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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선배 … "파격 넘어선 충격 인사”

다음달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박종근 기자]

다음달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박종근 기자]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는 지난 5월 신임 대법관 1차 후보 36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당시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후보에 지명되면서 대법관이 되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21일 대법원장 후보가 됐다.
 
그는 사법연수원 기수로 양승태(69·2기) 현 대법원장의 13년 후배다. 6년의 임기를 감안해도 7년이 빠르다. 대법원장을 제외한 현직 대법관(13명) 중 9명이 김 후보자에게 연수원 선배다.
 
56년 만에 대법관 출신이 아닌 대법원장 후보자가 등장했고 기수가 파괴됐다는 점에서 법원 관계자들은 향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청와대가 사법부 개혁에 대한 의지와 가치관을 인선 기준으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수와 서열이 파괴됐다는 점에서 더 이상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을 법관의 마지막 승진 자리로 생각하지 말라는 암시로 해석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파격을 넘어 충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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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인사가 ‘용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선배 법관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우리도 궁금하다. 검찰처럼 인사에서 선후배가 역전되면 조직을 떠나는 문화는 없지만, ‘옷을 벗어야 하나’ 고민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에 대한 임명 제청권이 있으며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을 맡는다. 헌법재판소 재판관(3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3명), 국가인권위원회 위원(3명)의 지명·추천권도 대법원장의 권한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 임명되는 대법원장은 이번 정부에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10명과 헌법재판관 2명의 후임자를 선택할 수 있다. 내년에 박보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 대법관 등 6명이 임기를 마친다. 김 후보자의 성향과 소신이 대법관 후보군에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른바 ‘독수리 5형제(이홍훈·전수안·김영란·김지형·박시환 전 대법관)’를 넘어서는 진보 대법관 진용이 꾸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수안 전 대법관은 페이스북에 “법원 개혁을 바라는 법관들의 간절한 염원이 맺은 결실이네요. 보편적 국제인권 기준에 따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대법원 판례도 기대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비판해 온 김 후보자가 법원 조직과 인사·예산 등 사법 행정에도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사법부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개혁 성향으로 상당히 존경받는 판사였다. 사법부 내부의 개혁 요구와 분열을 봉합하는 데 적합한 인사다”고 평가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전 수석 대변인인 노영희(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최후의 보루로서 사법부는 보수적인 측면이 있는데 이번 지명은 파격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김 후보자가 회장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는 ‘사법부의 이념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해체된 조직”이라며 “대법관 후보로도 논란이 있는 사람을 이념적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로 사법부의 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사법부를 대통령의 수하에 놓으려는 시도다”고 지적했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파격과 코드’만 강조된 인사”라고 논평했다.
 
김 후보자와 함께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한 판사 출신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권과 노동에 확고한 의지를 가진 분”이라며 “우리 사법사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듯하다”고 말했다.
 
윤호진·현일훈·박사라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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