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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연극] 서바이벌 연극이라니?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지난 7월, 서울의 대표적 공공극장인 남산예술센터에서 ‘창조경제 공공극장 편’이란 제목으로 네 곳의 젊은 극단이 짧은 공연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줄을 서서 고른 한 극단이 상금 1800만원을 받았다. 전체 구성과 연출을 맡은 전윤환은 “대한민국 최초의 연극 서바이벌이다. 이런 연극이 창조경제의 새로운 기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극하는 이들을 “바꿀 마지막 기회”라고 역설했다. ‘경쟁극’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었다. 그는 살아남을 때까지 경쟁하면서 연대와 공공성을 생각하자고 두동지게 말했다.
 

남산예술센터 경연 무대

과연 승자독식의 연극 지위를 누린 극단은 행복한가? 공공지원금이 경쟁의 상금으로 쓰이는 게 옳은 일인가? 공연 결과를 관객 투표로 결정하고, 이를 서바이벌 경쟁의 완성, 공연의 최종적 의미라고 말해도 되는 건가? 이 공연의 틀은 연극하는 젊은이들의 “창조활동이 경제생활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절박함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 ‘불의 전차’의 공연. 서울 남산예술센터의 서바이벌 무대에서 우승했다. [사진 서울문화재단]

극단 ‘불의 전차’의 공연. 서울 남산예술센터의 서바이벌 무대에서 우승했다. [사진 서울문화재단]

이 서바이벌 연극은 오늘날 한국 연극의 구조가 옳은지를 되묻고 있다. 독식의 연극이 결코 비루한 연극이 아니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의 출발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경쟁에 앞장선 이들이 궁핍한 제작 환경을 내세우고, 연극작가로서 어려운 경제적 생존을 말하지만 연극의 생존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들은 약 13분 동안 관객을 향해 연극의 위기와 무관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연극의 실존과 생존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극장을 빌려주고, 한 극단에 상금을 몰아주는 것은 공공극장의 폭력이고 세금 낭비일 수도 있다.
 
연극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아주 진부한 이야기일 따름이다. 연극은 언제나 위기의 산물이었다. 연극하기의 어려움은 지난 백 년 동안 한국 연극이 겪어야 했던 연극의 자발적 형식이다. 연극하는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열정적 수행의 결과다. 연극이 낭비가 아니며, 연극하는 삶이 부끄러움이 아닌 바는 연극과 연극하는 이들의 진정성 덕분이다. 이번에 참여한 젊은 극단들은 연극의 공공성, 지원정책 제도, 예술가의 생존권에 대한 고민은 하되 상금을 얻기 위한 1회적인, 텅 빈 공연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나는 자기파괴적인 경쟁을 통한 승자독식의 연극, 게임과 같은 퍼포먼스를 연극의 새로운 대안 혹은 전략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반대로 연극의 갱신, 연극하는 이들이 삶을 성찰하는 방식은 결코 타자와의 경쟁에 있지 않다고 굳게 믿는다. 연극의 종언을 고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연극의 정신과 윤리를 숙고해야 할 때다.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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