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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살인자가 될 운명에 처한 늙은 귀족 … 점쟁이의 ‘불길한 예언’은 적중할까

문학이 있는 주말
느빌 백작의 범죄
아멜리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열린책들
 
무언가에 대해 꾸준히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스물다섯 살에 등단해 25년 동안 매년 한 권씩 여전히 엉뚱하면서도 참신한 작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더더욱. 벨기에 출신의 아멜리 노통브(50)는 그 어려운 일을 또 해내고 마는 천연덕스러운 작가다.
 
이야기는 2014년 가을 벨기에 아르덴 지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가문이 소유한 플뤼비에성에서 가든파티를 여는 것을 인생의 낙이자 업으로 살아온 느빌 백작은 파산으로 성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기 전 마지막 파티를 준비한다. 손님을 신처럼 떠받드는 그에게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는 사교계의 귀재로서 ‘죽느냐 사느냐’ 만큼 중요한 문제다.
 
한데 우연히 만난 점쟁이가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예언을 던진다. 그 파티에서 느빌이 초대 손님 하나를 죽이게 될 거라는 것. 이후 그는 누구를 어떻게 죽여야 자신이 귀족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여기에 막내딸 세리외즈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그것이 감정 불감증에 빠진 자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애원하면서 내적갈등이 증폭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그런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노통브의 장기가 발현된다. 예고된 살인이라는 맥거핀(낚시성 속임수)은 맥거핀대로 작용하고, 뒤통수를 한 번 두 번 세 번씩이나 치면서, 각기 다른 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낸다.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새빌 경의 범죄』에서 차용한, 살인을 저지를 운명임을 알게 되는 설정이나 트로이 전쟁에서 막내딸을 산 제물로 바친 그리스 신화의 아가멤논 이야기 등 다양한 고전에서 따온 모티브들은 독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만약 아버지가 외교관이 아니어서 세계 곳곳을 떠도는 대신 한 곳에 터전을 잡고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작가의 상상에서 시작한 이번 작품은 소설이라 하기에도, 동화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하지만 장르가 뒤섞이면 어떠한가.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인생이란 본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것을. 덕분에 아빠는 아빠대로, 딸은 딸대로 곱씹을 만한 구절이 넘쳐난다.
 
민경원 기자 storymi 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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