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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보고 지구와 사랑에 빠져 과학 탐험가의 길로

‘효리네 민박’ 문경수 탐험가가 들려준 탐험 이야기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사진)에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 배경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탐험가들이 있다.  문경수(40)씨와 동료 전재영(38)씨다. 두 남자는 2009년 8월 호주 여행에서 조난당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이번 제주도행은 ‘생존 기념’ 여행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에서 문씨를 만났다. ‘과포자(과학 포기자)’였던 그가 어떻게 지구와 사랑에 빠졌는지를 들었다.

서호주 킴벌리 지역서 조난 겪고
호주 여행사 취직해 과학에 관심
지질학자 반크라넨동크 알게 돼
NASA의 호주 탐사에 세 차례 동행


올해 7월 서호주 카나본 우주위치추적소에서 바라본 은하수. [사진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장]

올해 7월 서호주 카나본 우주위치추적소에서 바라본 은하수. [사진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장]

문경수

문경수

2007년 8월 우리는 서호주(Western Australia) 한복판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과학독서모임 회원 6명이 ‘낭만 반, 용기 반’으로 떠난 여행이었죠. 어느 순간 사방에 부드럽고 검은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새까만 양탄자 위에 흩뿌려진 수천 개의 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별천지에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옆에서 라면을 끓이던, 지금의 아내가 무심히 말했습니다.
 
“실의에 빠진 아이들에게 이 하늘을 보여 주면 좋을 텐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 아름다운 우주의 일부분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 누구든 희망을 갖게 될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가 탐험가의 타이틀을 갖기까진 그로부터 10년이 걸렸습니다. 저는 35억 년 전 지구에 생명이 탄생하게 된 흔적부터 공룡 화석, 지질과 천체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해 왔습니다.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의 호주 탐사에 세 차례 동행하기도 했죠.
 
‘효리네 민박’ 출연 이후 “과학 탐험가가 있는 줄은 몰랐다” “탐험가는 도대체 뭘 먹고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현재는 호주 여행사에 소속돼 일반인 대상 탐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틈틈이 국제 탐사 프로젝트에 동행하기도 하고요.
 
사흘 내리 걸어 원주민 마을 도착  
동료 전재영씨와는 8년 전인 2009년 호주에서 함께 조난을 당했어요. 아웃백이라고도 불리는 서호주 킴벌리는 영국 땅덩어리의 세 배가 넘는 광활한 지역으로 붉은 땅이 지평선을 이루는 곳이죠. 현지인들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없이는 위치를 가늠하기 힘든 지역이고요. 일반 탐사대에 앞서 사전답사를 하러 간 거였는데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가 나는 바람에 그 지역을 걸어서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나들었습니다. 음식은 오렌지 한 알이 전부였고, 어쩌다 발견한 물웅덩이엔 모기 유충이 가득했어요. 낮에는 탈수증세와 싸우고 밤에는 야생 딩고(들개)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경계해야 했습니다. 유분이 많은 유칼립투스 잎을 모아 매일 밤 불을 피웠습니다.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 싶어 갖고 있던 카메라로 서로의 영정사진을 찍어 줬죠. 종이지도 위에 ‘여기 2명의 아시아인이 머물렀다’는 생존 노트를 남기고요. 가장 공포스러웠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종일 걸어도 제자리인 것처럼 풍경이 바뀌지 않았어요. 실존과 시간의 흐름을 의심하는 순간이 계속됐지요. 밤하늘의 남십자성에 의지해 사흘을 내리 걸어 겨우 원주민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한 달 뒤 같은 곳에서 조난당한 일본인들은 마을을 불과 1㎞ 앞두고 같은 자리를 맴돌다가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전재영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인간의 인지영역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은 인공지능(AI)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때의 강렬한 기억을 잊지 못해 탐험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한국 자연의 과학적 가치 알려졌으면”
문씨가 찾은 시생대(始生代) 미생물의 퇴적 구조

문씨가 찾은 시생대(始生代) 미생물의 퇴적 구조

시골에서 태어난 저는 논두렁길에서 별을 바라보며 자랐어요. 정작 고교 시절엔 ‘과포자’였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어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해 정보기술(IT) 기업에 들어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습니다. 조난 사건을 계기로 2010년 여름 호주의 한 여행사에 취직해 1년간 호주 주립 도서관과 박물관을 오가며 과학책을 읽었죠. 때마침 퍼스에 있던 유명 지질학자 마틴 반 크라넨동크를 알게 되면서 NASA의 호주 탐사에 동행하는 행운도 얻게 됐고요.
 
호주는 태초의 지구를 간직한 동시에 화성과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어요. 서호주 샤크만에는 35억 년 전 지구 최초의 광합성을 했던 시아노박테리아가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버섯 모양의 돌에 아직도 붙어 살고 있어요. 광합성으로 산소를 생성하기 때문에 장래 화성의 대기를 바꾸는 데 이 박테리아가 활용될 수 있답니다.
 
2010년 이후로 세계적인 우주생물학자들과 호주 탐사를 갈 일이 많았는데 매번 이들의 개척정신에 놀라곤 해요. 수천만원짜리 드론으로 화성과 유사한 필바라 지역을 촬영하다가 드론이 두 차례나 박살 난 적이 있었어요. ‘저 비싼 걸 어쩌나’ 걱정이 앞섰는데 이 친구는 마냥 실실대는 겁니다. 베이스캠프에서 밤새 뚝딱거리더니 임시방편으로 촬영을 완수하더군요.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 ‘당면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고민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어요. 이들에게 화성에서의 생존을 다룬 영화 ‘마션’은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이었던 거죠. 실리콘밸리에서 테슬라·스페이스엑스를 만든 일론 머스크가 나온 것도 이런 환경 때문일 겁니다. 호주에서 시작한 제 여정은 다른 대륙으로 확장됐습니다. 2013년 8월 몽골 고비사막에선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의 화석을 찾았고 2015년엔 알래스카에 다녀왔어요.  ‘효리네 민박’을 계기로 제주도를 새롭게 보게 됐어요. 제주 비양도에서 80대 해녀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 어떤 전문가보다 생생하게 화산섬의 구조를 알고 계시더군요. 한국에도 울릉도·제주도 등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지역이 많아요. 이번 계기로 한국 자연의 과학적 가치가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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