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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의 변방에서] 우리 모두는 공전하는 천체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21일 미국에서 ‘위대한 미국의 일식(Great American Eclipse)’이라고 이름 붙인 우주쇼가 펼쳐진다고 한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 이것은 흔한 천체현상이지만 미국의 서부 해안부터 동부 해안까지 걸쳐 같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375년 만이라는 것이다. 일식의 경로를 따라 숙박시설은 이미 매진되어서 웃돈을 주어도 예약이 어렵다고 한다.
 
나는 아직 일식이나 월식을 직접 지켜본 일이 없다. 그러한 천체현상이 벌어지더라도 관측 가능한 지역은 한정적이고 “어?” 하는 사이에 금세 지나가 버린다. 내 일상의 공간에서 별다른 준비 없이 볼 수 있는 우주쇼는 아마 앞으로도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두고 공전하듯 뛰어다니는 어떤 존재가 있다. 이제 걸음마를 떼고 적당히 뛰는 법을 익힌 아이는 온 집안을 우주 삼아 서쪽 베란다부터 동쪽 부엌까지 들쑤시고 다닌다. 그러는 동안 나와 나의 아내는 그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어야 한다. 그에 더해, 아주 작은 계획을 세울 때조차도 아이는 그 앞을 가로막고 “그래서 나는?” 하고 묻는 듯하다. 어쩌면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나는 멈춰 있는 천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삶의 중요한 결정들은 아이가 마치 달이나 태양처럼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비로소 내릴 수 있었다. 그와 마주하고서야 나는 내가 누구인지, 그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하는 것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는 내 앞을 가로막는 것으로 나를 비추어 주었다. 대학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용기도,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시작할 각오도, 아이 덕분에 얻었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천체다. 끊임없이 공전과 자전을 반복하면서 그 누구의 앞과 뒤를 오간다. 그로 인해 잠시 찾아오는 어둠은 각자를 비추고 뒤돌아보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얼마 전 아이는 생후 35개월이 되었다. 서른다섯 살인 나와 서로의 평생에 다시 오지 않을 월령과 연령의 개기월식을 가졌다. 작은 아이도 생후 35일을 지나며 서로 하루 간의 일식을 가졌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날 우주쇼보다도 더욱 장엄한 일식과 월식이 이미 주변에서 진행 중이다. 이 모습들을 천체망원경을 바라보는 관찰자처럼 오래 간직하기로 한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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