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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안녕,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7의 마지막 날

 by 김소정
 
 
지난 7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진행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막을 내렸습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1998년 대학로에서 ‘독립예술제’로 시작해 올해 20살이 된 축제입니다. 권위적인 순수예술과 상업적인 대중문화로 개성을 잃어버린 문화예술계에 예술가들의 저항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이 곳. 20번째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마지막 날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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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의 서울월드컵경기장입니다. 축구경기를 제외하고 1년 중 40일만 개방한다는 생각지도 못한 이곳에서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화장실, 의무실, 계단, 관중석 등 경기장 전체가 예술가들과 관객들의 놀이터로 변신했죠.
 
 
천 여명의 예술가와 만나는 공간
 
난파선의 ‘WHAT THE OEDIPUS’.

난파선의 ‘WHAT THE OEDIPUS’.

 
조명이 꺼진 어두컴컴한 화장실. 갑자기 여자의 찢어지는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곧 왕비(여자)의 자살사건이 보도됩니다. 그리고 이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으로 돌아갑니다. 이 공연은 테베(고대 그리스 도시)의 왕 오이디푸스가 ‘자신이 친아버지를 죽이고 친어머니를 아내로 맞이하였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재창작했습니다. 긴박한 음악과 배우들의 톡톡 튀는 연기로 몰입도가 배가 됐죠. 특히 사람들이 편견을 가진 장소인 ‘화장실’을 멋지게 활용해 근사한 무대로 소화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극 중 오이디푸스 왕에게 사람들이 현대인들의 고민을 털어놓고, 국립과학수사대가 등장하고 뉴스보도 등 현대적 요소가 기존 극에 더해졌다는 점도 독특합니다.

 
민필의 ‘휴가(休歌)’.

민필의 ‘휴가(休歌)’.

 
커튼으로 햇빛을 차단한 어두운 의무실. 관객은 매트, 간이침대 위에 누워 편안하게 두 사람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듣습니다. 간간히 새 지저귀는 소리와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와 마치 휴양림에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달콤한 목소리와 아름다운 기타의 선율이 잠에 빠져드는 관객의 숨소리와 하모니를 이루어 공간을 채웠습니다. 의무실이란 장소의 특성을 살려,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하는 곳으로 바꾼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젝트XXY의 ‘젠더 트랜지션’.

프로젝트XXY의 ‘젠더 트랜지션’.

 
X축의 끝에는 ‘여자’와 ‘남자’가, Y축의 끝에는 ‘여자를 좋아한다’, ‘남자를 좋아한다’라고 표시된 좌표에서 웅장한 음악과 함께 퍼포먼스를 합니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 쪽으로 이동하자, 사람들이 의자로 선을 긋고 총을 겨누는 포즈를 취합니다. 취업 경쟁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부당하게 밀려나고, 트렌스젠더를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기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이면을 그려냈습니다. ‘좌표’라는 공간을 설정해 그 위를 넘나드는 설정이 독특합니다. 마지막에는 좌표를 허물어버림으로써, 좌표의 ‘위치’를 구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관객에게 말하죠.  

 
 
팝카펠라 원달러의 ‘쉑쉑콘서트&음치닥터콘서트 이거슨 音급실’.

팝카펠라 원달러의 ‘쉑쉑콘서트&음치닥터콘서트 이거슨 音급실’.

성악을 전공했다는 원장, 간호사, 탈모 전문의, 성장판 박사, 비만과 과장이 등장해 웃음을 선사합니다.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 보이며, “우리들은 미남이다” 유쾌한 제스처와 함께 환상적인 아카펠라를 들려줍니다. 더위를 쫓아내기 위해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노래를 부르거나, 어른들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마징가제트 주제곡을 부르는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죠. 이 공연 역시 의무실의 특성을 살려, 삶에 지친 현대인을 환상적인 아카펠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내 즉석 처방을 하는 등, 관객과 무대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먹고 떠들고 즐겨라, 프린지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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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앞에는 간식거리와 음료를 판매하는 쉼터가 마련됐습니다. 짐을 기다란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같이 온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서 공연을 지켜볼 수 있는 이 곳은 프린지페스티벌의 중심공간입니다.
 
 
지난날의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브 전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아카이브 전시 1998~2017′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아카이브 전시 1998~2017′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지난 흔적을 모아 전시한 공간입니다. 1998년 대학로에서 ‘독립예술제’로 출발해 2002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로 명칭을 변경하고 오늘날까지, 20년간 흘러온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지난 시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안녕!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프린지와 안녕하는 20가지 방법’.

‘프린지와 안녕하는 20가지 방법’.

 
밤 10시가 되자 모두가 음료를 들고 프린지 클럽에 모였습니다. 후끈하던 햇빛이 사라지고 선선한 밤공기가 맴도는 이곳에,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직원과 참가자들이 한 명 한 명 앞으로 나와 축제를 마무리하는 인사를 했습니다.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힘차게 격려하기도 하며,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취합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고마움을 인사로 전하며, 4일간의 축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젊은 예술가들의 발랄한 아이디어와 개성으로 탄생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내년에 한 번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김소정(서울 무학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왕십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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