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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중기]"사진 보려면 사흘 기다려라" 느리고 불편한 카메라 앱 '구닥', 42만명 사로잡은 비결은

도대체 왜 이 앱을 내려받는 걸까. 그것도 1.09달러를 내면서까지.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 ‘구닥’을 보고 이런 의문을 가진다면 시장의 감각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구닥은 5주째 국내 아이폰 앱스토어 유료 앱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니. 
지난달 7일 출시된 이 앱은 20일까지 한 달 반만에 42만5000명이 내려받았다. 열풍은 우리나라에서만 부는 게 아니다. 홍콩과 대만ㆍ태국ㆍ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 등 해외 8개 국가에서 유료앱 1위를, 사진ㆍ비디오 앱 카테고리를 따지면 중국을 포함한 17곳 나라에서 1위를 기록했다.
 
 카메라앱 '구닥'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상훈 스크류바 대표(왼쪽)와 조경민 마케팅 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카메라앱 '구닥'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상훈 스크류바 대표(왼쪽)와 조경민 마케팅 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왜, 라는 질문은 그냥 던진 게 아니다. 구닥은 IT 서비스의 3대 미덕, 속도와 편의성ㆍ다양성을 모두 저버렸다. 일단 무한정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표방한 이 앱은 진짜 필름카메라라도 된 것처럼 군다. 24장을 찍고 나면 필름 한 통 끝. 다음 필름은 최소 1시간을 기다려야 충전된다. 촬영한 사진을 바로 볼 수도 없다. 사진관에 현상을 맡기듯 사흘을 기다려야 한다. 다양한 보정 기능도 없다. 사진 효과를 결정하는 필터는 무작위로 결정된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셔터를 누르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느리고 불편하고 고집스러운 이 앱이 왜 소비자를 사로잡았을까. 
강상훈(39) 스크류바 대표는 “이야기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 이 컨셉을 이야기했을 때, 멤버들도 반대했어요. 요즘 세상에 누가 사흘을 기다리냐, 백번 양보해도 하루로 줄여야 한다고요.”  
 
강씨는 멤버들을 ‘베이컨 아이스크림’으로 설득했다. 함께 회식을 했던 레스토랑에서 파는 디저트였다. “베이컨 아이스크림을 생각해보세요. 먹자니 맛이 이상할 것 같고, 안 먹자니 궁금하잖아요. 분명한 건 호기심에 한번 먹어보고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거죠. ‘너 그거 먹어봤냐, 나 먹어봤다’ 하고 말이에요.”
 
카메라앱 '구닥'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상훈 스크류바 대표(오른쪽)와 조경민 마케팅 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카메라앱 '구닥'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상훈 스크류바 대표(오른쪽)와 조경민 마케팅 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카메라 앱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사진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비슷비슷하고 소소한 풍경에 정말 필요한 건 사진 보정 기능이 아니라 이야기 양념이라는 걸 강 대표는 알았던 것이다. 
“사실 사진이 잘 찍히는 앱은 너무 많아요. 일회용 카메라를 컨셉으로 잡은 것도 고급 카메라 앱은 이미 너무 많아서에요. 비슷하게 흉내내면 경쟁이 안되잖아요. 그냥 우리는 구닥다리로 가자. 그래서 이름도 구닥이에요.”
 
SNS에서 ‘구닥’을 검색하면 강 대표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SNS에 구닥으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사흘 동안 기다려 받은 사진이다” “더 찍고 싶은데 24장이 다 차서 아쉽다”며 구닥의 독특함을 '선전'한다. 마케팅을 맡은 조경민(29)씨는 “우리 앱을 내려받은 이들은 대개 SNS에 '이런 것도 있더라'며 포스팅을 남긴다”며 “앱을 내려받은 40만명이 모두 마케터인 셈”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실험이 가능했던 건 처음부터 “재미있는 일을 하자”고 작정해서다. 강 대표와 조경민 씨를 포함한 스크류바 멤버 넷은 모두 본업이 따로 있다. 뉴욕의 유명 미대 쿠퍼유니언을 졸업한 강 대표는 유학 전문 미술학원을 운영한다. 조경민씨는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이며, 프로그래밍을 맡은 채정우(29)씨는 다른 IT 기업의 개발자이고, 시제품 개발을 맡은 최정민(37)씨는 의류업에 종사한다. “재미있는 일을 벌여보자”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한번 모여 아이디어를 나눠온 게 1년 반 정도 됐다. 몇몇 생활용품을 시험삼아 만들어 보다 소프트웨어로 방향을 틀고 첫 작품이 ‘대박’을 낸 것이다.
 
카메라앱 '구닥'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상훈 스크류바 대표(오른쪽)와 조경민 마케팅 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카메라앱 '구닥'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상훈 스크류바 대표(오른쪽)와 조경민 마케팅 이사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미 “투자하고 싶다”는 제안까지 받았지만 이들은 본업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고 했다. 밥벌이이 고단함이 묻어나면 재미있는 제품이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다.
 “그림도 마찬가지에요. 이 그림을 팔아야 먹고 산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싶은 걸 다 그리지 못해요. 팔릴 것 같은 그림을 그리는 거죠.” 
강 대표는 “저희도 돈 벌 스트레스 없이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해보려 한다”며 “그래야 사용자들도 저희 앱에서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한달 남짓 만에 쥐게 된 수익은 수억 원에 달한다. “그동안 나눈 아이디어가 정말 많았어요. 돈이 없어 실행하지 못한 것도 있는데 차근차근 실행해봐야죠. 이미 다음엔 무슨 서비스를 개발할지도 구상해뒀어요. 궁극적으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더 큰 작업을 해보려고 해요.”
 
구닥의 성공은 취업난에 좌절한 20대에게 희망을 줄 거라는 게 스크류바 멤버들의 생각이다. 창업이라는 게 거창한 준비나 든든한 자본이 없어도 가볍게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조경민씨는 “창업이라고 하면 헝그리 정신으로 엄청난 인내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냥 하고 싶은 걸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덤벼들었으면 한다”며 “우리가 즐기며 내놓아야 소비자들도 즐길 수 있다는 걸 구닥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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