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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불가항력’ 공적 보살핌 받는다

[탐사기획] 돌봄의 사회화, 성년후견제<1>현대판 집사 1만 명 활약
김모(24·여)씨의 최근 2년간 실거주지는 병원이었다. 희귀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던 어머니(61)가 뇌출혈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시고 외동딸이었기에 간병은 오롯이 김씨의 몫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덕에 매달 100만원가량의 돈이 나왔지만 병원비와 월세를 내고 나면 빠듯했다. 간혹 외가 쪽 친척들이 돈을 모아주면 그제야 간병인을 쓰며 쉴 수 있었다. 힘겨운 삶이 계속되던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엄마 명의로 된 보험금 3000만원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당사자가 아닌 김씨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수소문 끝에 성년후견인이 되면 어머니의 돈을 대신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최근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했다.

정신적 무능력자 돕는 제도
도입 4년간 이용자 급증 추세
금치산·한정치산 제도 대체
잠재적 수요층 100만 명 이상

 
2013년 7월 도입된 성년후견제도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시행 첫해 637건이었던 전국 법원 후견 개시 사건 접수 건수는 지난해 3209건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2216건이 접수됐다. 또 2014년 말 1595명이었던 후견인 수(감독사건 누적 건수 기준)는 올 상반기 9198명으로 늘었다. 관련법상 금치산·한정치산 선고를 받은 이들은 내년 6월까지 모두 성년후견으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조만간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금치산·한정치산 선고자가 2000명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는 치매나 정신질환 등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법원이 적합한 후견인을 선임한 뒤 책임지고 돌보도록 하는 제도다. 후견인은 법원 감독하에 피후견인이 하기 어려운 금융업무·법률적 판단을 대신할 뿐만 아니라 신상 보호 역할까지 수행해 ‘현대판 집사’로 불린다. 기존 금치산·한정치산이 정신적 제약을 지닌 이들의 권한행사를 일방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였다면 성년후견제는 피후견인을 돌보는 데 집중하는 제도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성년후견사건을 전담해 온 김성우 부장판사는 “금치산·한정치산제는 대가족이 부양을 전담하던 시대에 적합한 제도였다. 다 같이 모여 살았기 때문에 일가의 관점에서 재산을 보전하는 게 중요했다. 피후견인 명의 재산일지라도 이를 보전해 다른 친족들이 잘 사용하면 당사자 부양도 원만히 이뤄졌다. 하지만 핵가족화되면서 가족이 담당하던 부양의 역할은 계속 축소됐다. 뿔뿔이 흩어져 살다 보니 부양을 전담할 사람이 필요해졌고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독해야 할 일도 늘었다. 성년후견제도는 이 같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제도다. 가족에서 떨어져 나온 부양의무를 사회 시스템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용자 급증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수요층인 치매 환자 수가 늘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치매 환자 수는 2015년 기준 약 65만 명이며 2024년까지 1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 환자와 함께 성년후견 이용자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하는 뇌병변 장애(25만여 명), 지적 장애(19만여 명) 환자도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성년후견의 확산이 ‘돌봄의 사회화’ 현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구숙경 법무사의 설명이다. “사회는 늙어가는데 자식 세대의 빈곤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부양받을 사람은 늘어나는데 부양할 사람은 줄어드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가족이라도 무능력자를 잘 돌보기보단 재산을 빼돌리는 등 전횡을 저지르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 가족이 감당 못하는 돌봄의 문제를 공적인 틀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해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인간의 마지막까지 사회가 관리해 주는 시대로의 이행을 가속화할 것이다.”
 
 

박민제 기자, 김도연 인턴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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