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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맛집] 28 논 없는 제주에서 쌀이 난다고?

밭에서 난 쌀 산듸를 커다란 양푼에 담아 먹는 낭푼밥상은 제주의 일상식이다. [중앙포토]

밭에서 난 쌀 산듸를 커다란 양푼에 담아 먹는 낭푼밥상은 제주의 일상식이다. [중앙포토]

제주 식문화를 살펴보자면 제주가 정녕 우리 안의 이국(異國)이라는 게 실감 난다. 전국팔도에서 똑같이 유교식 제사를 지내는데도 제주식 제삿밥은 뭔가 다르다. 흰쌀밥 대신 제사상에 떡하니 ‘빵’을 올린다. 생각해보니 관광객이 제주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제주 음식도 대부분 보리나 밀로 만든 것이다. 고기 ‘국수’니 보리 ‘빵’이니 하며, 쌀 이외의 곡식 먹기에 열을 올린다. 한국인의 주식은 쌀이라지만, 제주에서만큼은 해당하지 않는 말 같다.

예부터 논벼 말고 밭벼 ‘산듸’로 밥 지어먹어
끊긴 산듸 명맥 이은 제주 가정식 전문점 낭푼밥상
쌀 외에도 농가와 협업해 재료 공급받아
채소·해산물···식재료 98% 제주서 조달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떠올려보면 이같은 제주의 음식문화는 외려 당연하다.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섬 제주 땅은 구멍이 숭숭 뚫린 거대한 현무암 지대다. 물을 가둬두는 논이 없다. 아니 논을 만들기가 원체 힘들다. 제주 땅은 흙이 폴폴 날리는 ‘뜬땅’이다. 대신 밭농사는 기가 막히게 잘 된다. 화산재가 섞인 기름진 땅인데 배수도 좋다. 그래서 제주 농사는 90% 이상이 밭농사고 과수농사다. 
그렇다면 제주 사람들이 쌀을 먹지 않았느냐. 답은 '먹었다'이다. 아니, 먹은 정도가 아니라 육지 못지않게 즐겼다. 섬사람들은 물이 죽죽 빠지는 텃밭에 가족이 먹을 벼를 심었다. 이런 쌀을 제주말로 산듸(밭벼)라고 한다. 물자 유통이 원활해지면서 육지의 너른 평지에서 난 기름진 쌀이 제주에도 홍수처럼 밀려왔다. 육지의 기름진 쌀이 제주의 식탁에 오르면서 산듸는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제주 애월읍에 있는 제주 향토음식점 낭푼밥상. [중앙포토]

제주 애월읍에 있는 제주 향토음식점 낭푼밥상. [중앙포토]

제주 애월읍에 있는 제주 향토음식점 낭푼밥상.[중앙포토]

제주 애월읍에 있는 제주 향토음식점 낭푼밥상.[중앙포토]

 낭푼밥상 내부. [중앙포토]

낭푼밥상 내부. [중앙포토]

2016년 산듸를 만날 수 있는 음식점이 생겼다. 제주도향토음식 명인 1호이자 아직까지 유일한 명인 김지순(81)씨가 제주 애월읍에 차린 ‘낭푼밥상(064-799-0005)’이다. 제주에서, 아니 우리나라에서 산듸밥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식당이다. 지순 명인의 아들이자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양용진씨가제주 가정식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식당을 꾸려 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제주 유일의 향토음식 명인 김지순씨. [중앙포토]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제주 유일의 향토음식 명인 김지순씨. [중앙포토]

“자본의 논리대로라면 제주산 쌀은 생산성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육지 쌀과 대결할 수 없지요. 하지만 제주 가정집에서 먹던 음식 그대로를 지켜나가고 싶은 욕심에 제주 쌀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
양 원장은 제주 토종 식재료를 얻기 위해 제주에서 소규모로 농사짓는 사람들을 찾아가 일일이 설득했다. 일단 농사를 지으면 낭푼밥상에서 수급하기로 조건을 달고, 산듸며 제주 토종 물고구마·제주보리·제주콩 등을 계약재배하고 있다. 제주 소농가와 낭푼밥상의 협업으로 현재 낭푼밥상은 식재료의 98%를 제주에서 조달한다. 소금·식초 등 기본양념을 제외하고 해산물·육류·채소, 그리고 쌀을 모두 제주에서 얻는다. 제주식 팜투테이블(farm-to-table, 로컬 식자재로 만든 요리는 내는 식당), 제주의 ‘푸드 마일리지 0’ 식당이라 봐도 좋다.
 낭푼밥상은 식재료 98%를 제주에서 조달한다. 낭푼밥상 상차림. [중앙포토]

낭푼밥상은 식재료 98%를 제주에서 조달한다. 낭푼밥상 상차림. [중앙포토]

쫄깃쫄깃한 제주 흑돼지며 ‘생선의 왕’으로 불리는 제주 옥돔이며 진귀한 음식이 한 상 차려지지만 낭푼밥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밥’이다. 제주 서민 가정에서 먹는 방식 그대로 낭푼밥상에서는 놋그릇 낭푼(양푼의 제주 사투리)에 밥을 한 주걱 담아준다. 숟가락만 가져오면 누구나 가족처럼 밥을 먹을 수 있는 모습이 정겹다. 
산듸는 이천쌀이나 김제쌀처럼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지는 않는다. 식감이 포슬포슬하고 풋풋한 향이 있다. 밥을 잘근잘근 씹으면 입 안에 연한 풀냄새가 난다. 산듸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역시 우영(텃밭)에서 갓 딴 제주배추. 배춧잎을 뜯어 밥 한 숟가락 올리고 제주푸른콩된장을 곁들여 와삭와삭 씹으면 된다. 
햇콩가루로 끓인 제주식 콩국. [중앙포토]

햇콩가루로 끓인 제주식 콩국. [중앙포토]

낭푼밥상은 명인코스(1인 5만5000원), 명인스페셜(1인 7만7000원) 등 코스요리만 운영해오다 올해 초부터 밥과 국에 간단한 찬을 곁들여 주는 낭푼밥상(1인 1만8000원)도 선보이고 있다. 햇콩가루로 끓인 콩국, 제주식 해물탕인 바릇국, 돼지 잡뼈를 넣고 우린 접짝뼈국 중 하나를 선택해서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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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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