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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광 장애'와의 전쟁에 150억 쓴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김형국(가명)씨의 원래 취미는 산책이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거주하는 그는 사고 이후에도 가급적 예전처럼 산책을 하려고 노력한다. 집에만 있으면 더 처지는 기분이 들어서 사람들과 자주 약속을 잡아 외출을 시도한다. 약속 장소에 갈 때는 장애인 택시나 저상버스를 탄다. 하지만 대중교통에서 내린 다음 식당이나 찻집에 찾아가기 까지 그를 막아서는 크고작은 난관이 그의 '산책'을 우울하게 한다.
 
한 장애인이 음식점 앞 계단 때문에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서울시]

한 장애인이 음식점 앞 계단 때문에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서울시]

 
김씨처럼 관광 약자인 시민들도 보다 편하게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청사진을 서울시가 내놨다.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22일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 여행이 불편한 관광약자 모두가 관광하고 즐길 수 있게 서울시를 ‘무(無)장애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며 “앞으로 5년 동안 152억원을 투입해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관광약자 맞춤형 관광콘텐트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휠체어 진입이 편하도록 완만하게 만들어진 서울시립미술관 앞 경사로. [사진 서울시]

휠체어 진입이 편하도록 완만하게 만들어진 서울시립미술관 앞 경사로.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무장애 관광도시 목표를 제시한 건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위한 기초적 시설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장애인 여행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4%가 여행여건이 불편하다고 답했으며, 주요 불편이유로는 이동편의시설 부족(74.1%)과 여행상품 부족(44.8%) 등을 꼽았다.
 
조성호 서울시 관광정책팀장은 “미주나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은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이란 개념이 오래전에 정착돼 관광약자도 불편없이 원하는 곳에서 관광을 하지만, 아직 우리는 여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이 미술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장애인들이 미술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무장애 관광도시를 추진하면서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호텔이나 음식점 등 관광시설로의 접근을 쉽게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와 이태원 등 시내 6개 관광특구에 위치한 관광시설을 매년 20곳씩 골라 관광약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 출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장애인용 화장실을 설치하는 등의 시설 개·보수 비용(개인사업자는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관광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확보한 개별 관광지와 시설, 지역을 대상으로 ‘무장애 인증제’를 시행, 인증을 받은 시설과 지역은 서울관광 홈페이지나 가이드북을 통해 집중적으로 홍보해 줄 계획이다.
 
여기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현재 29개인 무장애 관광코스를 매년 10개 내외씩 새롭게 개발하기로 했다. 무장애 관광코스란 휠체어 등을 이용해도 불편없이 관광할 수 있는 코스를 말한다. 또 장애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당일 또는 1박2일 여행을 보내주는 여행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올해에만 400여 명에게 여행 기회를 주기로 했다.
 
또 관광시설 별로 ‘출입구에 경사로가 있는지’,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는지’ 여부를 그림으로 표시(픽토그램)한 서울시 관광가이드북을 새로 제작해 배포한다. 이를 위해 시는 이미 서울시 관광가이드북에 소개된 주요 관광지(120여 개)의 접근성 전수조사를 완료한 상태다.
 
여행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관광약자를 위한 ‘무장애 관광 지원센터’는 내년 상반기 중 문을 연다. 센터에서는 여행계획 설계와 예약부터 장애인 관광차량·휠체어·유모차 대여 신청 같은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안준호 관광체육국장은 “그동안 관광정책의 촛점이 외래 관광객 유치라는 양적 성장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관광하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데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수기·홍지유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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