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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주민들, 경비원 최저임금 인상 따른 3가지 대응책 보니…인력감축(원칙형), 근무시간단축(꼼수형), 주민부담(포용형)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 아파트 각 동 1층 게시판에 8월5일 자로 ‘경비원 운영방식 변경안’ 안내문이 붙었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 아파트 각 동 1층 게시판에 8월5일 자로 ‘경비원 운영방식 변경안’ 안내문이 붙었다. [연합뉴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7530원)이 올해(6470원) 보다 16.4% 인상된 이후 경비원을 많이 두고 있는 전국의 아파트 단지들이 비용부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아파트마다 관리비 부담 인상 앞둬
1.원칙형-늘어나는 부담만큼 법대로 인력 감축 맞서
2.꼼수형-근무시간 줄여 증가한 비용부담 낮추기도
3.포용형-인상분을 주민이 부담하고, 고용 현행 유지

최저임금 인상이 일부단지에서 경비원 일자리 없애는셈
고용유지 해도 근무시간 줄이면 결국 급여 줄어들어
주민-경비원 직접 임금협상 필요하다는 시각도

 
21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민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대체로 3가지 유형으로 대응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원칙형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경비원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꼼수형 열악한 경비원들의 형편을 감안해 기꺼이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포용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주택(1636만가구, 2015년11월 기준)의 59.9%(980만가구)가 아파트다. 전국의 주택 10가구 중 6가구가 아파트여서 그만큼 경비원의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받는 주민이 많다는 얘기다.
  
일부 아파트 단지가 인상된 최저임금만큼 비용을 떠안겠다고 선언해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아직 대다수 아파트 단지들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원칙형과 꼼수형을 선택할 단지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경비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경비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달 15일 최저임금 인상방침을 발표하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 A아파트 게시판에는 불과 20일만인 지난 5일 '경비원 운영방식 변경안'이 나붙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인력 감축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관리사무소 측은 “2018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현재의 경비원 운영방식으로는 관리비 부담이 상당히 커집니다. 이에 따라 운영방식을 바꾸고자 입주민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려 합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붙였다. 
 
현재 격일제로 근무하는 경비원 35명을 25명으로 줄이고 20명은 주간, 5명은 야간으로 근무하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관리비가 4000만원 절감된다'는 설명도 붙었다. 최저임금이 내년부터 16.4% 인상되면서 각 가구(1651가구)의 관리비가 월 5000원 정도 늘어나서다.  
 
이 아파트의 인력감축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등에서 논란이 붙었고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인력 감축론은 현재 쑥 들어간 상태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경비원 수 감축 없이 그냥 가자’는 의견이 제기돼 24일 열리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2015년 1월부터 경비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전면(최저임금의 100%) 적용하면서 임금 인상을 기대했던 경비원들이 오히려 해고되거나 임금 삭감에 노출된 사례는 지난해에 이미 현실화 됐다.
 
아파트 단지 이미지.[중앙포토]

아파트 단지 이미지.[중앙포토]

 
인력은 감축하지 않지만 근로시간을 단축해 비용부담을 상쇄하려는 단지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B아파트의 경우 경비원 수는 줄이지 않는 대신 24시간 맞교대 근무 과정에서 통상 18시간(임금 지급)인 근무시간을 2시간가량 줄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입주민들의 추가 부담을 피하기 위한 꼼수인 셈이다. 이 경우 근무조 경비원들의 업무가 가중되거나, 일부 경비업무에 공백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일부 아파트 단지는 경비원 임금을 덜 주기 위해 늘린 휴식 시간에도 경비원에게 순찰·분리수거·청소 등의 업무를 시켜 경비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 본문 내용과는 전혀 무관합니다.[중앙포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 본문 내용과는 전혀 무관합니다.[중앙포토]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광주 지역 212명의 아파트 경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2.2%가 전년도에 비해 최저임금 인상 후 ‘휴식시간이 늘었다’고 답변했다. 당초 ‘16시간 근무, 8시간 휴식’을 했다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15시간 근무, 9시간 휴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임금을 더 주지 않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실제로는 늘어난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는 않는 경우가 많다. 경비원들의 경우 업무 특성상 근무지를 벗어날 수 없어서 사실상 휴게시간 증가 효과가 없다는 게 경비원들의 설명이다. 결국 늘어난 휴게시간에도 근무를 하면서 실제로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비원은 “분명히 부당한 조치이지만, 해고를 우려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경비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다율동 C아파트(1026가구)의 경우 주민들이 경비원들을 포용해 고통을 분담하기로 한 경우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월 1만6000여 원씩 관리비 추가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경비원 10명의 고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내년 7월까지 1년간 유효하다. 이 아파트는 기존 18시간 근무 시간도 단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입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원 감축을 검토 중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 아파트 단지 내 경비실. [연합뉴스]

입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원 감축을 검토 중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 아파트 단지 내 경비실. [연합뉴스]

 
이 아파트 입자주대표인 김광일(66) 파주시입주자대표회장연합회장은 “근무시간 단축 없이 고용을 유지해야만 경비원들에게 실질적인 임금인상 효과가 돌아간다”며 “경비원을 그만두면 대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68∼78세 고령 경비원들의 생계를 돕는 의미에서 주민들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상생'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비원 인력 감축을 주민들이 제동을 거는 곳도 생겼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한 아파트 주민은 엘리베이터에 ‘경비원 14명 해고를 반대한다’는 대자보를 붙였다. 경비원 14명을 해고하면 연간 3억원을 절약할 수 있지만 고화질 폐쇄회로TV(CCTV)와 차단기 등 설치와 유지 비용이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출근·등굣길 교통정리를 해주고 눈이 많이 온 날에 주변 정리를 해줄 경비원이 없어질 경우 입주민이 오히려 더 불편해진다고 지적하면서 "한 집당 한 달에 1만5000원가량 경비원 인건비를 부담해 14개 가정의 가장(경비원)이 해고되지 않아야 우리 사회가 안정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 단지는 지난달 28일 주민 투표에서 주민 78%의 반대로 경비원 14명 감원 계획이 백지화됐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는 아파트 경비원 부당 해고를 막기 위해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대구경영자총연합회,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대구지부와 함께 '아파트 경비직 근로자 고용안정 실천 협약'을 지난 5월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대구시와 대구고용노동청은 300세대 이상 아파트와 대구의 주요 아파트 위탁용역 업체 5곳의 고용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근로자 위원 측이 제시한 시급 7530원으로 지난달 15일 결정됐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최금주 사용자 위원(왼쪽 첫째)과 악수하는 권영덕 근로자 위원. [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근로자 위원 측이 제시한 시급 7530원으로 지난달 15일 결정됐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최금주 사용자 위원(왼쪽 첫째)과 악수하는 권영덕 근로자 위원. [뉴시스]

 
채수천(74) 경기도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현재와 같이 아파트 경비원의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될 경우 대부분의 아파트가 무인경비시스템 구축을 통한 경비원 감축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며 “고령인 경비원의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을 경감해 주기 위해서는 입주민과 경비원 간에 직접 임금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주·성남·광주광역시·대전·대구=전익진·최모란·김호·신진호·김정석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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