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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하나 놓고도 농식품부는 농장, 식약처는 유통 … 손발 따로 노는 정부

“사놓은 계란은 먹어도 됩니까?”(기자)
 
“그에 대해서는 식약처에서 곧 대책을 발표할 겁니다.”(허태웅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여기는 식약처 분이 안 계세요?”(기자)
 
“식약처는 별도로 보도자료 작성을 한다고 했습니다. 식약처에 확인하시면 정확한 답변이 있을 겁니다.”(허 실장)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식품부 브리핑의 한 장면이다.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나온 주무 부처 관계자가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다른 부처에 물어보라고 답한 것이다. 정부 부처끼리 얼마나 손발이 안 맞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농림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돼 중복 발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니 국무총리가 범정부적으로 종합 관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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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살충제 계란 파동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있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지된 살충제를 쓴다는) 양계인의 양심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손문기 당시 식약처장은 “농식품부와 계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식약처 자체로, 농식품부 자체로 접근하지 말고 제대로 된 협업을 좀 하라”고 말했다.
 
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부처는 제각각 움직였다. 계란의 안전관리 주체는 다르다. 생산 단계는 농식품부가, 유통 단계는 식약처가 담당한다. 농식품부는 농장에 있는 계란을, 식약처는 판매 중인 계란을 검사하는 식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벌하는 주체는 식약처다.
 
이런 독특한 구조가 만들어진 건 박근혜 정부 초기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처로 격상해 농식품부의 농식품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흡수했다. 다만 생산 단계는 농식품부에 위탁하도록 했다.
 
이렇다 보니 옆 부처가 뭘 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에선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은 약 60건의 조사(식약처)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류 청장이 기자간담회를 하는 그 시간에 농식품부는 산란계 농장 980곳에 대한 조사를 하는 중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조사가 시작됐다”며 “조사에 대한 식약처의 자료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조사를 하고 있는데 식약처장은 조사 내용을 묻지도 않고 국민에게 “안심하라”고 말한 셈이다.
 
농식품부는 농축산업의 진흥이, 식약처는 규제를 통한 안전이 목표다. 이러다 보니 충돌이 잦다. 식품 시장을 놓고 벌이는 주도권 싸움이 대표적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 대응도 중구난방이다. 동물 단계에선 농식품부가, 사람으로 감염될 위험이 있으면 질병관리본부가 나선다. 해결 방식엔 차이가 있다. 농가 피해를 고려하는 농식품부는 ‘AI 백신 접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만 식약처나 질본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백신 접종은 후진적인 정책’이라며 반대한다. 여러 부처가 갑론을박하는 사이 한국은 AI 청정국 지위를 잃고, 사실상 상시 발생국이 됐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둘을 합치라는 주장이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두 부처의 기능을 분리하고 있다”며 “총리실 내에 식품안전 총괄 기능을 강화해 해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 간 벽을 허물려면 조직개편 같은 하드웨어적 접근으론 한계가 있다”며 “인사·예산·평가 등에 반영하는 제도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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