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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남자 농구 … 기가 막힌 여자 배구

17일 아시아컵 8강전에서 필리핀을 대파한 남자농구대표팀의 김선형(왼쪽)과 오세근. 김선형과 오세근은 각각 21점, 22점을 기록했다. [대한농구협회]

17일 아시아컵 8강전에서 필리핀을 대파한 남자농구대표팀의 김선형(왼쪽)과 오세근. 김선형과 오세근은 각각 21점, 22점을 기록했다. [대한농구협회]

한국 남자농구가 우뚝 선 날, 한국 여자배구가 무너졌다. 2000년대 이후 농구와 배구, 특히 남자농구와 여자배구의 국제경쟁력은 천지 차이였다. 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0년 넘게 올림픽에 못 나갔다. 반면, 여자배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 4위, 2016년 리우올림픽 5위 등 메달권에 근접했다. 그런 둘이 하루 차로 반전 드라마를 썼다.
 
허재(52) 감독이 이끄는 한국(세계 30위)이 1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필리핀(27위)을 118-86, 32점 차로 대파했다. 대회 최다득점인 118점은 NBA에서나 나올 법한 점수다. FIBA는 경기 도중 공식 블로그를 통해 “‘우리가 보고 있는 게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인가, 한국농구인가”라고 극찬했다.
 
한국은 이날 3점 슛 21개를 던져 16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 76.2%. 2점 슛 성공률(62.2%)보다 높았다. 이날 한국은 스테판 커리 등 주전 5명 전원이 외곽포를 퍼부으며 지난 시즌 NBA 챔피언이 된 골든스테이트 같았다. 경기 후 농구 관련 게시판에는 ‘KOR든스테이트(KOREA+골든스테이트)’,‘대표팀이 인생 경기했다’,‘화살이 과녁 중앙에 꽂히는 양궁농구’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필리핀 선수들은 2쿼터 들어 최준용(23·SK)의 어깨를 치는 등 거친 플레이를 펼쳤다. 허재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쟤네들이 원래 저런 애들이야. 싸울 필요 없어. 우리 플레이를 해”라고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이어 한국의 3점 슛 파티가 시작됐다. 최준용과 이정현(30·KGC인삼공사), 허웅(24·상무)이 3점 슛 3개씩을 꽂아넣었고, 김선형(29·SK)이 3점슛 2개 포함 21점을 올렸다.
별명이 '플래시'인 김선형(오른쪽)이 섬광처럼 빠르게 골밑을 돌파했다. 김선형은 21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사진 대한농구협회]

별명이 '플래시'인 김선형(오른쪽)이 섬광처럼 빠르게 골밑을 돌파했다. 김선형은 21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사진 대한농구협회]

 
필리핀은 테렌스 로메오의 개인기에 의존했고, 한국은 팀플레이로 맞섰다. 한국이 어시스트 34개를 기록한 반면, 필리핀은 14개였다. 농구가 국기(國技)인 필리핀의 2000여 원정 팬들은 참패를 지켜봤다. 필리핀 매체 ‘마닐라 불러틴’은 “예선에서 중국을 꺾은 필리핀의 꿈을 한국이 악몽으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선수 시절 '농구대통령'이라 불린 허재 감독은 화끈한 공격농구로 팀컬러를 바꿨다. 이란과 4강전은 오세근(2m)과 이승현(1m97cm)이골밑에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다. [사진 대한농구협회]

선수 시절 '농구대통령'이라 불린 허재 감독은 화끈한 공격농구로 팀컬러를 바꿨다. 이란과 4강전은 오세근(2m)과 이승현(1m97cm)이골밑에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다. [사진 대한농구협회]

 
4년 만에 4강에 오른 한국은 20일 이란(25위)과 결승행을 다툰다. 이란 골밑에는 NBA 출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32·2m18cm)가 버티고 있다. 한국은 2015년 8월 이란을 만나 리바운드 44개를 내주며 62-75로 졌다.
아시아선수권 결승 진출에 실패한 여자배구대표팀의 염혜선(위)과 김희진. [문틴루파 신화=연합뉴스]

아시아선수권 결승 진출에 실패한 여자배구대표팀의 염혜선(위)과 김희진. [문틴루파 신화=연합뉴스]

 
하루 앞선 1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7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한국(세계 10위)이 태국(14위)에 세트 스코어 0-3(20-25, 21-25, 21-25)으로 졌다.
 
결승행이 좌절된 한국은 17일 열린 3~4위전에서 2진이 출전한 중국(1위)을 세트스코어 3-0(25-11, 25-18, 25-20)으로 이겼다.
 
태국전은 한국 여자배구, 더 나아가 한국 배구의 현 주소를 보여줬다. 한국과 지난 6월 이벤트 경기(수퍼매치)에서 태국을 3-2로 이겼지만, 이번엔 완패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베트남전에서도 김연경(29·중국 상하이)이 투입되기 전까진 어렵게 풀어갔다.
 
빡빡한 일정으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한국의 주포 김연경.

빡빡한 일정으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한국의 주포 김연경.

 
주장 김연경 등 한국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한국은 지난달 그랑프리 때 14명 엔트리 중 12명만으로 4주에 걸쳐 한국→불가리아→폴란드→한국→체코로 이어진 대장정을 펼쳤다. 선수들은 지난 1일 귀국한지 6일 만에 아시아선수권이 열린 필리핀으로 향했다. 김연경·박정아(도로공사)·김희진(IBK기업은행)등이 이틀에 한 경기 꼴(한달 반 동안 19경기)로 할 때, 상대는 대회 경중에 따라 1·2진을 번갈아내며 선수를 아꼈다.
 
팀 분위기도 나빴다. 아시아선수권 직전 “6~7명의 선수만 계속 경기를 뛴다.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한다”는 김연경의 인터뷰가 파장을 몰고 왔다. 남자 대표팀 사정도 비슷하다. 주전선수들이 부상을 이유로 빠지는 바람에 세계선수권 본선 진출권을 따지 못했다. 대표팀 차출을 놓고 조율은 찾아볼 수도 없다.
 
문제 핵심은 대한민국배구협회의 행정력 부재다. 최근 2년 사이 협회장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강화위원장과 이사진도 수시로 교체됐다. 대표선수 선발과 운영이 허점투성이다. 여자대표팀에 가장 중요한 대회가 세계선수권 아시아지역예선(9월 20~24일·태국)인데, 열흘 전 일본에서 열리는 그랜드 챔피언스컵(9월 5~10일)에도 나간다. 협회는 일본측이 김연경 출전을 원한다는 이유로 선수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협회 강화위원장 등을 지낸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은 “협회 내 리더십 부족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며 “한국 대표팀 경쟁력은 아직 아시아 상위권이다. 남자도 이란을 빼곤 겨뤄볼 만 하고, 여자도 도쿄 올림픽행은 가능성은 있다. 다만 배구협회가 책임을 지고 주도적으로 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효경·박린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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