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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바캉스철 비극’ … 월 9000마리 버려진다

경기도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배은진 관리팀장이 유기견을 안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하루 평균 6마리의 유기견이 안락사했다. [김경록 기자]

경기도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배은진 관리팀장이 유기견을 안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하루 평균 6마리의 유기견이 안락사했다. [김경록 기자]

“강아지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요. 저희는 하나하나 작별 인사를 하지요. 안고 있던 아이를 내려놓으면 수의사가 주사를 놓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안아 달라며 꼬리를 흔들고 ….” 배은진(36)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리팀장의 눈에 물기가 어른거렸다.
 

“여행 가며 맡길 곳 없어 내다버려”
6~8월 유기동물 겨울철의 두 배
“안락사 알고 품에 안겨 파고들어”
동물구조협 직원도 눈물의 계절

푸들 ‘거멍이’는 지난 10일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이 협회에서 입양을 갔다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길에서 발견돼 돌아왔다. 그리고 20일 만에 죽음을 맞이했다. 거멍이가 다시 협회로 귀환한 날은 폭염이 한창이었던 지난달 21일이었다. 배 팀장은 자신이 걸어줬던 목줄을 발견하고 나서야 거멍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거멍이를 입양해 간 견주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배 팀장은 “‘휴가철에 여행을 떠나며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유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고 말했다.
 
배 팀장은 거멍이와 작별하던 순간을 회상하며 목이 잠겼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서울시 위탁 유기동물 구호단체인 이 협회에서 그는 유기동물 관리와 입양 업무를 담당한다. 순찰을 돌며 400여 마리 동물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는 것도 그의 일이다.
 
여름은 유기견들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6~8월에 버려진 동물은 총 2729마리로 그해 겨울 3개월간 유기된 동물 수(1408마리)의 두 배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전국에서의 유기동물 처리 건수는 약 9000건으로 월평균(7478건)보다 20%가량 많았다. 여행 때문에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할 때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거나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내다버리는 사례가 많다. 여름철에 피부병 등 질병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도 유기가 빈번해지는 이유다.
 
길에서 발견돼 보호센터에 맡겨진 동물들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거나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여름철엔 보통 20일 뒤 안락사된다. 수용 공간과 예산이 부족해 장기 보호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버려진 동물 중 원래 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지 못해 안락사를 당한 비율은 약 30%다.
 
동물구호단체 직원들에게도 여름은 끔찍하다. 배 팀장이 일하는 협회에서는 지난달 194마리를 안락사시켰다. 하루 평균 6마리 이상이다. “그날 따라 유독 평소와 다른 아이들이 있어요. 문을 열면 뛰쳐나와야 하는데 구석에 웅크리고 있거나 평소와 달리 밥을 남기기도 해요. 활발하던 애가 갑자기 품을 파고들고….”
 
배 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기견 ‘토리’를 입양한 뒤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토리 입양 계획을 밝힌 이후 서울시에서 약 석 달간 입양된 동물 수는 총 687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747마리)보다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버려진 동물 수(2791마리)는 지난해(2746마리)에 비해 늘었다.
 
정을 붙이지 않기 위해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 것이 이 협회의 원칙이지만 거멍이는 달랐다.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자해를 했던 탓에 협회 직원들이 돌아가며 거멍이와 함께 출퇴근했다. 거멍이가 떠나던 날 협회는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17일 오후 이 협회에 사체 처리 업체의 트럭이 나타났다. 비닐에 싸인 개들의 사체가 산을 이루는 데 30분 정도 걸렸다. 배 팀장은 트럭이 떠난 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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