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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함 충돌, 사이버 공격 때문이었나…전 세계 미 군함 24시간 멈춘다

미 해군이 전 세계에서 24시간 동안 활동을 중단한다. 이는 두 달 사이 연이어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이 상선과 충돌하는 미스터리한 사고의 원인을 찾기 위한 조치로 미 해군이 전 함대를 대상으로 활동 중단 명령을 내린 건 극히 이례적이다.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은 21일(현지시간) 제7함대 소속 존 S 매케인함이 유조선과 충돌한 것과 관련해 “전 세계 모든 함대에 작전을 일시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함대 사령관들이 모여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전을 위해 적절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잇따른 충돌 사건의 근본 원인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 전 함대는 다음 주(8월 27일∼9월 2일) 중 24시간 동안 운항을 중단한다.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은 잇따른 미 전함 사고의 근본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전 세계 미 전함의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은 잇따른 미 전함 사고의 근본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전 세계 미 전함의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 조치에 대해 CNN은 “1월 이래 4번째 발생한 구축함 충돌 사건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4번의 구축함 충돌 사건은 모두 한반도를 포함한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7함대에서 발생했다. 지난 6월 17일 피츠제럴드함이 상선과 충돌에 크게 파손된 사고 말고도 1월 31일에는 유도미사일 순양함 앤티텀함이 도쿄만에서 좌초하고 5월 9일에는 또다른 유도미사일 순양함 레이크 챔플린함이 한반도 연안에서 한국 어선과 충돌하는 일이 일어났다.
 
유조선과 충돌해 파손된 미 이지스함 존 S 매케인함의 모습. [연합뉴스]

유조선과 충돌해 파손된 미 이지스함 존 S 매케인함의 모습. [연합뉴스]

 
사고 원인과 관련, 리처드슨 참모총장은 아직 외부나 비우호적 세력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조선의) 의도적인 충돌이라고 볼만한 어떤 징후도 없다”며 “훈련부터 레이더 전파 교란, 사이버 교란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전직 해군 정보전문가 출신인 제프 스터츠먼은 “이번 사고를 실수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매케인함이 모든 전파 교란 등을 뚫고 갈만한 완벽한 장치와 레이더, 인력 등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며 해킹 등에 노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CNN은 이날 해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사고 당시 수병들이 구축함의 보조 조종장치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들은 “매케인함이 충돌 직전 조종장치에 이상이 생겼고 충돌 이후 복구됐다”며 “왜 순간적으로 작동을 하지 않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잇따른 사고의 원인을 ‘인재(人災)’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전함 갑판에서 상선을 발견하는 즉시 뱃머리를 돌리는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하게 되는데 이런 움직임이 없었던 점이 의아하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문제연구소(RSIS)의 군사 전문가인 버나드 루 교수는 “이전 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사람의 실수가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첨단 기술을 과도하게 신뢰하면서 안전한 항해에 필수적인 기본 조종술 등을 소홀히 한다는 문제점은 이미 미 국방부에서도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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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미 국방비 예산을 감축한 게 사고를 불러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퇴역 해군소장인 존 커비 군사 전문가는 “지난 몇 년 간 해군 예산감축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미 국방부는 2011년 ‘예산통제법’ 이후 함선 등 장비 보수 및 훈련 비용을 가장 먼저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랜드 포브스 해군대학 연구원은 “해군은 필요한 훈련과 이지스함 관리를 위해 추가 재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에서도 해군 예산이 이슈화될 조짐이 보인다. 맥 손베리 하원 국방위원장은 “우리는 해군에 복무 중인 남성과 여성들에 많은 것들을 바라고 있다”며 “그들이 해상에서 보내는 시간은 늘어가는데 함선은 낡아가고 지원금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조건들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사고들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 해군연구소(USNI)뉴스는 제7함대 소속 함정들이 본토에 모항을 둔 함정들보다 훈련량이 적은 반면 출동 횟수는 더 많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승조원 훈련과 자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의회 회계감사원 보고서는 “증가 추세인 함정 전진 배치 수요를 충족하려고 해군은 배치를 늘리고 작전 속도도 높인 반면 훈련과 유지보수는 단축하거나 아예 없앴다”고 지적했다. 해군 전문가인 브라이언 클라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선임연구원도 “지난 10년 동안 서태평양에 배치된 함정 수가 줄어들었지만, 작전 속도는 예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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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