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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안전자산’ 인식…한 달 만에 가격 두 배로 급등

북·미 긴장 고조에 비트코인 가치 연일 사상최고
미국과 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보인 투자 상품이 있다. 바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각종 가상화폐다. 지난달 16일 1938달러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BTC)은 딱 한 달 만에 4425달러(약 505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지금까지 채굴된 비트코인의 환산 가치는 735억5000만 달러(약 84조원)까지 늘어났다. 넷플릭스(738억 달러)·어도비(736억 달러) 등 미국의 떠오르는 정보기술(IT) 기업 시총에 육박하는 규모다. 비트코인보다 시총 규모가 큰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약 305조원) 뿐이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ETM) 역시 141달러에서 290달러까지 두배 넘게 수직상승했다. 이더리움의 시총 규모 역시 285억8949만 달러(약 32조6000억원)로 현대차(약 32조원)와 비슷한 규모까지 성장했다.

시총 규모 ‘하이닉스+현대차’ 수준
일본선 백화점 이용, 항공권 구매
국내에선 아직 제도권 진입 못해

“7500달러까지 오를 것” 예측 나와
이더리움, 한때 10센트로 폭락
리스크 큰 상품, 투자엔 신중해야

 
지난 6월만 하더라도 한때 BTC 당 3018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2000달러 선까지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더리움 역시 6월에 400달러 선을 넘었으나 지난달에는 140달러 선까지 내려갔다. 오사키 사다카즈 노무라증권 수석 연구원은 “지나친 기대감이 가격 폭등·폭락을 불러왔던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과 비슷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가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되살려 놓았다. 지난 9일 이더리움의 국내 거래량은 26억 달러(약 3조원)까지 늘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당일이다.
 
이달 들어 거래량의 48%가 엔화 결제
올 4월 일본 도쿄의 한 상점이 비트코인으로 물건값을 받는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연합뉴스]

올 4월 일본 도쿄의 한 상점이 비트코인으로 물건값을 받는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연합뉴스]

이달 들어 비트코인은 전체 거래량의 48%가 일본 엔화로 거래됐다. 그 다음은 미국 달러화(25%), 중국 위안화(12%), 한국 원화(12%) 순이다. 비트코인 전체 거래량 가운데 72%가 한·중·일 3국에서 발생한 셈이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강경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비트코인이 금과 미 재무부 채권을 대신하는 안전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특유의 시장 환경도 비트코인 몸값 올리기에 한몫 거들고 있다. 올 5월 일본 아베 내각은 디지털 금융 혁신을 촉진시키겠다는 목적에서 비트코인을 법정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지난 7일에는 가상화폐 거래에 붙었던 소비세(8%)를 폐지했다. 가상 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수준을 넘어 아예 육성하는 것이 아베 내각의 입장이다. 백화점 체인 마루이는 지난 7일 도쿄 신주쿠 매장에 시범적으로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는 10월 말까지 3개월간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다음 사업 성과를 분석해 일본 내 마루이 백화점 31곳에 비트코인 결제를 전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일본항공(JAL)과 함께 일본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는 올 연말부터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피치항공에서 비트코인으로 좌석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상화폐가 빠르게 뿌리 내리면서 일본의 높은 현금결제 비중을 가상화폐가 낮출 것이란 기대감이 퍼져나가고 있다”며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는 일본 내 점포가 올 연말에는 26만 곳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코인 몸값이 올라감에 따라 기존 전망치를 높여 부르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연내 비트코인 가격이 5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던 로니 모아스 스탠드포인트리서치 창립자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내 비트코인 가격이 7500달러(약 82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치를 수정했다. 그는 “헤지펀드와 재력 있는 개인 투자자까지 합류하면서 수억 달러가 코인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한국과 달리 가상화폐를 별도 호칭없이 ‘코인(coin)’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국 내 가상화폐의 종류는 1000종이 넘는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가상화폐는 13일 기준 1052종이다.
 
가치 급등·급락 위험성 상존
다만 코인은 여전히 위험부담(리스크)이 큰 투자수단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단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장중 시간(월~금,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이 따로 없이 24시간, 일주일 내내 거래가 이어진다. 광복절·개천절 같은 국경일에도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각종 코인 시세는 항상 움직이고 있다. 이에 더해 일반 주식과 다르게 소수점 단위로도 사고파는 일이 가능하다. 마음만 먹으면 0.003비트코인, 2.91이더리움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코인은 유독 가격 등락이 심하다. 지난 6월 이더리움은 미국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319달러에 거래되다 불과 몇 초 사이 10센트까지 폭락했다. 매우 짧은 시간에 가격이 급락하는 ‘플래시크래시’(flash crash)가 벌어진 것이다. 약 2시간 뒤 이더리움 가격은 200달러 대를 회복했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가상화폐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급등했던 가치가 급락할 위험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비트코인 채굴업자가 자신의 고장 난 컴퓨터를 수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에 거주하는 비트코인 채굴업자가 자신의 고장 난 컴퓨터를 수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비트코인 역시 올 1월 중국 투자자들이 일제히 돈을 회수해 가면서 폭락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비트코인 거래소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20% 넘게 급락했다. 지난달 가상화폐 관련 입법공청회에 참석한 이종근 수원지검 부장검사는 “중국의 가상화폐 거래 비중이 90%에 육박했지만 중국 정부가 올해 들어 잇따라 규제를 강화하면서 그 투기 세력이 한국 시장으로 건너왔고, 이들이 가상화폐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미국·일본·호주와 달리 코인은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화폐도 아니고 그렇다고 금융투자상품도 아니다. 한국은행은 “현재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화폐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에 활용하는 사이버머니는 전자금융거래법 적용을 받지만, 비트코인은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SPC그룹 계열 제과점 파리바게트 점주 한 명이 비트코인으로 빵값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특별한 소식이 없다. 거래 측면에서도 빗썸·코인원·코빗 등이 대표적인 코인 거래소로 자리 잡았으나 아직 제도적으로 인정받진 못한 상태다.

 
비트코인
2009년 호주 프로그래머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가 만든 디지털 가상통화. 컴퓨터로 난이도 높은 암호를 풀어내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주는 방식이다. 총 채굴량은 2040년까지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무제한적으로 돈 공급을 늘리자 금처럼 공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이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단기간 가치 변동이 심해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이 인기를 끌면서 이더리움 등 수백 종의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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