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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이 바라본 박근혜 전 대통령..."정열, 책임감, 판단력은 갖추지 못해"

 “대통령이 되려는 권력 의지는 강했으나 좋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 의지는 약했다.”
 
 『이회창 회고록』(2017, 김영사). [사진 김영사]

『이회창 회고록』(2017, 김영사). [사진 김영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22일 발간한 『이회창 회고록』에 담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그는 회고록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곡절이 많았다”고 적었다.
 
이 전 총재는 당시 박 전 대통령 첫인상에 대해 “차분하고 침착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부모님이 모두 비명에 가신 참담한 일을 겪었는데도 어두운 이미지는 전혀 없었다”고 회고했다. 1997년 12월 2일,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이 전 총재에게 정계 입문을 타진하는 자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2년 11월 19일 한나라당에 복당하며 이회창 전 총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02년 2월 한나라당의 당 혁신을 요청하며 탈당했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 “박 부총재가 당을 떠나게 된 것은 결국 당총재인 내가 부족하고 부덕한 탓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우울했다”고 적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2년 11월 19일 한나라당에 복당하며 이회창 전 총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02년 2월 한나라당의 당 혁신을 요청하며 탈당했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 “박 부총재가 당을 떠나게 된 것은 결국 당총재인 내가 부족하고 부덕한 탓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우울했다”고 적었다.

이 전 총재는 “아버지의 유신 정치를 적극 옹호하고 다녀서 좋은 인식을 가질 수 없었다. 게다가 당시의 당내 분위기도 그에게 썩 호의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면서도 “박근혜 씨도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히는데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입당을 흔쾌히 응낙했다”고 적었다. 이 전 총재는 “그를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은 나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실 나는 겉으로 알려진 것 외에는 그를 자세히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터지고 탄핵 사태로까지 진전되는 상황을 보면서 나는 그의 실질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이 전 총재가 회고록에 남긴 박 전 대통령이 평가도 대통령 당선 전과 후가 나뉜다.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맡아 천막당사로 옮겨 당의 재기를 이루는 것을 보고 내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박 전 대통령)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 나는 다른 것은 잘 모르지만 자신의 소신과 고집을 관철하는 기질만큼은 대통령으로서 긍정적인 자질이라고 보았다. 그가 좋은 보좌진과 참모진을 갖추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한다면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도 믿었다."
 
이 전 총재는 2012년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새누리당에 입당한 후 전국에서 지원유세를 다니기도 했다.
 
2012년 11월 17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유세 첫날 이회창 전 총재가 유세장을 찾아 박 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2년 11월 17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유세 첫날 이회창 전 총재가 유세장을 찾아 박 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후에는 평가가 박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후 국정운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고 기대도 접었다”고 적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배신의 정치’로 규정한 후 사퇴를 압박한 것에 대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며 “소신을 지키고자 한 것이 왜 배신자인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 전 총재가 탄핵을 거친 후 내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이렇다.  
 
“부모가 모두 총격으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은 후 청와대를 나와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정치에 입문했다. 나는 그가 이 파란 많은 역경을 거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한 집념과 열정을 키워온 것으로 짐작한다. 그가 원하던 대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대통령의 일’에 대한 정열과 책임감은 그리고 판단력은 갖추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전 총재는 탄핵에 대해서도 “주된 책임자는 누구인가. 바로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이라며 “본인의 말대로 억울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그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적었다.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복합적이었다. 이 전 총재는 “박정희 대통령은 군을 동원한 쿠테타로 정권을 잡았지만 단순히 권력을 향유하는데 그친 정치군인이 아니라 나라를 바꾼 경세가였다”며 “이후에 그만큼 나라를 바꾼 대통령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뛰어난 실력과 비전을 가졌음에도 그의 전근대적인 통치스타일, 특히 말기에 이르러 밀어붙인 유신체제는 개인이 간직한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정의를 일탈한 것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전 총재는 유신독재 등에 대해 한 상당부분을 할애하며  “유신 시대의 실상을 국민이 정확히 알아야 하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신체제의 지나친 기본권 제약과 권력체제 강화로 국민의 존엄성을 침해받고 민주주의가 왜곡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적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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