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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닭에게 모래목욕을 시켜라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

닭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닭의 사육환경에 관심이 쏠리게 된 건 한편으론 다행스럽다. 닭 진드기는 닭이 있는 곳이라면 늘 존재한다. 필자는 8년 전 독일 뮌헨 수의대 동물복지연구소에서 산란계 연구를 시작했다. 닭 20마리를 실험실에서 키우면서 관찰했다. 실험실 내 사육장은 유럽연합(EU)의 규정보다 5배 넓은 공간으로, 닭 한 마리당 하나의 둥지와 하나의 모래목욕 판, 하나의 횃대를 제공했는데도 닭 진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닭 진드기의 공격으로 닭들은 간지럼에 몸부림치면서 제대로 잠자지 못했다. 닭이 진드기로 인해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몸소 관찰했기 때문에 닭이 있는 농가 내의 해충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필자는 잘 안다. 해충 작업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수의사의 권장이나 설명 없이 해충제를 쉽게 구해 마구 살포할 수 있었다는 건 큰 문제다.
 
닭 진드기는 해충제 외에 닭들이 스스로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모래목욕 방식이다. 방목형의 닭들은 횃대에서 잠을 자다가 이른 아침에 깨어나 자신의 부리로 털 정리를 하고 아침밥을 먹는다. 산란계의 경우 알 낳을 아늑한 둥지를 찾아 알을 낳고, 늦은 오전에 모래목욕을 한 뒤 부리로 주변을 탐색하고 쪼며 활동하다 저녁이 되면 다시 횃대 위에 올라가 잠을 청한다. 이것이 바로 닭의 자연 습성을 기반으로 한 기본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란계 복지 연구에서 모래목욕은 빠지려야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인간이 물로 목욕하고, 돼지는 진흙으로 목욕하듯이 닭은 모래목욕을 하면서 외부 기생충을 제거하고 깃털 정리를 한다. 흙이나 모랫바닥을 접할 수 있는 방목형 사육장에서 닭은 이틀에 한 번 20분 정도 모래목욕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당수 산란계 농장에서는 활용이 불가능한 방법이다. 한국의 산란계 농장 중 90% 이상이 배터리 케이지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케이지에서는 닭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정상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닭 한 마리당 A4 용지보다도 작은 공간에 살기 때문에 사료를 먹고 달걀을 낳는 것 이외에 다른 동작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케이지 사육에선 닭의 이상 행동이 많이 나타난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목욕행동을 하다가 좌절하며 스트레스가 커진다. 또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케이지 안의 다른 닭 깃털을 부리로 뽑는다. 그 자리에 상처가 나기 일쑤다. 포유류보다 시각이 발달한 조류인지라 다른 닭의 피부에 혈흔이 생기면 흥분해 부리로 더 쪼게 된다. 상처는 더욱 심해져 죽음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이를 동종 간의 살해,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라고 한다. 동물복지 차원에서 피할 일이고, 농장주 입장에서도 손해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2012년부터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했다. 세계적으로도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하고 케이지 프리(cage free) 사육장의 달걀을 먹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많은 소비자는 배터리 케이지 사육장에서 케이지 프리 사육장으로 바뀌게 되면 달걀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걱정한다. 분명 조금은 오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되도록 생산비가 덜 오르게 하면서 유통구조 혁신에 관한 전문가 연구를 활용해 달걀값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한 예로 윤리적 소비가 오랫동안 이뤄져 온 독일을 들 수 있다. 이 나라는 케이지 사육에서 생산된 달걀이 전체 소비량의 2%밖에 되지 않는다. 실내 평사 사육의 달걀 소비량이 64%며 나머지는 방목형·유기농형 사육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그런데 실내 평사 사육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제로 케이지에서 사육된 달걀보다 크게 비싸지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 계란값보다 비싸지 않다. 독일에 사는 동안 실내 평사 사육의 달걀이나 방목형 달걀을 사 먹는 습관이 들었다가 귀국한 뒤로 마트에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을 찾을 수 없어 고생했다. 그나마 최근에 대형마트에서 동물복지인증 달걀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일반 달걀보다 너무 비싸서 살까 말까 망설이는 경우가 잦다. 동물복지인증 달걀의 공급량이 케이지 사육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겠지만 사육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면 그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동물도 사람처럼 안락함을 추구한다. 닭이 덜 고통받고 조금 더 편하게 사육된다면 더 좋은 달걀을 낳아 주고 소비자의 마음의 짐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살충제 달걀 파동을 계기로 닭이 모래목욕을 할 수 있는 농장이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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