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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유기업만 너무 밀어주는거 아냐?”

국진민퇴(國進民退)

국유기업은 잘 나가고, 민영기업은 후퇴한다는 뜻이다. 좋은 뜻이 아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출범 후 중국 당국은 청산해야 할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최근 중국의 감사원 격인 국가심계서의 감사 결과 대형 국유기업 상당수가 매출과 이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회계 장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진민퇴’는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국유기업의 시작은 청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나라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관료가 운영하는 관독상판기업(管督商辦企業)을 만들었다. 시모노세키 조약 이후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면서 관독상판기업이 민영화됐다. 하지만 민영 기업이 뿌리내리긴 쉽진 않았다. 1911년 중국의 모든 철도가 완전히 국유화되면서 ‘민영화’ 추세는 확 꺾이고 말았다.  
시진핑 정부, 국유기업 개혁의 세 번째 깃발을 들어올렸다.

시진핑 정부, 국유기업 개혁의 세 번째 깃발을 들어올렸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08년 말 전 세계는 금융위기에 휩싸였다.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약 7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마련해 ‘10대 산업 진흥 계획’에 쏟아부었다. 그 돈은 철강·자동차·선박·석유화학·방직 등 국가 기간산업을 장악했던 국유기업 손에 쥐어졌다. 당시 43조 위안이던 국유기업 자산은 2~3년 만에 100조 위안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몸집이 커졌지만, 민영기업은 대출자금 만져보기 어려웠다.  
 
이토록 국유기업에 돈을 들였지만, 중국 경기가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자 오히려 밑이 빠진 느낌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 따르면 2008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지나지 않았던 철강·석탄·화학·기계 등 제조업 부문 기업 부채는 지난해 180%에 육박한다. 여기에 민영기업 부채까지 더하니 그 액수가 무려 15조7000억 달러(약 1경8000조원)에 달한다.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 직원들이 홍콩에서 동남쪽으로 320㎞ 떨어진 리완 6-1-1 유정(해저 1500m)에서 석유 시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 직원들이 홍콩에서 동남쪽으로 320㎞ 떨어진 리완 6-1-1 유정(해저 1500m)에서 석유 시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 당국도 겁이 났는지 이들이 가진 1조 위안 규모의 부채를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출자전환(出資轉換)이란 채권자인 금융기관에 채무자인 기업에 빌려준 자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줄이는 방법이다. 이 역시 대상에서 국유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예전과 같은 고성장 시대를 벗어나 부실 국유기업이 대규모 도산하게 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냐는 걱정이 한가득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일각에선 또 다른 ‘국진민퇴’가 시작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국유기업 부채 문제 해결방안으로 ‘출자전환’을 들고 나왔다. 출자전환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부실 국유은행 정리 때도 시행된 바 있다.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국유기업 부채 문제 해결방안으로 ‘출자전환’을 들고 나왔다. 출자전환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부실 국유은행 정리 때도 시행된 바 있다.

이런 비난 때문인지 중국 당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개혁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단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기업을 한데 모으고 자르기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일엔 중국 3대 국유 자동차 회사인 디이(第一)자동차와 창안(長安)자동차가 최고경영자(CEO)를 맞바꿨다. 합병하기 직전 절차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둥펑(東風)자동차를 끼워 넣는 형국이다. 통합하면 연간 1000만 대 자동차를 찍어내는 초대형 자동차 기업이 탄생한다.  
중국 국유자동차 기업 현황

중국 국유자동차 기업 현황

중국 최대 국유 석탄회사인 선화그룹과 중국 6대 전력회사 중 한 곳인 궈뎬전력도 최근 국무원에 합병안을 제출했다. 두 회사가 합치면 발전 용량 2억2600㎾, 자산 규모 1조8000억 위안(약 300조3000억원)의 초대형 에너지기업이 된다.  
 
지배 구조를 개혁하고, 경영효율을 높이랬더니 어째 몸집을 더 키우는 꼴이다. 시진핑 정부도 개혁의 기치를 더 높게 세웠지만, 낙하산 인사로 맞바꾸기는 여전해 보인다. 물론 민영기업을 더 잘 나가야 한다는 ‘민진국퇴(民進國退)’가 옳다는 게 아니다. 중국 내에서 국진민퇴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는 건 국유, 민간기업 차별 없는 동등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시대적 요구인지도 모른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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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