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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보호센터에 해마다 찾아오는 ‘여름의 비극'

“강아지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요. 저희는 하나하나 작별 인사를 하고요. 안고 있던 아이를 내려놓으면 수의사가 주사를 놓습니다. 안기고 나면 죽을 차례가 오는 거죠. 그것도 모르고 안아달라며 꼬리를 흔들고 ….” 배은진(36)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리팀장의 눈에 물기가 어른거렸다.
 

휴가철 유기 급증, 3분의 1이 여름에 안락사
청와대 '토리' 입양 뒤에도 입양률 큰 차 없어

17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배은진 관리팀장이 한 유기견을 안고 있다. 김경록 기자

17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배은진 관리팀장이 한 유기견을 안고 있다. 김경록 기자

푸들 ‘거멍이’는 지난 10일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이 협회에서 입양을 갔다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와 20일 만에 죽음을 맞이했다. 거멍이가 다시 협회로 귀환한 날은 폭염이 한창이었던 지난달 21일이었다. 배 팀장은 자신이 걸어줬던 목줄을 발견하고 나서야 거멍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거멍이를 입양해 간 견주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배팀장은 "'휴가철에 여행을 떠나며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유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고 말했다.   
 
협회로 돌아온 거멍이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먹이를 주던 직원이 자리를 떠나려 하면 우리의 쇠창살과 나무 문고리를 입으로 물어뜯어 얼굴이 피범벅이 되곤 했다. 유기된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분리 불안(애착 대상으로부터 분리될 때 느끼는 불안과 우울 증상)이다.
 
배 팀장은 푸들 ‘거멍이’와 작별하던 순간을 회상하며 목이 잠겼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서울시 위탁 유기동물 구호 단체인 이 협회에서 그가 일한지는 8년째다. 30여 명 직원이 있는 이 곳에서 그는 입양 업무와 유기 동물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순찰을 돌며 400여 마리 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먹이를 주는 것도 그의 일이다.  
배씨가 중대형견 수용 공간에서 유기견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배씨가 중대형견 수용 공간에서 유기견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여름은 유기견들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사이 버려진 동물은 총 2729 마리로 그해 2월까지의 3개월간 유기 동물 수(1408 마리)의 두 배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의 전국적 유기 동물 처리 건수는 약 9000 건으로 월평균(7478 건)보다 약 20% 많았다. 여행 때문에 장시간 집을 비워야할 때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거나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내다버리는 사례가 많다. 여름철에 피부병 등 질병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도 유기가 빈번해지는 이유다. 
 
거리에서 발견돼 보호 센터에 맡겨진 동물들은 원래 주인에게 다시 맡겨지거나 입양으로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여름철에는 통상 20일 뒤쯤 안락사를 당한다. 수용 공간과 예산에 한계가 있어 장기 보호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버려진 동물 중 원래 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지 못해 안락사로 처리된 비율은 약 30%다.
 
동물 구호단체 직원들에게도 여름은 끔직스러운 계절이다. 배 팀장이 일하는 협회에서는 지난달에 194 마리를 안락사시켰다. 하루 평균 6 마리 이상이다. “그날따라 유독 평소와 다른 아이들이 있어요. 문을 열면 뛰쳐나와야 하는데 구석에 웅크리고 있거나, 밥을 하나도 먹지 않는 아이들이요. 안락사 전에 운동장을 마음껏 뛰놀게 하거든요. 그런데 활발하던 애가 갑자기 품에 안겨 파고들려고 하고 ….”
청주시 흥덕구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유기견. 지난 11일에 촬영됐다. [연합뉴스]

청주시 흥덕구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유기견. 지난 11일에 촬영됐다. [연합뉴스]

 
안락사를 시행할 때는 최소 3인 1조 이상이 팀을 이뤄 안락사실에 들어간다. 돌발 상황과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더 많은 직원이 투입될 때도 있다. “한 마리라도 더 많이 안아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배씨는 이유를 설명했다. 준비 과정에 비해 안락사 과정은 간단하다. 마취로 동물의 의식을 완전히 없앤 뒤 통증을 느낄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면 심정지를 일으키는 약물을 투여한다. 약물이 혈액으로 들어가면 수초, 길어도 1분 내에 죽음을 맞이한다. 죽은 동물들은 우리가 아닌 냉동고에 들어가 사체 처리 트럭을 기다린다.  
청주시 흥덕구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수용된 유기견들. [연합뉴스]

청주시 흥덕구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수용된 유기견들. [연합뉴스]

 
“언론의 관심이 반짝 늘었을 뿐이죠.” 배 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기견 ‘토리’를 입양한 뒤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실제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토리 입양 계획을 밝힌 이후 서울시에서 약 석 달간 입양된 동물 수는 총 687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747 마리)보다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버려진 동물의 수(2791 마리)는 지난해(2746 마리)에 비해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기견 ‘토리’를 입양했다. 토리는 남양주 폐가에서 구출돼 2년 동안 새주인을 기다리던 중 문 대통령을 만났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유기견 ‘토리’를 입양했다. 토리는 남양주 폐가에서 구출돼 2년 동안 새주인을 기다리던 중 문 대통령을 만났다. [사진 청와대]

 
서울시 산하 반려동물입양센터는 입양 의사를 밝힌 견주뿐 아니라 온 가족에게 입양 동의서를 받는다. 반려 동물에 대한 교육도 온 가족이 함께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해 파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올 가을 개소를 앞둔 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도 반려동물 입양인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배 팀장은 “예뻐서 데려갔다가 짖는다는 이유로 파양하는 경우도 있다. 최소한 2~3회 협회를 방문해 함께 산책을 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동물의 행동 관찰하고 나와 가족, 거주 형태를 고려해 입양을 고려한다면 유기 동물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의 예쁜 모습뿐만 아니라 죽음과 노화, 질병까지 함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락사를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을 붙이지 않기 위해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거멍이는 달랐다. 분리불안 증세를 보여 한 시라도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자해를 했던 탓에, 협회 직원들이 돌아가며 거멍이와 함께 출퇴근을 했다. 24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연히 마음이 기울었다. 거멍이가 떠나던 날 협회는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길에서 차에 치여 죽거나 개장수에게 팔려가는 것보단 (안락사가) 낫겠지. 이런 생각으로 버틸 수밖에 없어요.” 배 팀장이 말했다.  
 
17일 오후 이 협회에 사체 처리 업체의 트럭이 나타났다. 비닐에 쌓인 강아지들의 사체가 산을 이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배 팀장은 트럭이 떠난 자리를 한동안 지켜봤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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