱 기자

 
이날 민방공 훈련은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등으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이뤄졌지만 이곳에서는 ‘딴 나라’ 훈련 상황이었다.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대피소를 알려주는 디딤돌 앱도 이곳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대피장소가 표시되지 않았다.
 
◇울산(127번 시내버스 동승)=오후 2시 울산 남구 달동 사거리 좌회전 신호를 앞둔 127번 시내버스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주춤했다. 사이렌이 울리자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은 통제 요원 2명이 건너편에서 차량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호가 바뀌자 일부 차량들은 통제를 무시하고 움직였다.
 
한 버스 승객은 “어, 다 움직이네”라며 손가락으로 차들을 가리켰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시민 4~5명이 기사의 만류에도 버스에 올라탔다. 차량은 3분이 지나서야 완전히 멈췄다. 길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대피훈련 매뉴얼에 따르면 달리는 버스는 차를 멈추고 승객들은 라디오 재난 방송을 청취해야 한다.
 
라디오에서 공습경보와 재난방송이 흘러나왔지만 40여 명 승객들의 목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승객들은 이날 민방공 훈련이 있는 걸 알고 있는 듯 큰 동요 없이 스마트폰을 보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이어갔다.
민방공 대피훈련으로 이동이 통제된 23일 오후 2시. 울산에서는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부 시민들이 훈련 중 거리를돌아다녔다. 울산=최은경 기자

민방공 대피훈련으로 이동이 통제된 23일 오후 2시. 울산에서는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부 시민들이 훈련 중 거리를돌아다녔다. 울산=최은경 기자

 
대학생 김노경(20)씨는 “대피 훈련이라고 하지만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버스기사 A씨는 “원래 사거리마다 경찰이 통제하는데 오늘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경찰 181명이 민방위 훈련에 동원됐다.
 
2시20분 시내 중심가인 삼산동 터미널네거리. 이곳에서 만난 한 주차요원은 “2시가 지나도 사람들이 계속 지나다녔다”며 “민방위복을 입은 사람들 5~6명이 2시에 와서 20분뒤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대전(이마트 둔산점·방죽네거리)=오후 1시55분 대전시 서구 이마트 둔산점. 안전요원이 유도봉을 들고 정문 입구를 지켰다. 민방공 훈련이 시작되면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2시 정각.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건물 내부에서는 “민방공 대피훈련이 시작됐다. 고객들은 외부로 나가지 말고 건물 안에서 기다려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 대전시 서구 정부청사역네거리에서 교통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 대전시 서구 정부청사역네거리에서 교통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막무가내로 밖으로 나갔다. “15분만 기다리면 된다”는 요원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한 20대 중반 여성은 “지금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안전팀장의 말을 듣자 고개를 돌려 쏘아본 뒤 그대로 건물 밖으로 나갔다.
 
이마트 둔산점 앞 방죽네거리는 난리법석이었다. 5분간 이뤄지는 차량 통제에도 승용차 수십여 대가 경찰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질주했다. 호루라기를 불고 통제봉을 흔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창문을 열고 “날도 더운데 이런 걸 왜 하느냐”고 짜증을 냈다.
 
방죽네거리 건널목에서는 둔산2동사무소 직원들이 통제에 나섰지만 헛수고였다. 보행자 신호가 켜지자 너나 할 것 없이 그대로 길을 건넜다. 2시15분 경계태세가 발령되기 전에는 밖으로 다녀서는 안 된다.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 대전시 서구 방죽네거리에서 한 택시가 경찰의 교통통제를 따르지 않고 그대로 주행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 대전시 서구 방죽네거리에서 한 택시가 경찰의 교통통제를 따르지 않고 그대로 주행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둔산2동사무소 직원은 “통제를 나올 때마다 혹시나 물리적 충돌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마트 안에서 이를 지켜본 한 50대 여성은 “저 사람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실제상황이라면 저럴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전주(전북대)=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 중앙도서관. 북한의 공습을 가정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도서관에 있던 대학생 대부분은 잠시 두리번거릴 뿐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아예 사이렌 소리가 왜 나는지 모르는 학생이 많았다.
23일 오후 2시 전북대 중앙도서관 내부 모습. 북한 공습을 가정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지만 학생 대부분은 공부를 하거나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김준희 기자

23일 오후 2시 전북대 중앙도서관 내부 모습. 북한 공습을 가정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지만 학생 대부분은 공부를 하거나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김준희 기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김모(23·여)씨는 기자에게 되레 “이게 무슨 소리냐. 무슨 일 났냐”고 되물었다. 민방공 대피 훈련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다 보니 학생들은 비상 시 대피 요령도 몰랐다. 예비역이라는 이모(26)씨는 “학부 4년간 민방공 대피훈련이라고 해서 건물 밖으로 대피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학교 안에 대피소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학생이 2만여 명인 전북대는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몸을 숨길 수 있는 공식 대피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만든 재난안전정보 포털 앱 ‘안전디딤돌’로 검색해 보니 전북대 반경 500m 안에는 민방공 대피소로 지정된 장소가 한 군데도 없었다.
 
대학 주변 1㎞로 범위를 넓힌 뒤에야 덕진지하보도와 전북은행본점·전북대병원 등 3곳만이 대피소로 검색됐다. 전북 지역 거점 국립대가 민방공 훈련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전북 도내 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국적으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시 전북대 중앙도서관에서학생들이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김준희 기자

전국적으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시 전북대 중앙도서관에서학생들이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김준희 기자

 
전북도 도민안전실 관계자는 “(민방공 훈련 때) 초·중·고교까지는 인근 대피소나 운동장 등 밖으로 대피하라고 하는데 대학과는 아직까지 (훈련에 대한) 협의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중부소방서 소방차 동승)=오후 2시5분. 라디오에서 “지금부터 차량 통제를 해제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민방공 대피훈련에 의한 5분간의 도로 차량통제가 끝이 났다.
 
이어 소방차 6대와 소방지휘본부 차량 1대가 대구중부소방서를 출발했다. 소방차가 사이렌을 켜고 이동하면 차량들이 도로교통법에 따라 길을 양보하는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훈련은 대구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에서 봉산육거리, 건들바위네거리를 거쳐 소방서로 돌아오는 6㎞의 거리에서 이뤄졌다.
23일 오후 2시10분 대구시 중구 명덕네거리.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에 참가한 대구중부소방서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진입했지만일부 승용차가길을 터주지 않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23일 오후 2시10분 대구시 중구 명덕네거리.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에 참가한 대구중부소방서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진입했지만일부 승용차가길을 터주지 않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명덕네거리 앞에 서자 빨간불이 켜지며 3차선 도로가 막혔다. 하지만 이른바 ‘모세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선두에 선 지휘차량이 도로교통법에 따라 “우측으로 비켜주세요”라고 두 번정도 외치자 그제서야 차들은 길을 터주었다. 심지어 소방차 앞을 끼어드는 차량도 볼 수 있었다.
 
소방차를 운전한 최영준 소방장은 “예전보다는 시민의식이 좋아졌지만 차들이 먼저 길을 터주진 않는다”며 “무리하게 가려다가 사고가 나면 또 그 시간만큼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지연돼 아쉽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에는 ‘소방차·구급차 등 긴급자동차가 접근할 때 도로 우측 또는 좌측으로 이동해 양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긴급자동차를 확인하고도 양보하지 않은 차량은 2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소방법에 따라서는 5년 이하의 징역에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도 받을 수 있다.
 
훈련을 지휘한 중부소방서 전종철 작전안전팀장은 “실제 사고현장으로 출동하기 바빠 위반 차량을 발견해도 처리가 쉽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며 “긴급차량을 발견하면 일시 정지하던지 비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방공 대피 훈련이 23일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이날 2시4분쯤 서울 서소문 인근에서 시민들이 대피하지 않고 거리를 걷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방공 대피 훈련이 23일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이날 2시4분쯤 서울 서소문 인근에서 시민들이 대피하지 않고 거리를 걷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서울(광화문 정부서울청사)=오후 2시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정부서울청사 사무실과 복도의 불이 꺼졌다. 청사 직원들은 비상 계단을 통해 지하 1~3층으로 대피했다. 일부 직원은 지하로 대피하지 않고 사무실에 남아 있기도 했다. 지하 1~3층에 모인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는거나 휴대전화를 봤다. 긴장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같은 시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에서 열린 훈련에 직접 참가했다. TV중계를 통해 공습경보 발령 후 김 장관이 대피소로 뛰지 않고 천천히 걷는 모습이 비취지면서 “뛰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실시된 훈련의 주무부처 장관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나이드신 주민과 함께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재오 대전대 안전방재학부 교수는 “대다수 시민이 본인의 일이 아니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와 관계당국은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국민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화성·울산·전주·대구=신진호·김민욱·최은경·김준희·백경서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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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