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연극 보러 갔다가 … 엑스트라로 데뷔?

클럽 분위기의 극장에서 카바레쇼처럼 진행되는 뮤지컬 ‘미 온 더 송’. [이지영 기자]

클럽 분위기의 극장에서 카바레쇼처럼 진행되는 뮤지컬 ‘미 온 더 송’. [이지영 기자]

“여러분, 테이블을 보시면 쪽지와 펜이 있어요. 거기에 ‘듣고 싶은 신청곡’과 ‘내 인생에서 가장 위로가 됐던 한마디’를 써주세요.(…) 중간에라도 생각나면 쓰고 조용히 손을 드세요. 바텐더가 받으러 갈 거예요.”
 
18일부터 모노 뮤지컬 ‘미 온 더 송’이 공연 중인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가수 ‘미’ 역을 맡은 배우 이영미가 객석에 말을 건다. 그의 주문에 따라 신청곡을 적어내는 관객들. 이들은 단순한 뮤지컬 관객이 아니다. 극 중 배경인 블루벨벳 라이브클럽의 손님이기도 하다. 관객이 극에 들어가 일종의 엑스트라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무대와 객석 구성도 여느 뮤지컬 공연과 다르다. 무대 주변에 테이블 석을 만들어 실제 클럽 분위기를 재현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관객들은 공연 중 술과 음료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고, ‘미’가 마지막 노래를 부를 땐 사진 촬영도 허용된다. 연출가 김태형은 ‘미 온 더 송’의 장르를 “카바레쇼 형식을 빌려 진행하는 카바레 뮤지컬”로 정의하며 “관객들이 배우의 연기를 만들어진 캐릭터 ‘미’의 가상현실이 아닌 배우 ‘이영미’의 실제 상황처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관객의 극 몰입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전형적인 무대 공연의 틀을 깬 ‘형식 파괴’ 공연들이 공연계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Immersive)’ 공연, 현장 예술 특유의 의외성과 일회성을 강조한 즉흥 공연 등이다.
 
대학로를 무대로 펼쳐진 관객참여형 연극 ‘로드 씨어터 대학로’.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학로를 무대로 펼쳐진 관객참여형 연극 ‘로드 씨어터 대학로’.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1~23일 경남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는 극장 백스테이지 투어 프로그램과 ‘롤 플레잉 게임’이 결합한 형식의 연극이다. 관객이 맡은 역할은 조연출이다. 회당 120명의 관객이 30명씩 네 그룹으로 나뉘어 회의실·분장실·대기실 등 극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 진짜 배우들이 연출가와 작가, 극장 관계자 등을 맡아 연기하며 펼치는 상황극 속에서 어리버리 어쩔 줄 몰라하는 조연출로서의 역할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연극 ‘로드 씨어터 대학로’도 배우와 관객의 경계가 무너진 관객참여형 공연이다. 무대 역시 극장의 울타리를 넘어 대학로 전역으로 확대됐다. 연극 공연이 무산돼 배우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관객들은 자취방과 술집, 극장 연습실 등 대학로 곳곳을 다니며 배우들과 함께 상황극을 펼쳤다. 극의 전개는 거리 여건과 관객들의 대응 방식에 따라 매번 달라졌다.
 
관객을 수동적인 구경꾼이 아닌 능동적인 공연의 주체로 세우는 아이디어는 나날이 참신해지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엿새 동안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하는 ‘천사-유보된 제목’은 매 공연이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열린다. 관객 개개인이 MP3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60분 동안 혼자 극장 곳곳을 다니며 특정 공간과 영상이 어우러지는 상황을 경험한다. 공연은 10분마다 한 명씩 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하루 40명의 관객만 관람할 수 있다. 다음달 21~30일 초연하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굳빠이 이상’도 관객이 작품 안에 들어가 완성하는 ‘이머시브 공연’을 표방하고 나섰다. 서울예술단 측은 “새로운 형식의 예술적 실험으로 예술의 공공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연계의 이런 흐름에 대해 연극평론가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자유롭고 다양한 원래의 연극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짚었다. 17세기 처음 등장한 ‘프로시니엄 무대(무대와 객석을 확연하게 구분한 정면 액자 형태의 무대)’ 공연을 전형적인 연극의 형식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형식이야말로 다른 예술과 구별되는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역할놀이극 형식의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번호표를 붙인 사람들이 관객이다. [사진 한국문화 예술 위원회]

역할놀이극 형식의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번호표를 붙인 사람들이 관객이다. [사진 한국문화 예술 위원회]

영화나 TV 드라마 등 영상 예술이 구현하지 못하는 현장성도 무대 공연만이 누리는 재미로 강조된다. 다음달 21~24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프로그램 중 하나로 공연할 ‘하얀 토끼 빨간 토끼’는 연출가 없는 즉흥 1인극이다. 배우는 무대에 서기 전까지 대본을 보지 못한다. 당연히 리허설도 없고, 연출가와 무대 세트도 없다. 작품 내용도 모른 채 무대에 오른 배우는 난생 처음 보는 대본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기를 펼친다. 한 명의 배우가 딱 한 번만 할 수 있는 공연이다. 이란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대본을 쓰고 2011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세계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고, 지금까지 20여 개국에서 공연됐다. 이번에 첫 선을 보이는 한국 무대에는 손숙·이호재·예수정·하성광·김소희·손상규 등 여섯 명의 베테랑 배우가 출연해 여섯 번의 공연을 책임진다.
 
정수연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겸임교수는 “즉흥 공연은 가장 고전적 형태의 공연”이라면서 “체험을 강조하는 현 시대 문화 조류에도 잘 맞는다”고 분석했다. “즉흥성 자체가 체험의 본질이다. 정보도 없이, 예측도 못한 채 어떤 상황 속에 들어가는 것만큼 강한 체험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