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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학교’란 놀림 싫어 54년 만에 교명 바꾼 초등생

“내친 김에 내년에 6학년이 되면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고 싶어요. 교명 변경 공약이 최종 실현되면 학교 친구들을 위해 또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요.”
 
부산시 기장군 대변리에 위치한 대변(大邊)초등학교 학생부회장 하준석(5학년·사진) 군이 밝힌 당찬 포부다.
 
하군은 대변초등이 1963년 기장국민학교 대변분교에서 대변국민학교로 독립한 지 54년 만에 교명 변경을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대변초등은 이르면 연말에 용암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학교 이름이 바뀐 적은 있지만,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이 학교는 과거에도 교명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일부 동문과 주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교명 변경을 이끈 하군은 지난 2월 학생부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교명 변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군은 초등 3년 때 기장군수배 축구대회에 나갔다가 다른 학교 친구들이 ‘똥학교’로 놀려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놀림 받고 상처 받는 친구들이 많다고 확인한 하군은 오히려 교명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하군은 부회장에 당선되자마자 교장 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지난 4월 열린 기장 멸치 축제에 서명을 받으러 나갔다. 그는 “처음에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3명의 서명을 받고 나니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하군은 축제 3일 동안 40여 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그러자 동창회와 학부모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창회는 4월 17일부터 보름간 2800명의 졸업생 중 1000여 명을 대상으로 교명 변경 설문조사를 했고, 83%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군은 설문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반대하는 동문들을 설득하기 위해 교명 변경의견수렴 공청회에 참가해 “‘똥학교’라고 놀림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지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연설했다. 또 지난 6월에는 동문 선배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 교명 변경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같은 달 기장 군수를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군이 뛰어다니는 동안 학생회·학부모회·동창회는 곳곳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금까지 4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동창회 이사회는 지난달 21일 교명을 변경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19일에는 새 교명 ‘용암초등학교’를 정했다. 오는 25일 대변초등 운영위원회에서 새 교명을 최종 승인하면 부산교육청 교명선정위원회 심의를 28일 받을 예정이다. 이후 부산시의회가 부산시 조례를 개정하면 새 교명이 확정된다.
 
사실 대변초의 교명은 기장군 대변리(대변포)라는 지명에서 유래했는데 한글 발음이 대변(大便)을 연상시켜 다소 부정적 뉘앙스를 준다지만 알고보면 지명 유래에 부정적 의미는 없다.
 
하군은 “친구들이 칭찬하고,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해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장래희망은 육군 장교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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