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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국의 ‘사실상 영해’ 태평양으로 미사일 쏠 가능성 낮아

내일 한·미 UFG 훈련 시작, 김정은 어디까지 나갈까
미군 공군기지가 있는 괌에서 북한 최대의 핵(추정 위력 12~23.7kt)이 터지면 16만3000명의 주민 가운데 3000명이 사망하고 1만2700명이 부상하게 된다. 반면 미국이 보유한 최대 핵폭탄인 B-83(위력 1200kt)을 평양에 떨어뜨릴 경우 100만 명이 죽고 84만3000명이 다친다.

트럼프와 말폭탄 대결 진정 국면
미, 북에 대화 3대 전제조건 제시

미국의 태평양 중시 아는 북한
두 차례 ICBM급 미사일 동해로 쏴

근본적 갈등은 여전히 잠복
예기치 않은 군사충돌 가능성 여전

 
누크맵(Nukemap)이 북한과 미국이 각각 괌·평양에 핵폭탄을 투하했을 때를 가정해 본 결과다. 누크맵은 미국의 민간연구기관 ‘스티븐스 인스티튜트 테크놀로지’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이는 핵폭탄의 화구, 충격파, 열방사 반경뿐 아니라 선택 지역의 사망자와 부상자까지 추산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3년 3월 최고사령부에서 작전회의를 열고 미국 본토·괌을 공격할 수 있는 대기상태에 들어갈 것을 지시하고 있다(위 사진). 김정은이 2017년 8월 전략군 사령부를 방 문해 ‘괌 포위공격’을 위한 화력타격계획을 점검하고 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3년 3월 최고사령부에서 작전회의를 열고 미국 본토·괌을 공격할 수 있는 대기상태에 들어갈 것을 지시하고 있다(위 사진). 김정은이 2017년 8월 전략군 사령부를 방 문해 ‘괌 포위공격’을 위한 화력타격계획을 점검하고 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13년에도 “괌 위협할 것” 엄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에 ‘화염과 분노’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하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괌 포위사격’으로 응수하면서 북·미 간에 잠재적인 군사대결 우려가 고조됐다. 고조된 분위기는 김정은이 지난 14일 ‘괌 포위사격’을 공언했던 북한 전략군사령부를 방문해 “미국 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면서 잠시 가라앉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미국의 반(反)공화국 군사행동에 가담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이 아주 현명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재앙과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과 군사 긴장이 고조되면 “괌을 위협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왔다. 2013년 3월에도 그랬다. 당시 미국이 한·미 합동 군사훈련 때 전략폭격기 B-52, B-2A를 띄우며 무력을 과시하자 북한은 기겁했다. 특히 3월 28일에는 처음으로 미국 본토 미주리주 와이트먼 공군기지에 있던 B-2A가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다. 이에 놀란 김정은은 3월 29일 0시30분 최고사령부에서 전략로케트군(현 전략군) 화력 타격 임무 수행과 관련한 작전회의를 긴급히 열었다.
 
그 자리에서 김정은은 “아군 전략로케트들이 임의의 시각에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을 비롯한 태평양 작전지구 전 구간의 미제 침략기지들을 타격할 수 있게 사격 대기 상태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당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북한은 괌 기지를 직접 겨냥하고 있고 하와이와 미 서부 해안을 위협하고 있다”며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했다. 당시의 군사적 긴장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끝나면서 북한의 괌 공격 발언은 흐지부지돼 버렸다.
 
이번에는 21일 시작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또 한 차례의 고비다. 현재까지는 미 국무부가 먼저 북·미 대화 3대 선제조건을 제시하면서 반전되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미국이 북한과 마주 앉아 대화할 의지가 있지만 핵실험·탄도미사일·역내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위 등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전날 “북한과의 대화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는 데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방적 조건인 데다 UFG 훈련의 축소나 톤다운 가능성이 포함되지 않아 북한이 3대 선제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도 지난 13일 방한해 “훈련 축소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며 현재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과거 한·미 합동 군사훈련 기간에 항의 표시로 중·단거리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동해로 쏜 적이 있다.
 
던퍼드 “한·미훈련 규모 축소 안 해”
북한은 레드라인으로 동해를 넘지 않으려고 한다. ‘말폭탄’으로 ‘괌 포위사격’을 거론했지만 미국이 태평양을 자기 영해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이는 2011년 공식화된 미국의 재균형 전략에 따른 것이다. 재균형 전략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2014년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QDR)’에서 2020년까지 미국 해군력의 60%를 태평양 지역에 배치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냉전 초기 공산주의 세력을 봉쇄하기 위해 1951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과의 평화조약, 미·일 동맹, 미·필리핀 동맹, 미·호주·뉴질랜드 동맹을 주도했다. 미국은 아태 지역 재균형 정책을 펼치면서 이 동맹들을 더 강화시켰다. 예를 들면 미국은 2013년 10월 미·일 안보협의회에서 일본의 무력 증강과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지지했다. 양국은 2015년 4월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재개정해 미·일 동맹을 강화했다. 즉 ‘샌프란시스코 버전2’가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재균형 정책의 핵심이 됐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을 간파한 이후 북한은 미사일을 동해로 집중적으로 쏘았다. 지난 7월 두 차례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이 동해에 떨어졌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높은 각도로 동해로 쏘았다. 화성-12형은 통상 각도로 쏘았다면 3500㎞를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괌에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지난해 8번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0형(일명 무수단미사일)도 모두 동해로 쏘았다.
 
북한은 이것으로 미국에 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은 지난 10일 노동신문 1면에 “우리가 발사하는 중장거리전략로케트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현·히로시마현·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를 1065초간 비행한 뒤 괌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이 김락겸의 말대로 우발적이라도 ‘괌 포위사격’을 할 경우 그것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만약 미국을 향해 발사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라며 “북한이 그렇게 (괌 공격)한다면 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를 알고 있는 북한은 김락겸이 공언한 대로 동해를 넘어 태평양으로 미사일을 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의 발언이 상당 부분 수사적”이라며 “하지만 사전에 충분히 계산하고 신중히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평양 시민들이 지난 9일 유엔 대북제재안 2371호 반대하며 대규모 행진 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평양 시민들이 지난 9일 유엔 대북제재안 2371호 반대하며 대규모 행진 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단거리 미사일 도발할 가능성도
UFG 훈련을 앞두고 8월 위기론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 관계에 밝은 전직 대사는 “표면적으로 북·미가 감정 표출을 자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갈등이 잠복하고 있어 예기치 않게 군사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국책연구소의 중진 연구위원은 “SLBM을 시험 발사한다든가 기존의 중·단거리미사일 고도화 차원의 도발로 제한하면 군사적 충돌까지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정세 판단에 따라 이런 전략 옵션을 구사할 것이고 이에 대한 한·미·중의 대응이 앞으로 한 달간 한반도 상황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가 강(强) 대 강(强) 치킨게임을 벌이는 가운데 한·중 당국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출구는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압박 속에서 대화를 추진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갈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어 정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운전석에 앉겠다던 청와대의 구상은 북·미 양측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오히려 ‘코리아 패싱’ 우려만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 변화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은 북한이 비핵화협상 자체를 대화 범위에서 배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김인용 차석대사는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핵 개발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뜻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김 차석대사는 “미국 정부의 적대적 정책과 핵 위협이 계속되는 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재천명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대미 총력전을 펴고 있어 의도적으로 남북 대화 제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의 정책 목표는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데 맞춰져 있다”며 “8·15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한반도 전쟁불가론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ICBM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정면 충돌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할 공간이 거의 없다”며 “평화 원칙을 견지하면서 한·미 동맹의 의견을 조율해 중국을 설득하는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고수석·정용환 기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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