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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와 곰

삶과 믿음
얼마 전 나의 인터넷 블로그를 살피다가 유별나게 내가 쓴 글을 가져가는 사람을 발견했다. 누굴까 해서 알아보니 내 근무처에서 그리 멀지 않는 시골농촌에 귀농한 사람이었다. 그분은 보기 드물게 굼벵이농장을 하고 있었다. 대체 그 징그러운 곤충의 농장을 왜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해서 직접 찾아가 물어봤다. 누군가 권유해서 농장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제법 규모가 커 보였다.
 
그분이 들려준 얘기다. 옛날 초가지붕 볏가리를 교체할 때 지붕 속에 살던 굼벵이들이 처마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동네 어른들은 꼼지락거리는 굼벵이를 짚불에 구워 막걸리 안주로 먹었다. 굼벵이는 성장과정에서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곤충이고 한의학에서도 인체에 긴요하고 좋은 약재로 친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됐다. 결코 그 곤충은 게으르거나 또는 더러운 것이 아니었다. 동작이 빨라 금방 발효 톱밥 속에 숨어 버리는 습성이 있어 사진 찍기도 힘들다. “굼벵이처럼 왜 이렇게 굼뜨냐”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것은 사실 너무 깨끗하고 성격도 깔끔하다.
 
우리가 굼벵이를 몰랐던 것처럼 곰이 얼마나 영리한지도 잘 모른다. 곰은 개하고 같이 있으면 개의 뺨을 한 대 갈기고 자기 밥그릇을 차지한다. 개는 어이가 없어 멍하니 바라볼 뿐 내색을 않는 장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곰처럼 미련하고 멍청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면 쉽게 판단하고 생각대로 말하는 습성이 있다. 어떤 사람을 말할 때 남에게 들은 말로 선입견을 갖는 경우도 너무 많다. 그래서 그 사람을 제대로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인생과 생활을 내 생각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모든 생물체는 살아 있기를 원하고 나름대로 노력을 무지 한다. 각자의 생존에 법칙을 가지고 환경을 만들어 간다. 전선에 올라 서성거리는 길가의 까치도 자기영역에 다가오는 다른 까치를 몰아내고 삶의 터전을 확보하며 살아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세월 수행을 하고 종교적인 공부와 깊은 깨달음을 가졌다 해도, 경험이 없는 일은 상상일 뿐이고 관념이라는 것을 항상 느낀다. 그래서 길에서 떠도는 수행자나 또는 높은 산에서 기도를 하며 세상 밖의 경계에 떠나 사는 사람들도 사실은 자기 자신의 경험과 싸울 뿐이다.
 
겉으로는 행복한 사람처럼 보여도 남모를 안타까움과 괴로움,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인간은 겉과 속이 많이 다르고 마음과 행동이 많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내 마음대로 살 수 없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어울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은광 교무
원광대 박물관 학예사. 미학을 전공했으며 수행과 선그림(禪畵)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마음을 소유하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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