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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한·중 25년, 겉은 뜨겁고 속은 차가운 ‘아이스크림 튀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을 혹자는 ‘지나는 구름’에 비유한다. 한바탕 먹구름이 가시고 나면 다시 따사한 햇살이 비추리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 과연 그럴까. 사드 갈등은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인 것으로, 앞으로 유사한 마찰이 한·중 사이에 반복될 것이란 분석이 많이 나왔다. 현대중국학회(회장 정종호)와 한국고등교육재단(이사장 최태원)이 본지 중국연구소 후원으로 공동 개최한 학술회의 자리에서다. 
 
5년 전 이맘때다. 한·중 수교 20주년 행사가 열린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뜻밖의 거물이 등장했다. 몇 달 후면 중국 공산당 1인자에 오를 게 확실시되던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참석한 것이다. 뜻밖이라 한 건 그가 지난 몇 주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며 권력투쟁설 등 온갖 루머가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규형 당시 주중 대사는 훗날 중국 지인들로부터 시진핑이 허리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진통제를 맞고 참석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한·중은 수교 25주년 기념행사를 따로 열고 있다. 양국 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말이 돈다. 사드 갈등이 원흉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도대체 뭐가 잘못됐나. 지난 18일 서울 한국고등교육재단 콘퍼런스홀에선 이례적인 학술 모임이 열렸다. 중국을 연구하는 국내 대학의 중국연구소 8곳과 전 주중 대사 5명 등이 대거 참석해 ‘한·중 수교 25년,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양국 관계 진단에 나선 것이다.
 
사드 갈등은 왜 생겼나. 크게 두 갈래 답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가 주장한 한·중 수교 25년 동안 축적된 내적 취약성의 결과란 지적이다. 내적으로 취약했다는 게 무슨 뜻인가. 한·중 관계가 압축 성장하다 보니 내실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가 외화(外華)의 고공행진을 거듭했다면 외교·안보 분야는 내빈(內貧)으로 허덕였다는 이야기다.
 
이문기 세종대 교수는 그런 한·중 관계를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뜨거운 기름에 튀긴 ‘아이스크림 튀김’에 비유했다. 겉은 뜨거웠지만 속은 냉랭했다는 것이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따라서 오히려 지금이 과거의 불균형을 잡아가는 조정 과정이라고 보고 차분하게 양국 관계를 다시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사드 갈등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었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는 사드 마찰이 한·중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변화한 데서 기인하는 구조적 갈등의 소산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중국이 바뀌었다. 과거 덩치만 큰 후진국에서 이젠 글로벌 수퍼파워로 변신하며 한국을 대하는 입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격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 역시 한·중 갈등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적됐다.
 
권병현 전 주중 대사는 보다 직설적으로 사드 갈등의 배후에 미사일방어(MD) 체계 문제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MD 체계에 한국이 가입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즉 중국은 한국에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종욱 전 주중 대사가 소개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생각 세 가지 또한 시사하는 바 적지 않았다. 한반도 통일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통일 정부는 중국에 우호적이어야 한다, 통일 한국이 중국에 적대적인 국가와 동맹을 맺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 한·미 동맹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이 읽힌다. 이와 관련해 신정승 전 주중 대사는 과거 중국은 한·미 동맹을 한반도 안정에 기여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이었으나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 이뤄진 2008년 이후엔 한·미 동맹에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드 갈등은 새로운 조정기를 맞은 한·중 관계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이홍규 동서대 교수는 말했다. 사드가 아닌 다른 문제를 갖고도 언젠가는 터질 갈등이었다는 게 양갑용 성균관대 교수의 해석이다. 조영남 서울대 교수는 따라서 마치 사드 문제만 해결되면 한·중 관계가 과거와 같이 전면적인 협력 관계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다음엔 남중국해 문제가 한·중 관계를 또다시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이문기 교수는 전망했다. 남중국해는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미국과 역외 국가는 참견하지 말라는 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곳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초 독일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 만남 때 국제규범 준수를 강조한 바 있는데, 이것이 미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으며 중국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행사에서 축사를 한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한·중이 앞으로 기울여야 할 노력 중 하나로 합리적인 국제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남중국해 문제에서 한국이 미국의 입장을 따를 게 아니라 중국의 합리적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렇다면 구조적 문제인 사드 갈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수교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수교 때 한·미 동맹과 북·중 특수관계를 상호 존중하던 입장에서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궈훙 대사 역시 시진핑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및 회담에서 “초심을 잃지 말자”고 두 차례나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상호 존중,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유지 등을 추 대사는 초심으로 해석했다.
 
이정남 교수는 한·미 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의 동시 발전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이 어떤 강대국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은 절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동률 교수는 한·중이 새로운 협력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장환 한신대 교수는 한·중 이익의 교차점을 찾기 위한 아이디어로 한반도에서 시작하는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제시했다.
 
사드에 대한 국내 입장부터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규형·권영세 두 전 주중 대사는 사드와 관련해 만일 우리 사회가 한목소리를 냈다면 중국이 계속 사드 공세를 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욱연 서강대 교수는 사드 갈등으로 중국의 민낯뿐 아니라 우리의 민낯 또한 드러났음을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학계와 언론, 정부의 대중 대응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민감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무난한 교류만 해 온 수교 25년을 반성해야 한다는 장정아 인천대 교수의 지적과 이젠 우리가 중국을 이끌 수 있는 대국(大國)정신을 가질 때라는 이현정 서울대 교수의 주장 또한 많은 눈길을 끌었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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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