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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피해 유족, 범인에게 무거운 책임 지우려 5억 소송내 이겼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현장 검증 중인 범인(왼쪽)과 강남역 주변 피해자 넋 위로하는 추모글(오른쪽)[중앙포토]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현장 검증 중인 범인(왼쪽)과 강남역 주변 피해자 넋 위로하는 추모글(오른쪽)[중앙포토]

화장실서 마주친 일면식도 없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의 희생자 부모가 중형이 예고된 범인에게 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우려 5억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희생자 A씨(당시 22·여) 부모의 소송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성남출장소장 김덕화 변호사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씨 부모들이 (범인 김모(35)의 현 경제 상황에서 승소해도) 배상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이대로 (김씨가) 형사처분만 받고 모든 책임을 면하는 것에 억울해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A씨 부모는 지난 4월 7일 공단 성남출장소를 처음 찾았다. 방문 당시 이들 부부는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고 한다.
지난 5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5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중앙포토]

 
법률 지원 요청 과정에서 A씨 부모는 김씨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사건 이후 경찰의 브리핑 등을 통해 김씨의 불우한 가정환경과 서울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노숙했다는 생활 환경이 드러난 바 있다. 또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A씨 부모는 이런 단편적 정보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해도 배상액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목숨과도 바꿀 수 없던 소중한 ‘딸’을 앗아간 김씨에게 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우려 소 제기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의 경제환경 역시 여유로운 편은 아니라고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화장실. 비상벨 등이 설치 됐지만 남자 화장실 문이 발로 차여 파손 돼 있는 등 여전히 위험한 모습이다. [중앙포토]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화장실. 비상벨 등이 설치 됐지만 남자 화장실 문이 발로 차여 파손 돼 있는 등 여전히 위험한 모습이다. [중앙포토]

 
A씨 부모가 소송을 제기한 또 다른 이유는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다. 현행 민법상 손해배상 시효가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2019년 5월 중순쯤)인데 승소하면 10년으로 연장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4월 13일 대법원서 징역 30년형이 확정돼 춘천교도소에 복역 중인데, 이와는 별개로 딸의 억울함을 더 풀어주기 위한 민사 책임의 시간이 7년 더 늘어나는 셈이다.
 
A씨 부모는 공단 성남출장소의 도움으로 딸의 1주기를 엿새 앞둔 5월 11일 김씨를 상대로 4억999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데 이른다.
 
청구금액은 A씨가 생존했을 경우 만 60세까지 얻을 수 있는 수익 3억6931만원에 피해자의 정신·육체적 위자료 2억원, 장례비용 300만원 등을 합한 5억7231만원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범죄피해 유족구조금 7241만원을 제한 총 4억9990만원이다. A씨는 사건 전 D레저산업에 근무했다. 월 평균 임금은 230여만원이었다.
강남역 인근에 붙은 추모글귀. [중앙포토]

강남역 인근에 붙은 추모글귀. [중앙포토]

 
A씨 부모는 김씨의 보복범죄를 우려해 소장에 주소를 적지 않을 정도로 노출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소송에 나선 심정을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소장을 통해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하다.
 
소장 7페이지에 “22세의 성실하고 착한 딸이었는데도 자신의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잔혹하게 살해 당했다”며“갑작스런 딸의 살해소식에 매우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평생에 걸쳐 끝 없는 고통을 안은채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적혔다.
 
피고 김씨는 민사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세 달 만인 이날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는 A씨 부모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그대로 받아들여 4억999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가 항소하지 않으면 청구 금액은 확정된다.
 
하지만 판결대로 돈을 받을 수 있을 지는 현 상황에서는 의문이다. 법률구조공단 측은 재산조회를 통해 김씨의 재산규모를 파악, A씨 부모가 실질적인 배상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예금·채권이 확인되면 추심, 동산은 압류, 부동산은 강제 경매 등을 거친다. 김씨가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노역 보상금 역시 집행 가능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이번 민사 판결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고통받는 피해자 유족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유족들이 실질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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