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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기록' 회고록 낸 이회창, "야당의 역사도 남길 필요 있었다"

현대사에서 대통령에 가장 다가갔으나 대통령이 되지 못했던 인물 2인을 꼽으라면 JP(김종필)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이 전 총재는 세 번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1997년엔 1.6% 차이였다. 정치인으로 ‘실패했다’고도 여길 법한 삶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회고록에 담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주된 책임은 박 전 대통령 자신과 옛 새누리당에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회고록에 담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주된 책임은 박 전 대통령 자신과 옛 새누리당에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그가 1000쪽의 『이회창 회고록』을 냈다. 그는 22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당선된 분들의 역사는 정사가 된다. 제가 있던 야당의 역사는 완전히 잊힌 역사가 됐다”며 “야당의 역사에 남길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2012년 의원직을 끝으로 정치 현장에서 떠난 그지만 백악관의 실력자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가 전격 퇴진한 것까지 알고 있었다. 보수의 미래에 대해선 우려했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에 대해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비판대상으로 삼은 이들을 향해 “이 회고록은 제 입장과 제 시각에서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이라며 “나와 반대쪽 있는 분들 견해 달리하는 분들에 대한 인간적 존경심을 간직하고 있고 잃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한 나라다운 나라의 슬로건을 쓴 바 있다. 문 대통령의 100일을 평가한다.
“현실 정치 사정은 잘 모르고 신문 방송 보는 정도다. 제 창고 다 비워놓고 가져가도 좋다. 근데 100일이 좀 지났으니까 얼마 안 됐다. 처음 하는 일이라 어설프고 서툴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본격 평가는 이르다. 다만 걱정스러운 대목은 너무 홍보에 치중하는 게 아닌가 싶다. 100일 했는데 벌써 국정 보고회 하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처음 말한 걸 바꾸고 의미를 희석하는 그런 일이 있었다. 장기적 국가정책 같은 것은 즉흥적 말하고 나중에 바꾸는 것은 안 된다. 원전 문제가 그렇다. 또 간접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퇴화시켰다고 했나, 그걸 보고 좀 이건 아닌데 생각했다. 민주주의 진화 과정에서 직접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가 간접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발전과정이라고 본다. 직접 민주주의를 안 하고 간접민주주의에 치중해 민주주의가 잘못됐다는 견해는 독단적이다. 촛불집회와 같이 드러난 집단지성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말을 했는데 이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다. 촛불집회, 광장의 표출은 일시적이며 예외적인 게 돼야 한다. 항시적이며 상시적이게 되면 국가가 법이 정한 국정운영의 틀이 흔들린다. 아주 위험한 상태가 올 수 있다.집단의사와 함께 가겠다는 게 촛불집회의 의사로 간다면 국민을 불안케 한다. 법치주의에 반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부정적이지 않은 측면에서 얘기한 것이길 바란다.”
 
 『이회창 회고록』(2017, 김영사). [사진 김영사]

『이회창 회고록』(2017, 김영사). [사진 김영사]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이 논란이다.
 “우선 대법원장 후보자가 어떤 분인지 잘 모른다. 자세히 평가가 어렵다. 우리법연구회나 과거 활동 경력으로 편향됐다, 좌파다 우파다 하는데 이런 것은 좀 조심스럽게 평가했으면 좋겠다. 우리법연구회가 실제로 어떤 것을 했는지 저는 법조계 떠난 뒤 일이라 모른다. 조직이 약간 좌파적으로 편향되거나 어느 한쪽 치우친 활동해도 소속원이라 전부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법관이든 대법관이든 중요한 것은 보편타당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법치적 판단이든, 큰 가치판단에 있어 자기 성장 배경이나 교육배경에 좌우되지 않고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보편타당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분이면 괜찮다. 그분 판결을 몰라서 그 이상 말하기 어렵다.”
 
-회고록 작성에 망설였다고 했는데.
“내가 성공한 사람이면 자신있게 쓰는데 실패한 사람이 쓰기에 뭣해서 안 쓰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다산 정약용 형제들의 책을 보며 달라졌다.결국 정약용의 역사는 승자의 역사에서 버려진 역사다. 정약용이 신원되고 그가 쓴 자서전이 나오고 하면서 달라졌다. 어떻게 보면, 저나 당시 제가 있던 야당 역사는 완전히 잊힌 역사가 됐다. 대통령에 당선된 분들의 역사는 정사가 되고 야사로 되지 않았나. 같이 고생한 동지들, 야당의 역사에 남길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다. 편안하고 잘지낸 역사면 모르겠으나, 상당히 고생했다. 정말 고생 많았다. 그래서 그런걸 써서 남겨야 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쓰나했고 그래서 쓰게 됐다."
 
 
-현재 보수야당이 분열돼 있다.
"정당에 관한 것은 말하기 적절치 않다. 현재 두 당이 그야말로 싸움투성이로 열심히 하고 있다. 보는 저도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결국 정치라는 것은 스스로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누가 옆에서 코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방향성만 확실히 가지고 서로 찾고 모색하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정도만 말할 수 밖에 없는거 이해해달라."
 
-지방선거를 앞둔 정계개편 가능성은
"연대나 여러 합종연횡이 선거 때 나오는데 DJP연합 얘기는 당선되기 위한 묘수다. 그러나 당선 이후 DJP는 족쇄가 된것 보면 정치권 합종연횡은 눈앞 이익만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지방선거 닥치면 요란스럽게 나올 것이다. 당장 표가 된다고 해서 어느 쪽을  끌어다붙이면 소위 정치공학적으로 잘하는 것처럼 보이나 절대로 거기에 함몰되거나 속아선 안된다. 일관되게 가는 게 오히려 국민의 안심과 지지를 받고 신뢰를 받는다. 눈앞 이익에 휩싸이는거 피하고 조심스러웠으면 한다."
 
 
-보수 정치인으로서 보수의 길을 말해달라.
"정말 신뢰할 수 있고 가령 포퓰리즘 좌우 안 되고 우직하게 한길로 가는구나, 느낌을 줘야 한다. 특히 좌우,  보수·진보는 대북정책과 연결돼있다. 남북관계에서 주변 눈치보고 그때그때 입장바꿀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왜 우리가 보수 입장으로 갈지 설득하는게 이 두가지가 중요하다. 그러면 국민들이 보수를 눈여겨본다. 지혜를 발휘해 좋은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 결국 큰선거 가까우면 통합한다. 자유한국당도 큰 당이 아니다. 결국 보수는 보수대로 합치는 것을 생각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러면서 의원수만 의식해 합치고 이럴 생각해선 안 된다. 합칠때 국민에게 신뢰잃은 것은 과감히 털면서 합치고 어느쪽이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런 것 잃지 않고, 우선 인간적으로 신뢰해야 합치는 데 성공한다. 정치는 보니까 여든야든 좌든 우든 건전한 존재가 필요하다.그래야 한국 정치가 건전하게 클 수 있다."
 
-현 정부의 대북 접근에 대한 의견을 달라 
 
"김정은이가 대화 협상에 의해 북핵 축소하거나 폐기할 것처럼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 협상을 꺼낼 때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주한미군의) 동결, 축소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배넌이 잘렸지만 국내에서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한미 동맹은 우리의 울타리다. 이건 친미 반미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국가나 큰 국가나 마찬가지다. 로마 한니발이 쳐들어왔을때 도운게 주변 작은 국가다. 미국도 봐라. 알카에다, 이라크, 아프간 전쟁 때 여러 작은 국가들의 지원이 도움이 됐다.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에 대해선 여러분들이 비판해서 새삼 말을 안 해도 될 정도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발언이었다. 미국 포격을 기준으로 레드라인이라 하면 부적절하다. 문 대통령이 가장 최악의 상황을 얘기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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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