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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도 자극도 없이 '택시운전사' 천만명 태웠다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20일 한 영화관. 개봉 19일 만이다. [연합뉴스]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20일 한 영화관. 개봉 19일 만이다. [연합뉴스]

이달 2일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20일 오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첫 1000만 영화다. 역대 국내 개봉 영화 중 19번째, 한국 영화로는 15번째다. 
 하지만 비교적 조용한 1000만 돌파다. 2014년 1000만 영화 ‘명량’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고, 같은 해 개봉한 ‘국제시장’이 과도한 애국주의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점과 비교하면 '택시운전사'는 모범생 같은 영화였다. 그런데도 1000만 관문을 넘었다. 비결이 뭘까. 흥행 배경을 분석했다. 

20일 1000만 관객 돌파
한국 영화 중 15번째 역대 19번째
역사적 사건을 인간적 어법으로 담담히 그려
논란, 노이즈 마케팅 없이 조용히 천만 돌파

 
 흥행코드 선명하지 않았지만  
 
 '택시운전사' 역시 '명량' '국제시장'처럼 '과거사'를 소재로 한 영화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건드렸다. 하지만 장훈(42) 감독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을 다룬 영화”“광주 사건 전체를 재정의하거나 기록하려 하지 않았다”며 역사적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 영화는 한 시민의 시선을 담담히 따라간다. 서울의 택시 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이 80년 5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서울에서 광주로, 다시 서울로 데려오는 이야기이다. 실제 사건을 재현했지만 무게중심은 아무래도 삼엄한 통제 속에 총격이 벌어지는 광주보다는 인물에 쏠린다. 
 
  
배우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로 세번째 '1000만 배우'가 됐다. 앞서 '변호인' '괴물'이 1000만을 넘었다. [사진 쇼박스]

배우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로 세번째 '1000만 배우'가 됐다. 앞서 '변호인' '괴물'이 1000만을 넘었다. [사진 쇼박스]

영화는 심지어 광주 시민들이 백주 대낮에 총 맞는 장면조차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처리한 느낌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광주를 보여주기 때문에 사건에 진입하는 영화의 속도가 관객이 영화에 감정이입하는 속도와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 정치적, 역사적 메시지를 담은 부담스러운 영화로 느껴지지 않는 건 그 때문”이라고 평했다.
 
 별다른 오락성도 없다. 거대한 스펙터클과 장중함을 내세우지 않았다. 영화 후반부 택시기사들과 군인들의 차량 추격전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 맞지 않고 튀어보였을 정도로 영화는 감정의 굴곡을 최대한 억누른 모습이다. 최근 한국 영화의 판에 박힌 성공 공식, 즉 권력 투쟁, 음모, 범죄, 폭력 같은 장치도 없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장훈 감독은 역사적 내용을 인간적 어법으로 감싸안는 데 장기가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편하고 알기 쉬운 언어를 무리없이 구사해 넓은 층의 관객을 모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
 실제로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15일 ‘택시운전사’ 관객 가운데 20대와 50대 이상의 비율은 같은 기간 CGV에서 상영된 영화들의 전체 평균보다 높다. ‘택시운전사’는 20대 31.4%, 50대 이상이 12%였다.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CGV 평균은 20대 30.5%, 50대 이상 10.6%였다. 고른 연령층이 영화를 봤다는 얘기다.  
 
 
 착한영화라는 이미지 심어줘
 
 내용과 별개로 대진운도 좋았다. 일주일 전 개봉한 ‘군함도’는 상영관 2000개를 독식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렀다. 애국주의를 강조한 '국뽕 영화', 조선인 내부 분열을 그린 친일 영화라는 논란도 일었다. 220억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완성도보다 오락성을 앞세운 영화라는 평도 들었다. 그런 논란 속에 ‘군함도’의 상영관은 급속히 줄었다. 
 
유해진(왼쪽), 류준열 등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함께한 '택시운전사' [사진 쇼박스]

유해진(왼쪽), 류준열 등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함께한 '택시운전사' [사진 쇼박스]

 ‘택시운전사’는 '군함도'의 반사이익을 봤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택시운전사’ 역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개봉 첫날 상영관 숫자가 무려 1400개었다. 하지만 대기업이 상영관을 무리해서 늘린 건 아니라는 인식이 퍼졌다. 영화 제공ㆍ배급사인 쇼박스의 최근하 홍보팀장은 “특히 자생적인 단체 관람이 눈에 띈다. 한 시인이 SNS에 함께 영화 볼 200명을 선착순 모집하거나 젊은 관객이 부모님을 위해 티켓을 선물하는 등, ‘택시운전사’를 다함께 보는 것이 일종의 가치있는 행동으로 자리잡는 듯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시대 첫 1000만 영화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도 영향을 끼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영화를 보고  “아직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고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발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6일 영화를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동영상이 SNS에서 아직까지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시점에 개봉된 것도 영화로서는 복이다. 
장훈 감독은 개봉 직후 인터뷰에서 “광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5월 기념식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만들 땐 조심스러웠던 부분들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2년 전 시나리오를 접하고 "아직도 고통스러운 역사를 다룬 내용이라 다루기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일주일 간 망설이다가 연출을 맡기로 결심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만약 지난 정권이었다면 영화는 뜨거운 논쟁을 불렀을 테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이 영화가 잘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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