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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먹거리 상징 ‘HACCP’ 농장 29곳서 살충제 검출

믿을 만한 먹거리 징표로 여겨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이 ‘살충제 계란’을 계기로 허점을 드러냈다. “축산물과 식품의 생산·유통에서 위생을 해칠 요인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이라던 정부 홍보가 무색해졌다.
 
해썹 인증은 산란계 농장의 경우 전국 1239곳 중 57%(705곳)가 받았다(지난 10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농가·제조업체 등의 신청을 받아 서류 검토와 현장 실사를 거쳐 인증한다.
 
그런데 지난해 11월까진 이들 농장의 해썹 기준에 ‘살충제’가 없었다. 살모넬라균과 항생제 포함 여부만 확인했다. 인증원은 뒤늦게 지난해 11월 농가 점검 시 쓰는 표준관리기준서에 살충제를 추가했다. 이마저도 법적 근거는 약하다.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기준’ 고시가 바뀌지 않아서다. 계란에 대한 잔류 농약 검사도 따로 하지 않는다. 인증원 역시 “법적 의무는 아니다. 농가에서 대개 우리 기준서에 맞춰 서류를 작성하기 때문에 기준을 지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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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준 추가 후에도 해썹 농가에서 살충제 사용은 사라지지 않았다. 새 기준 이전에 인증받은 농가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에 기존 해썹 농장 28곳에서 살충제 오염이 드러났다. 새 기준 이후에 인증받은 곳도 엄격히는 지키지 않는다. 지난 6월에 신규 인증을 받은 경북 의성군 신락농장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좌정호 식약처 식품안전표시인증과장은 “농장에서 살충제를 쓰고도 증거를 감추면 현장 조사관이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인증기준 고시에도 살충제를 추가해 법적 기준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계란을 포함해 식품·축산물 해썹 인증은 대부분 농가가 민간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는다. 제도 자체에 대해 이해가 낮아도 인증을 받는 농가가 나온다는 의미다. 경남의 한 해썹 농장은 “위탁 업체를 통했기 때문에 자세한 과정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한 컨설팅 업체 대표는 “농장주가 무엇을, 왜 지켜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고 털어놨다.
 
사후 관리에도 한계가 많다. 정부는 인증 후 연 1회 받는 정기점검을 사전 예고한다. 인증 업소에서 문제점을 정비하는 시간을 벌어줄 우려가 크다. 식약처는 올해 불시점검 비율을 인증 사업장의 30%(식품 분야)까지로 높였다. 하지만 예산·인력 부족 속에 현장 점검도 ‘수박 겉핥기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현장 심사를 나가는 담당자들도 해썹을 잘 모르기 때문에 서류 위주로 통과시킨다. 소비자를 위한 제도인데 형식적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해썹 인증을 늘리는 데만 초점을 맞춰 품질 관리는 소홀히 한다. 신규 진입 장벽을 높이고 기존 사업장도 취소할 곳은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해썹을 잘 아는 현장 조사관부터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백수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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