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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조민호의 이렇게 살면 어때(12) ‘자유견’한테 들켜버린 내 마음

기자
조민호 사진 조민호
“콩국수 좋아합니꺼? 읍내에 진짜 그슥한 식당 있는데예.” 문맥으로 보아 맛있다는 얘기이기는 한데, 도대체 여기 ‘그슥’은 얼마나 살아야 익숙해질까? 전라도 ‘거시기’와 경상도 ‘그슥’. 참 거시기 하면서도 그슥하다.

어느날 집으로 들어온 주인없는 개 세마리
키우는 일 포기한 걸 알아채곤 스스로 나가

 
당개식당? 단개식당? 영농조합 김 사장님이 전화로 알려준 식당 이름은 헤맨 끝에 찾아가 보니 ‘단계식당’이었다. 한 방에 ‘단계’로 알아듣기는 애초에 힘든 이름이다. 음식 맛의 수준에도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 끝을 보여주는 식당? 지리산 아래 산청에서 자란 친구 놈에게 얘기했더니 그게 아니란다. 산청군에 가면 단계리라고 있다고, 아마 사장님이 그쪽 출신일 거라고 한다. 콩국수와 해장국으로 이름난 식당이다. 맛? 오~ 엄지 척!
 
대문을 열어두고 점심을 먹으러 간 게 잘못이었다. 해장국과 콩국수의 끝단 계를 맛보고 막 돌아온 주인 없는 집 마당에 웬 단개(短身의 개) 세 마리가 자기들이 주인인 양 어슬렁대고 있다. 어미와 아비, 그리고 아비를 더 닮은 새끼. 어미가 깨끗하게 핥아줬을 새끼를 제외하고 어미 아비 둘 다 털이 꼬질꼬질하고 목줄이 없으니 주인 없는 유기견 내지 자유견(?)인 듯했다.
 
 
포월침두 골짜기까지 누가 올까 싶어 자주 대문을 열어두고 외출한다. 가져갈 것 없는 집에 든 오갈 데 없는 강아지들. 그런데 오갈 데 없다고 느낀 건 내 착각이었다. [사진 조민호]

포월침두 골짜기까지 누가 올까 싶어 자주 대문을 열어두고 외출한다. 가져갈 것 없는 집에 든 오갈 데 없는 강아지들. 그런데 오갈 데 없다고 느낀 건 내 착각이었다. [사진 조민호]

 
 
내 외로움 달래주길 원했지만 
 
혼자 포월침두하는 마당에 강아지가 있었으면 했다. 사람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했지만 외로움은 몸이 먼저 알았다. 작은 소리에 놀라고, 잠은 늘 얕았다. 강아지가 내 외로움을 반려해줬으면 했다.
 
급히 카메라를 꺼내 수십장을 찍었지만 도망가지 않고 제법 자세를 취해주신다. 이놈들과 같이 살아볼까. 내 인생에도 몇 마리의 강아지가 있었기에 같이 사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생명을 보듬는 일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만큼이나 강아지도 가볍지 않다. 일 보러 서울 올라가 잠시라도 포월침두를 비우면? 병이 나면? 겨울에 칼바람이 찾아오면? 멧돼지가 내려오면? 괜한 충성심에 싸우다 다치면?
 
“아, 머리 복잡해. 이 놈들은 왜 갑자기 찾아와서 내 평화를 휘저어 놓는 거야! 겨우 찾은 심플라이프를 왜 다시 복잡하게 만드는 거야!!”
 
키우는 일을 포기하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대문밖을 나설 아이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끼고 아끼던 ‘오예스’를 꺼내 골고루 나눠주었다. 오~ 예스! 하며 다 받아먹고 대문을 나서던 어미가 미안해 하고 있는 나를 휙~ 돌아본다.
 
“별 걸 다 미안해 하네. 우리가 언제 너랑 같이 살재니? 웃겨.” 하는 표정이다. 잘 못 본 건가? 아냐, 분명 그 표정이었어. ㅠ
 
그러네. 내가 혼자 헛소리를 하고 있었던 거네. 떡 줄 개들은 생각도 없는데, 걔들이 듣기엔 내 소리가 다 개소리였네. 콩국수 말고 마리면(面)에 가서 보신탕이나 먹고 올 걸.
 
 
혼자 있어 외로울까봐 가끔 나와 놀아주는 엄지 손톱만한 청개구리. 마당에 나와 음악을 듣고 있으면 한 시간씩도 앞에 앉았다 간다. ‘뽕짝’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사진 조민호]

혼자 있어 외로울까봐 가끔 나와 놀아주는 엄지 손톱만한 청개구리. 마당에 나와 음악을 듣고 있으면 한 시간씩도 앞에 앉았다 간다. ‘뽕짝’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사진 조민호]

 
조민호 포월침두 주인 minozo@naver.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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