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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2017년 세법 개정안

중앙일보 <2017년 8월 3일 30면>
포퓰리즘 복지가 부른 포퓰리즘 증세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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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2017년 세법 개정안은 예상대로였다. 여당이 앞장서고 경제 관료가 어색하게 뒤를 따랐던 ‘부자 증세’ 방안이 그대로 담겼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분배를 개선하겠다는 게 세법 개정안의 취지라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고려 때문에 일방적·즉흥적으로 결정된 증세”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국회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요란하게 증세를 얘기했지만 정작 이번 개정안으로 생기는 증세 효과는 5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새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178조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했던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세법 개정안보다도 증세 효과가 떨어진다. 2013년 세법 개정안의 증세 효과는 9조2000억원이었다. 전격전처럼 진행됐던 ‘부자 증세’가 ‘증세 없는 세제 개편’보다 못한 셈이다.
 
증세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세출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 허투루 낭비되는 국민 세금이 없어야 납세자도 흔쾌히 지갑을 연다. 최저임금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거나 공무원을 무리하게 늘리는 ‘포퓰리즘 복지’에 재정이 쓰인다면 납세자를 설득하기 힘들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증세가 꼭 필요하다면 중산층을 포함하는 보편적 증세가 돼야 한다. 국민개세주의 차원에서 근로소득자 면세자도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일반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어버렸다.
 
증세 논의가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편 가르기식 접근으로 이어지면 ‘포퓰리즘 증세’라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치적 부담이 없는 선택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세금 문제에 쉽고 편하기만 한 ‘꽃길’은 없다.
 
한겨레 <2017년 8월 3일 23면>
소폭에 그친 증세, ‘지출 구조조정’으로 보완해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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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간 세수 효과가 5조5000억원에 이르는 2017년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세수 효과가 10조5000억원이던 2009년 세제 개편안 이후 증세 규모가 가장 크다. 하지만 이 정도로 100대 국정과제 실행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데 지장이 없을지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우선 내년 예산안에서 기존 정부 지출을 효율적으로 삭감해 재원을 둘러싼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올해 세법 개정안은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질을 높이는 쪽에 세제 지원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근로장려금 지급액을 10% 인상해 일하는 저소득 가구 지원을 확대하고, 과세표준 3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세율을 2%포인트씩 인상해 소득 재분배를 꾀했다.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과거 수준(25%)으로 환원한 것은 세입 기반을 확충하자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인하를 필두로 한 ‘대기업 감세’, 박근혜 정부 시절 담뱃세 인상으로 대표되는 ‘서민 증세’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세제 개편 방향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철학을 담았으면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증세는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부담이 집중된다. 세수 효과 5조5000억원 가운데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에 따른 것이 1조1000억원,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따른 것이 2조6000억원으로 두 세목에서 3조7000억원을 더 걷게 된다.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세제와 견줘 전혀 과하지 않다. 공평과세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다만 근로소득세의 경우 면세자 비율이 46.8%나 되는데, 이를 전혀 손보지 않은 것은 아쉽다. 5년 내내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는 증세가 없을 것이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곧 설치할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긴 안목으로 나라 살림의 앞날을 논의해야 한다.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폭넓은 국민의 공감 속에 세금을 늘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복지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도 증세는 소폭에 그친다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정부 지출을 일부 삭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에 이해가 걸린 사람들의 반발과 압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우선순위를 잘 따져 ‘세출 구조조정’의 첫 단추를 잘 채우기 바란다.
 
논리 vs 논리
증세보다 세출 구조조정이 우선 vs 근로소득세 면세 손보지 않아 아쉬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세법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세법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정부는 지난 8월 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증여법 등 13개 세법의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세법 개정안으로 소득 재분배와 일자리 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세법 개정안은 먼저 과세표준(세법에 의해 세액 계산의 기준이 되는 금액) 3억~5억원인 사람에 대한 소득세율은 현재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자는 40%에서 42%로 각각 올리고 순익 2000억원이 넘는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은 현행 22%에서 25%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증세에 따른 세수 증가 효과는 연간 5조5000억원이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고소득층과 대기업은 세 부담이 6조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1조원가량 감소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포퓰리즘 복지가 부른 포퓰리즘 증세”. 중앙의 사설 제목이다. 중앙은 이번의 세법 개정안을 ‘포퓰리즘 증세’로 규정한다. 이번 세법 개정안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한 반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는 세금 부담을 줄인 것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기보다 다수의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는 것이 중앙의 지적이다.
 
중앙은 “이번 개정안으로 생기는 증세 효과는 5조5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증세 효과의 의의를 축소한다. 이른바 ‘부자 증세’는 상위 소수를 과세 대상으로 삼아 세금을 더 거두기 때문에 대상이 아무리 고소득층·대기업이라 하더라도 늘어나는 세금에는 한계가 있다. 중앙은 문재인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했던 박근혜 정부의 2013년 세법 개정안과 비교한다. 당시의 증세 효과는 9조2000억원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인한 증세 효과는 5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번 세법 개정안의 취지가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분배를 개선”하는 데 있다 하더라도 개정의 실제적 효과만을 고려할 때 새 정부의 100대 과제를 이행하는 데 5년간 필요한 178조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 중앙의 비판적 지적이다.
 
한겨레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철학을 담았으면 무난하다”고 이번 세법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고소득층이나 순이익을 많이 내는 대기업에는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이를 재원으로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과세는 소득에 따라 불공평하게 하되 그 효과는 골고루 공평하게 나눠 갖게 하자는 것이 과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다.
 
저소득가구를 대상으로 한 근로장려금 지급액 10% 인상, 과세표준 3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한 세율 2%포인트 인상, 2000억원이 넘는 기업의 법인세율 25% 인상(현행 22%) 등 한겨레는 이번 증세가 부자 증세를 통한 서민 지원에 있음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소득 재분배 효과의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세법 개정안의 의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증세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세출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함을 역설한다. 세금이 꼭 필요한 데 쓰여야지 최저임금 일부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거나 공무원을 무리하게 늘리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증세와 관련해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는 방안으로 중앙이 제시하는 해법은 바로 ‘보편적 증세’와 ‘국민개세주의’ 원칙이다.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란 헌법 제38조에 명시돼 있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 ‘국민이면 모두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이고, 부자 증세처럼 특정 계층에만 편파적으로 과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과세의 부담을 모든 계층에 지우자는 ‘보편적 증세’의 원칙이다. 국민개세주의와 보편적 증세에 의거해 과세하면 과세에 따르는 저항, 이른바 조세 저항도 줄어들고 국가의 재정 건전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며 중앙은 ‘중산층을 포함한 증세’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부담이 집중된 이번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한겨레는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세제와 견줘 전혀 과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단적으로 "공평과세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우호적으로 평가한다.
 
한겨레는 부자 증세를 소득 재분배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세수 증대 측면에서 중산층에 대한 과세 자체는 반대하고 있지 않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면세자 비율이 46.8%나 되는데, 이를 전혀 손보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평가한 대목이 이를 말해 준다. 한겨레의 주장을 국민개세주의나 보편적 증세의 논리로 확대해석할 것까지는 없겠다. 하지만 근로소득세 납세 대상자(1733만 명) 가운데 47%(810만 명)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겨레의 주장은 면세자 수를 대폭 줄여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세수 증대의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한겨레는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는 증세가 없을 것이라고 한 말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곧 설치할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나라 살림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논의해야 함을 당부한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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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