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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민심 진단]텃밭 TK마저 잃을라 초조한 자유한국당, 이상 행태 속속 나타나

지난 8일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강당에서 열린 노조 임시총회. 1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일부 노조 간부가 노조원들에게 자유한국당 입당 원서를 나눠줬다. 원서를 돌리며 '내년 선거에서 권(영진) 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말도 했다고 한다.
대구의료원 전경. [사진 대구의료원]

대구의료원 전경. [사진 대구의료원]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반발이 일었다. 대구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일상적인 정치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불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동훈 대구의료원 노조위원장은 "한국당이 노조 측에 도움이 되는 당이라고 판단한 것일 뿐"이라며 "순수한 의도에서 그랬는데 경솔했던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입당원서.

자유한국당 입당원서.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대구 한 대형 교회에서 장로가 수백 명의 교인들에게 한국당 입당 원서를 돌리고 입당을 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 장로는 특정 정치인 실명을 거론하면서 당원 가입 후 전화 여론조사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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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두 사례에 대해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두 사건에서 공직선거법 또는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구의료원 노조나 교회에서 만약 특정정치인의 이름을 거론했다면 사전선거운동으로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 정당법에 따르면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승낙 없이 정당 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단순히 정당 가입을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특정 후보를 위해 당내 경선 참여를 목적으로 했다면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이들 사례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선거도장. [중앙포토]

선거도장. [중앙포토]

 
 과거 '보수 텃밭'이라고 불린 대구·경북(TK)에서 전통적 정치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던 한국당도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누가보더라도 불법 시비가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입당 원서를 돌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지금 한국당의 전국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폭락한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1006명을 대상으로 한 8월 3째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더민주 지지율이 47%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당은 11%에 그쳤다. 무려 36%포인트 격차다. 
이 조사에서 TK지역에서조차 더민주가 27%로 한국당(24%)을 앞섰다. 
이렇게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TK 지역 당선을 통한 수성조차 장담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대선 패배에 이어 더 큰 정치적 위기가 눈앞에 있는 셈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한국당이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나기 위해 'TK 탈환'에 사활을 건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그나마 3%포인트로 낮은 TK지역을 집중 공략한 뒤 다른 지역으로 점차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떻게든 재기하기 위해 전국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TK를 교두보로 삼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를 하면서 출발지로 대구를 택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를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출발했다. 지난 16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 무대에서 홍 대표가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를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출발했다. 지난 16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 무대에서 홍 대표가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채 교수는 "지난달 한국당은 '대구경북발전협의회'를 출범해 TK 민심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 텃밭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전국적 지지율을 예전처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TK 공략에 먼저 성공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경선(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을 앞두고 각 후보자가 자기 조직을 많이 데리고 들어가기 위해 입당원서를 뿌리는 일은 선거 때마다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전국적으로 한국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수도권에 출마할 수도 있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TK에서 출마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당내 경쟁이 심화돼 (각 잠정 후보자들이) 당원을 무리하게 늘리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체 창립대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체 창립대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들의 냉소적이고 자조적인 말도 공공연하게 들린다. 지방선거 운동에 참여했었던 대구시 남구 봉덕동의 한 30대 자영업자는 "과거 새누리당이 이당 저당으로 분리됐다. 달서구를 지역구로 둔 조원진 의원마저 독단적으로 당을 만들어 행동하는 지금 상태로는 아마 100년간은 보수가 다시 정권을 못 잡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달서구 도원동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38)씨는 "한국당으로 뭉치든 바른정당으로 뭉치든 TK 전체의 보수 민심을 대변하는 단단한 당이 없다 보니 TK 민심이 이리저리 갈리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박 전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 정당으로 분열했고, 기존 새누리당에서 조원진 의원이 나시 나와 대한애국당으로 간판을 바꿨다. 보수정당이 사분오열하면서 지리멸렬해지고 있는 셈이다.
 
선거법·정당법 위법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생존 몸부림을 하는 한국당이 과연 TK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대구=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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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