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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커의장을 송어낚시로 유혹한 잭슨홀 미팅...양적완화 펀치볼 치울까.

 
[하현옥의 금융 산책] 신탁(神託)의 시간이 다가온다

24~26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서 열려
세계 중앙은행장ㆍ경제학자 참석
미국ㆍ유럽 통화정책 가늠할 풍향계

폴 볼커 Fed의장 참석하며 세계적 이벤트로
벤 버냉키, 잭슨홀서 세 차례 양적완화 시사
드라기, 양적완화 종료 발언 여부에 촉각

폴 볼커 전 미국 Fed 의장.

폴 볼커 전 미국 Fed 의장.

 
 미국 와이오밍주 그랜드 티턴(Teton) 국립공원의 잭슨홀(Jackson Hole). 매년 8월 말 이곳에서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가 세계금융시장에 전하는 복음이 전파된다. ‘세계 중앙은행 총재 연찬회’라고 할 수 있는 잭슨홀 미팅이 열리기 때문이다. 

 
은둔했던 중앙은행 총재들이 무대에 서는 이 자리는 세계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신탁의 공간이다. 세계금융시장이 숨죽여 이곳을 지켜보는 이유다. 올해 신탁은 24~26일(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참석한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경제학자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중앙은행의 통화와 경제 정책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잭슨홀 미팅의 공식 명칭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티턴산을 배경 삼아 잭슨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오두막에서 매년 치열한 경제 토론이 벌어진다.
 
 잭슨홀은 와이오밍주의 티턴 국립공원에 있는 계곡이다. 티턴산과 빙하호수를 품고 있다. 지형이 움푹 파여 구멍 같은 느낌을 줘서 잭슨홀(hole)로 불린다. 록펠러가 사들여 원시 상태로 그대로 보존하는 조건으로 기부한 곳이다.
 이처럼 한적한 휴양지를 세계 경제의 핫플레이스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은 폴 볼커 전 Fed 의장이다. 
2016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경제정책심포지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왼쪽) 총재와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2016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경제정책심포지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왼쪽) 총재와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1978년 캔자스시티 Fed는 농업문제를 다루는 지역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심포지엄은 매년 캔자스시티나 덴버 등에서 열렸다. 별로 특별할 게 지역 Fed 행사였다. 
캔자스시티 Fed는 흥행을 위한 카드가 필요했다. 이때 떠오른 인물이 당시 Fed 의장인 폴 볼커였다.
 
 82년 당시만해도 볼커는 미친 듯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고금리 정책을 펼쳤다. 81년 미국의 기준금리는 20%를 넘었다. 수많은 사람이 빚더미에 오르고 일자리를 잃었다. 사회적 저항은 거셌다. ‘인플레 파이터’ 볼커와 고금리 정책에 반대하는 경제학자가 치열한 논리 싸움을 한다면 흥행은 따논 당상이었다. 

 
문제는 볼커 의장이었다. 그가 참석을 꺼렸다. 이 때 캔자스시티 Fed가 고안한 아이디어가 송어 낚시다. 볼커 의장은 송어 낚시광이었다. 그를 심포지움에 참석시키기 위해 캔자스시티 Fed는 행사 장소를 송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잭슨홀로 바꿨다. 볼커의 등장으로 잭슨홀 미팅은 세계 경제의 주요 이벤트가 됐다.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학자가 모여 통화와 경제 정책을 논의하는 잭슨홀 미팅이 열리는 미국 와이오밍주 티턴국립공원 내의 잭슨홀. 사진은 만년설을 이고 있는 티턴산의 모습. [AP=연합뉴스]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학자가 모여 통화와 경제 정책을 논의하는 잭슨홀 미팅이 열리는 미국 와이오밍주 티턴국립공원 내의 잭슨홀. 사진은 만년설을 이고 있는 티턴산의 모습. [AP=연합뉴스]

 
잭슨홀 미팅의 역사를 정리한 보고서 ‘8월 말에(In Late August)’에서 캔자스시티 Fed는  “(82년 행사는) 볼커에게는 매우 어려운 자리였지만 그 덕분에 살아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중앙은행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이후 잭슨홀은 통화 정책의 신전이 됐다.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Fed와 ECB의 수장이 잭슨홀에서 통화 정책의 방향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잭슨홀에서 세 차례의 양적완화(QE) 방침을 밝혔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기 위기가 발생한 2007년 버냉키는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한 뒤 이듬해 전격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섰다. 2010년과 2012년 미팅에서도 양적완화 계획을 시사하며 세계 금융시장을 진정시켰다.
 
 ‘통화 정책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잭슨홀을 이용한 것은 버냉키만이 아니다. 3년 전인 2014년 드라기 ECB 총재도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을 막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통화 완화 정책을 예고한 것이다. 이듬해 대규모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로 재정 위기에 시달리던 유로존 경제 구하기에 나섰다.
 
 잭슨홀 미팅을 지켜보는 올해의 관심사는 “양적완화 잔치는 끝났다”는 중앙은행 총재의 신탁이 나올지 여부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금융위기 당시 소방수 역할을 담당했던 중앙은행은 ‘펀치볼(punch bowlㆍ칵테일 음료를 담은 큰 그릇)’을 치울 적당한 타이밍을 재고 있다. 윌리엄 마틴 전 Fed 의장은 “중앙은행은 파티가 한창일 때 펀치볼을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당시 세계 경제를 구하기 위해 각국이 통화 공급의 수도꼭지를 푼 뒤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가 이어졌다. 수익성을 찾아 떠도는 자금은 신흥국 시장으로 유입됐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자산)도 급격하게 팽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유럽ㆍ일본ㆍ영국ㆍ스위스ㆍ스웨덴 등 6개 주요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이 15조 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 자산을 사고 돈을 푼 결과 현재 보유 자산이 금융위기 발행 이전의 4배 규모로 늘었다. 
 
ECB의 자산 규모(4조9000억 달러)가 가장 많이 부풀었다. 이 중 2조 달러 가량은 유로존 국채다. 일본은행 자산은 4조5300억 달러, Fed의 자산은 4조4700억 달러나 됐다. FT는 “중앙은행이 지난 10년 동안 펼쳤던 이례적 규모의 부양책이 얼마나 막대한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경기 부양을 위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중앙은행이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 첫 번째 중요한 길목이 이번 잭슨홀 미팅이 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잭슨홀 미팅은 중앙은행이 저금리라는 중독 물질을 끊을 수 있음을 시장에 납득시키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은 드라기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유로존판 잭슨홀 미팅’인 ‘ECB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유로존의 경제 지표가 경제 회복을 알리고 있다. 디플레이션 세력이 약해진 대신 리플레이션(통화재팽창)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유로존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여겨져서다. 이후 유로화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출렁였다. 때문에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드라기가 긴축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적완화 되감기’라는 전례없는 실험을 앞둔 시장은 불안한 마음으로 티턴산 자락에 자리한 오두막을 지켜볼 것이다. 데이비드 베셀 브루킹스 연구소 허친스센터 재정통화정책 디렉터는 FT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 ‘긴축 발작(taper tantrum)’에 세게 데인 중앙은행이 매우 불안해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통화 완화 정책을 거둬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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