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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5) 국민연금 2060년 바닥…조기 고갈 막으려면

기자
최재식 사진 최재식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1년에 한 번 소리 내는 아버지의 괘종시계가 90번째 종을 울렸다. ‘아무래도 아버지보다 내가 더 오래 살 텐데’라는 생각이 바우씨의 뇌리를 스쳐 간다. “연금지급이 어려워진 국가도 있다는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괜찮을까?” 연금 하나로 살아가는 바우씨에게 이런저런 불길한 생각이 꼬리를 문다.

공무원 연금처럼 세대간 부양 방식으로 바꿔야
보험료 인상하면 기금 수명 늘고 후세대 부담 줄어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방식은 내가 낸 보험료를 적립했다가 퇴직 후 이자를 붙여 되돌려 받는 것이 아니다. 퇴직자 연금 지급에 필요한 비용만큼 재직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현역 세대의 소득이 은퇴 세대로 이전되는 구조다. 말 그대로 세대 간 부양이다.
 
1960년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30살을 좀 넘긴 1993년부터 연금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했다. 이때부터 부족한 금액은 연금기금으로 충당했다. 기금은 1997년 6조2000억원을 정점으로 2000년 1조 70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30년 이상 모아온 기금이 불과 몇 년 만에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이 많은 구조에서 연금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면서 나타난 자연적 현상이다. 이것이 부분적립방식의 운명이다.
 
2001년부터 부과방식으로 전환해 공무원과 정부가 일정률의 보험료를 내고 나머지 부족분을 정부가 보전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현직 공무원 보수총액의 21% 상당액이 은퇴한 공무원을 위한 연금으로 지급된다. 현행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2030년쯤엔 33%에 이르게 된다. 그 이후는 연금수급자가 더 늘어나지 않아 같은 수준이 유지된다.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 9%를 고려하면 정부 부담 몫이 12%에서 24%로 배가 늘어나는 셈이다.
 
 
2044년 연금지출, 보험료 수입 초과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무원연금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다.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이 평균 1.4배 정도인 불균형 제도이고, 재정방식이 부분적립이기 때문이다. 2013년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44년부터 연금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 연금기금으로 연금 부족분을 충당하다가 2060년경 기금이 없어진다. 기금이 소진되기 전에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야 제도가 유지되는 이유다. 기금 소진 후 부과방식 보험료는 22% 수준이다. 그래서 미래 세대는 현행 보험료 9%의 2.4배를 감당해야 한다.
 
내 연금은 그대로인데 얼굴도 모르는 선배 세대의 연금 지급을 위해 지금보다 보험료를 2배 이상 내야 한다면 가만히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부족액을 정부가 보전하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국민연금까지 세금으로 메워나가는 것이 정당한가? 가까운 장래에 적자로 전환되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도 문제다. 학교법인이 사용자로서 연금재정의 책임을 다할 능력도 부족해 보이고, 사학연금 재정에 국민세금을 투입할 명분이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바우씨를 비롯한 연금수급자들이 불편해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연금공단이 연금재정 장기전망을 발표하는 것이다. “1~2년 앞도 예측하기 힘든데, 왜 70년에 걸친 장기전망을 해서 미리 불안하게 하지? 왜 걱정을 미리 사서 하지.?” 그렇기도 하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다. 그렇지만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5년 단위로 재정계산을 다시 해서 장기전망 수치를 발표한다. 재정문제의 파악과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진단하기 위해서다. 연금제도란 제도에 가입해서 사망으로 탈퇴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70년 이상인 초장기성 보험이다. 실제로 추계를 해보면 연금수지가 장기간에 걸쳐 큰 폭으로 변화한다. 몇 년 연금 받고 끝내는 제도가 아니다. 그러니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장기추계를 해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문제가 가시화되었을 때는 손쓰기가 어렵다. 미래의 일을 하찮게 여기는 높은 시간할인율은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할 뿐이다.
 
“바우씨, 연금기금이 많으면 연금제도는 건실하겠지요?” “당연한 말씀 아닌가요.” “그럼 기금이 적으면 부실한 연금제도인가요?” “그럴 것 같은데요.” 과연 그럴까? 부과방식의 연금은 약간의 지불준비금만 있어도 굴러간다. 기금이 재정 건전성의 측도가 아니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부담능력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해주는 지표가 된다.
 
제도성숙 단계별로 연금기금이 갖는 의미는 다르다. 공무원연금은 이미 제도가 성숙되어 기금이 갖는 의미는 크지 않다. 현재의 연금기금 10조원은 1년 치 연금지급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금운용 수익의 일부를 연금재원으로 사용하지만 그 금액은 미미하다. 단기위험에 대비하는 준비금의 기능을 수행할 따름이다.
 
 
연금기금은 자식 세대의 것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현재 630조원이 넘는 기금을 보유하고 있고, 2040년대 초반 2500조원으로 최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그 이후부터는 연금수지 적자에 충당되다가 2060년경에 소진된다. 그래서 현재의 연금기금은 지금의 현역 세대가 은퇴했을 때 연금재원으로 사용될 재원이다. 미래의 현역 세대가 부담하는 보험료의 초과분을 연금기금이 감당하는 것이다. 만약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제도개혁을 한다면 기금의 수명은 더 늘어나고, 그 만큼 후 세대의 부담은 경감된다.
 
결국 현재의 연금기금은 지금 우리 세대의 것이 아니고 우리 세대의 연금비용을 부담하는 자식 세대의 것이다. 그러니 지금 세대를 위해 연금기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자식 호주머니에 손을 대는 것과 마찬가지다. 있는 돈이라고 마음대로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돈 주인인 자식 세대의 동의 없이 연금기금을 사용해버리면 나중에 그들이 우리들의 연금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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