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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21조 … 쏟아지는 복지, 확실한 재원은 23조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간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수차례 강조했다. 가계 소득을 늘리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저성장과 양극화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최저임금 인상(매년 1조4000억원), 아동수당(매년 1조5000억원), 기초연금 증액(21조8000억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30조6000억원) 신설 등이 구체적 방안이다. 가계에 돈을 직접 쥐여주는 방식이다. 여기엔 나랏돈이 든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과제 이행비용을 5년간 178조원으로 추산했다.
 

5년 국정과제 비용 178조 넘을 수도
나랏돈 씀씀이 줄여 충당한다지만
전문가 “추가 증세 없인 재정 펑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산타클로스 같은 정책만 내놓느냐고 걱정하지만 꼼꼼히 검토해 충분히 재원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큰 정부’를 지향하며 향후 지출증가율을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 +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5~7% 수준의 인상률이 예상된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나 42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의 ‘자신감’에는 현재 재정 상황이 양호하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39.7%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5.5%(2015년 기준)에 비해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수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재정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수 호조도 곳간을 풍족하게 하고 있다. 올 1~6월 세수는 13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조원 늘었다.
 
문제는 이런 환경이 계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령화 등의 여파로 향후 나랏돈을 더 풀어야 한다. 2015년 12월 정부는 ‘장기재정전망’을 통해 현행 복지제도가 지속될 경우 2060년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2.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출 구조조정이 미흡하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이 수치는 157.9%까지 불어난다. 세수도 장기적으론 낙관적이지 않다. 한국은행은 2065년에 세입은 지난해 대비 46조원 줄고, 세출은 160조원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씀씀이를 키우고 있다. 국정과제 이행 비용은 178조원을 훌쩍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2020년까지 30조6000억원이 소요된다는 게 정부의 추계다. 이는 국정과제엔 담겼지만 구체적인 재원 추계 및 조달 방안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핵잠수함 도입’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실화 시 한 척당 1조20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게 군사 전문가의 설명이다.
 
나랏돈 쓸 곳을 늘리면서도 재원 마련 방안은 미흡하다. 구체적인 건 5년간 세수 효과가 23조6000억원(정부 추산)인 ‘부자 증세’뿐이다. 정부는 다른 방법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내세운다.
 
김동연 부총리는 “내년 예산에서 나랏돈 11조원의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찬(전 건설교통부 장관)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나랏돈이 드는 각종 사업에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어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추가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가 증세 없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7일 기자회견에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추가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의 공론이 모이고 합의가 이뤄지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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