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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 처키, 애나벨…인형이 공포영화 단골소재 된 까닭은

올여름도 무더위와 함께 다양한 공포영화들이 한국을 강타했습니다. 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공포영화는 역시 '애나벨: 인형의 주인'일 텐데요.
 
아마 '사탄의 인형'에서 악명을 떨친 '처키'에 이어 가장 세계인을 무섭게 만든 인형이 아닐까 합니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다섯번째 이야기는 바로 인형과 공포영화입니다.
공포영화 속 살인 인형의 대명사가 된 처키. [유튜브 캡처]

공포영화 속 살인 인형의 대명사가 된 처키. [유튜브 캡처]

 
처키와 애나벨 외에도 공포영화에 등장했던 인형들이 엄청 많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애나벨' 시리즈의 제작을 맡은 제임스 완 감독의 2007년작 '데드 사일런스'에도 복화술 인형이 등장하고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 역으로 유명한 앤소니 홉킨스가 주연을 맡은 1978년작 '매직'에도, 국내에선 아동영화 '애들이 줄었어요' 시리즈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공포영화가 전문인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1986년작 '분노의 인형들'에도 살아 움직이며 인간을 죽이고 위협하는 인형들이 등장합니다.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1987년 공포영화 '매직' 속 인형의 모습. [트위터]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1987년 공포영화 '매직' 속 인형의 모습. [트위터]

그 밖에도 인형이 등장하는 공포 영화가 너무나도 많은 나머지 영화계에선 이런 작품들을 '살인 장난감(killer toys)' 혹은 '살인 인형(killer dolls)'이라는 하위 장르로 따로 분류해서 부르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어린이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한 인형, 도대체 왜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가 됐을까요?


2014년 공포영화 '애나벨'을 연출한 존 리어네티 감독. [유튜브 캡처]

2014년 공포영화 '애나벨'을 연출한 존 리어네티 감독. [유튜브 캡처]

2014년 영화 '애나벨'을 연출한 감독 존 리어네티는 허핑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형은 단지 영혼이 없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만 봐도 무섭습니다. 인형들은 인간을 본떠서 만들었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빠져 있지요. 바로 감정입니다." 
 
"인형은 껍데기에 불과해요. 인형의 눈을 들여다 봐도 인형은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기만 합니다. 아주 소름끼치죠. 그 속은 텅 비어 있는 겁니다. 악령이 차지하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즉 인형은 인간과 닮았으면서도 인간성이 결여된 존재기 때문에 우리의 공포를 자극한다는 설명입니다.
 
인간이 아님에도 인간과 유사한 존재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거부감을 설명하는 이론도 있습니다.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처음 제기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입니다.
 
본래 로봇공학 분야에서 제기된 이 이론에 따르면 로봇이 사람의 모습과 비슷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지만, 그 유사성이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오히려 로봇이 우리에게 강한 거부감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은데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설명하는 그래프. [위키피디아]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설명하는 그래프. [위키피디아]

 
위 그래프에서 로봇과 인간의 유사성이 높아지다가 호감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구간이 골짜기와 같다고 해서 이를 불쾌한 골짜기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유형이 시체, 좀비 같은 존재들이죠.
 
로봇의 인간 유사성이 더 높아지고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아지면 다시 호감도는 회복됩니다. 불쾌한 골짜기는 로봇뿐 아니라 인형, CG 등 인간을 모방한 것에선 대부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왜 우리는 우리와 어설프게 유사한 존재에 불쾌감을 느끼는 걸까요? 미국 일리노이주 녹스대학의 프랭크 맥앤드류 교수는 인간과 유사한 인형에 대한 우리의 거부감이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다른 인간을 대할 때 얼굴 표정을 보고 그들의 의도나 감정을 읽어내며 만약의 위협에 대비하는데, 인형에 대해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서워하는 것은 인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보내는 사회적 신호입니다. 인형은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그것이 위험요소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진화하며 살아온 세상에 인형 같은 존재는 없었어요." 
맥앤드류 교수의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인류가 인형에 대해 공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사람과 유사한 인형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20세기 초반이었습니다. 인형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의 시초 중 하나로 꼽히는 '그레이트 가보(위 영상 참조)'가 개봉한 것이 1929년이었죠.
 
스미소니언박물관이 지난 2015년 발행한 '무서운 인형의 역사'란 글에 따르면 19세기까지만 해도 인형이 그다지 사람과 비슷해 보이지 않았고 인형에 대한 공포도 없었다고 해요.
 
19세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목각 인형. 산업화 이전, 산업화 초기 인형은 대부분 나무를 깎아 만들어졌다. [위키피디아]

19세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목각 인형. 산업화 이전, 산업화 초기 인형은 대부분 나무를 깎아 만들어졌다. [위키피디아]

19세기 이전에도 인형이 등장하는 공포 소설이 있었지만, 이런 류의 작품은 인형을 만든 사람의 악의나 광기에 집중했지 인형 자체에서 공포를 이끌어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제조 기술의 발달로 사람과 너무 똑같이 생긴 인형들이 나오면서 그런 인형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인형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들이 나오고, 심리학에서도 이런 공포 심리를 연구하기 시작한 거죠.  
 
모리가 불쾌한 골짜기를 처음 제시했을 때는 이 이론이 과연 사실인지를 놓고 과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연구진은 로봇의 얼굴 사진 80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호감도로 점수를 매기도록 한 뒤, 만약 그 로봇들 가운데 하나에 투자한다면 어느 것을 택할지 고르도록 했습니다.
UC샌프란시스코가 '불쾌한 골짜기'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실험에 사용된 로봇의 얼굴 사진들. 실험 참가자들은 이 얼굴들을 보고 호감도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UC샌프란시스코]

UC샌프란시스코가 '불쾌한 골짜기'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실험에 사용된 로봇의 얼굴 사진들. 실험 참가자들은 이 얼굴들을 보고 호감도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UC샌프란시스코]

 이후 사람들의 선택을 표로 나타낸 결과 앞서 보셨던 것과 같은 불쾌한 골짜기의 곡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합니다. 연구를 주도한 마야 마서 박사는 "이 연구는 불쾌한 골짜기 효과가 사람들이 로봇을 인식할 때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불쾌한 골짜기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모리지만, 이 '불쾌함'의 개념은 1906년 독일 정신과 의사 에른스트 옌치가 가장 먼저 규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옌치에 따르면 독일어로 운하임리헤(das Unheimliche)라고 하는 이 불쾌함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가 정말 살아 있는 건지, 아니면 반대로 생명이 없다고 여겨진 존재가 마치 살아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이라고 합니다.  
 
나아가 옌치는 "어떤 존재가 인간인지 기계인형(automaton)인지 독자로 하여금 혼란에 빠지게 만듦으로써 불쾌함을 쉽게 조성할 수 있다"며 이 심리 현상이 문학 작품에 사용하기에 아주 좋은 장치라고 설명했는데요.
 
오늘날 '애너벨' 등 공포 영화 감독들은 옌치에게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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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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