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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친환경 인증 자진 반납하겠다는 양계협회

“친환경 인증을 자진 반납하겠습니다.”
870여 산란계 농가를 대표하는 대한양계협회가 지난 21일 오후 28개 시·도지부장이 참석한 긴급대책회의 이후 내놓은 수습책 중 하나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의 생산지가 정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라는 사실이 알려진 지 1주일 만이다. ‘믿지 못할' 친환경 인증 계란은 정부의 전수·보완 조사를 거치는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52개 농가 중 31곳을 차지했다. 친환경 마크를 믿고 골라 먹은 소비자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양계협회 이홍재 회장은 “사죄 차원에서 친환경 인증을 스스로 반납하고, 정부가 새 기준을 마련하면 그때 제대로 된 인증을 받겠다”고 말했다. “무조건 반성하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하지만, 배신에 크게 실망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살충제 계란 파동 1주일 만에 소비자들의 뇌리에 ‘에그포비아’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국민 필수식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계란이 이런 대접을 받기는 유례없는 일이다. 
 
‘제대로 된 기준’에 맞추겠다는 말은 그간 친환경 인증 절차가 허술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친환경 인증은 유기축산과 무항생제 2가지가 있다. 그중 무항생제 인증은 항생제를 쓰지 말아야 하며, 일정 기간 항생제를 맞지 말아야 하는 등 나름대로 조건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한 780개 친환경 축산물 중 765곳이 무항생제 인증이다. 또 양계협회에 가입한 3만수 이상 농가 중 90%가량이 ‘친환경 인증’ 마크를 갖고 있었다. 문턱이 너무 낮았다는 지적이다. 이들 대부분은 A4용지 한장 크기의 케이지에 닭을 넣고 계란을 생산하는 농가다. 물론 케이지 사육 농가 중에서도 최첨단 시설과 위생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방사형 농장보다 생산량이 10배 이상 되는 고도의 밀집사육을 하고도 얼마든지 친환경 마크를 붙일 수 있다면 인증이 갖는 권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양계 농가도 억울한 면이 없진 않다. 친환경 인증을 받아 계란을 생산했지만, 그로 인한 계란값 인상의 혜택은 농가가 아닌 유통상에서 가져갔다는 항변이다. 이 회장은 “대형마트와 학교·단체 급식에 계란을 공급하려면 친환경 인증이 필수라 요건에 맞춰 신청 후 취득한 것”이라면서 “농가에서 출고되는 산지 계란 가격은 친환경 마크가 붙은 계란이나 그렇지 않은 계란이나 같다”고 말했다. 
 
친환경 인증 주체인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도 당장 개선해야 한다. 사실상 인증 업무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64개 민간기관에 위탁하고, 농관원은 손놓고 있었다. 농관원을 퇴직한 직원들이 민간기관에 취직해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른바 ‘농피아’ 논란은 어제오늘의 아니다. 22일 국회에 출석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퇴직 공무원의 인증기관 취업을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적’이라는 단서가 걸린다. 앞서 정부는 64곳의 민간 친환경인증기관을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부실 여부를 철저히 가려 경쟁력 있는 몇 곳만 살리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적발한 부실인증은 2734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소한 적발까지는 된 셈이다. 이제 제대로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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