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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도쿄의 보육원, 서울의 어린이집

윤설영 도쿄 특파원

윤설영 도쿄 특파원

보육원 대기순번 216번. 구청 직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이 숫자를 보고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딸아이가 보육원에 들어가려면 앞선 215명을 제쳐야 한단다. 그나마 맞벌이가 인정되면 순위는 50위쯤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그래 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연내 보육원이 새로 생기지 않는 한 들어갈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도쿄의 보육원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보다 못한 엄마들이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는 피켓을 들고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보육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도쿄도 23개 구 가운데 19개 구가 입소율(신청자 대비 입소자 비율)이 70% 미만이다. 그런데 올해 보육원 수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입소율이 가장 낮은 미나토구(48.4%)조차도 올해 신설한 보육원은 단 한 곳뿐이다. 올해 도쿄의 대기 아동 수는 8586명으로 2년 연속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도쿄는 보육원 입소를 점수제로 운영하다 보니 부모가 모두 ‘풀타임 잡(1일 8시간, 주 5일 이상)’을 갖고 있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쟁률이 치열한 곳은 맞벌이 외에도 집안에 환자가 있거나, 가정폭력 피해가 있어야 하는 등의 특별한 상황이 추가되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다. 일하려면 보육원을 보내야 하는데, 보육원을 보내려면 일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갑갑한 행정은 엄마들을 더욱 화나게 한다.
 
그래도 높은 허들을 넘어 보육원에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하는 엄마들은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철저하게 맞벌이 가정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아침 일찍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도 아이를 맡아준다. 소득에 따라 최대 7만 엔(약 70만원) 정도의 보육비를 내야 하지만 한국처럼 ‘하원 도우미’를 쓰느라 돈이 더 들어갈 일도, 양가 할머니 손을 빌려야 할 일도 없다. 대신에 부모가 맞벌이를 지속하고 있는지 6개월에 한 번씩 소득증명 서류를 내야 한다. 그사이 돌봐줄 사람이 생겼거나, 소득에 변동이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게 좋다. 아이를 때렸다거나, 상한 음식을 먹여서 탈이 났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보육교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졸속으로 자격증을 남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어린이집 대란을 겪는다. 보편적 복지를 하다보니 정작 필요한 계층에 복지가 닿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우후죽순 생겨난 어린이집과 자질 없는 보육교사로 인한 피해는 결국 아이들과 부모의 몫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저출산 문제를 먼저 겪은 나라다. 느리더라도 정확히 표적을 조준한 복지가 필요한 이유가 뭔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윤설영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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