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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우산들은 어디로 갔을까

비가 오락가락했던 지난주, 두 개의 우산이 내 곁을 떠났다. 하나는 귀갓길 택시에 두고 내렸고, 다른 하나는 거센 바람 때문에 살이 부러져 지하철 휴지통으로 직행했다. 역 내 편의점에서 5000원짜리 비닐우산을 사서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신발장을 열어보니, 그렇게 모인 비닐우산만 다섯 개다.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쓰레기X사용설명서’

언제부터 우산은 고장 나면 버리는 물건이 되었을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고장이 나거나 분실돼 매해 쓰레기로 버려지는 우산이 국내에서만 400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나 역시 1년에 우산을 2~3개씩은 잃어버리는 듯하니, 이 수치 향상에 일조한 바 크다. 그런데 쓰임을 다한 우산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비닐우산의 경우 땅속에 묻으면 비닐 부분이 썩는 데만 약 100년이 걸린다. 비닐 소재라 소각하면 공기를 오염시키는 유해 성분을 배출한다. 무심코 버린 우산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지난 12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선 이렇게 수명을 다한 듯했던 우산들을 소생시키는 이벤트가 열렸다. 10월 31일까지 열리는 박물관의 특별전시 ‘쓰레기X사용설명서’ 전시장 내에서 장마 기간 개최한 무료 우산 수리 행사(사진)다. 7월부터 매주 토요일 망가진 우산이나 양산을 1명당 2개까지 수리해주는 체험 행사를 마련했는데, 호응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농장을 운영하며 우산 수리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신용식씨가 수선인으로 나섰다. 국립민속박물관 노은희 연구원은 “행사 기간 동안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250여 개의 우산을 고쳐 갔다. 비가 내리던 주말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설 정도였다”고 했다.
 
살이 부러진 우산은 쓰레기지만, 조금만 손을 보면 금세 생필품으로 되살아난다. ‘쓰레기X사용설명서’ 전시는 이렇게 쓰레기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면서 대량 소비 풍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전시는 아주 흥미롭다. 입구엔 맥주 캔과 라면 봉투, 휴지 등이 담긴 투명한 쓰레기통이 놓여 있다. 실험에 참여했던 1인 가구와 4인 가구가 일 주일 간 내놓은 ‘진짜’ 쓰레기를 모아 놓았다. 벽에 걸린 모니터에선 이들이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영상으로 상영된다. 전시의 핵심은 후반부다. 우리가 쓰레기라 부르는 것들을 다시 어루만져 새로운 쓰임새를 가진 도구로, 또는 훌륭한 예술품으로 탄생시킨 사례를 보여준다. 쓰레기를 모아 장난감이나 액세서리를 만드는 재활용(리사이클)과 새활용(업사이클) 업체들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가방을 딸의 일기장 보관함으로 사용하는 김현정씨처럼 생활 속 쓰레기 재활용 달인의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때론 쓰레기에서 진짜 보물이 나오기도 한다. 보물 제1683-2호인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이 대표적인 예다. 귀양살이를 하던 다산이 아내가 보내온 낡은 치마를 잘라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를 적은 이 서첩은 6·25 전쟁 때 분실 됐다가 2004년 폐지를 줍던 할머니의 수레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해남 윤씨 종가의 책장 바닥에 깔려 있다 쓰레기로 버려진 녹우당의 ‘미인도’, 영조의 태실을 지키던 봉지기의 후손 집 다락방에서 발견된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도 쓰레기에서 건져 올린 유물들이다.
 
김창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의 말이 인상적이다. “박물관이라는 곳은 어떻게 보면 조상님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 보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쓰레기란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언젠가 인공적으로 강우를 조절하는 시대가 오면, 오늘 내가 무심코 버린 이 우산도 하나의 유물로 박물관에 놓이진 않을까. 쓰레기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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