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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나 했던 버나디나 “요즘 공이 수박만하게 보여요”

한국야구에 적응하면서 KIA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는 버나디나. [연합뉴스]

한국야구에 적응하면서 KIA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는 버나디나. [연합뉴스]

 
더 샤크(the shark·상어).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33·네덜란드)의 메이저리그(MLB) 시절 별명이다. 버나디나는 2010년 MLB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중견수로 활약했다. 놀라운 스피드로 어려운 타구를 결국 잡아내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버나디나는 KIA에 입단했다. KIA는 2014년부터 3년간 활약한 브렛 필(33·미국) 대신 그를 선택했다. 버나디나가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MLB에서 7시즌 동안 활약한 경력을 믿은 것이다. 김기태 KIA 감독은 그를 1번 타자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MLB의 상어는 KBO리그의 '미운 오리 새끼'였다. 외야 수비는 좋았지만 타격이 시원치 않았다. 지난 5월 12일 기준으로 타율이 0.234에 그쳤다. 퇴출 되고도 남을 성적이었다. 버나디나가 살아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LG와의 광주 3연전(5월 16~18일)을 치르는 동안 그는 타율 0.417(12타수 5안타), 1홈런·4타점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광주에는 필이 있었다. 지난 겨울 KIA가 재계약을 포기하자 필은 MLB 무대에 재도전했다. 그러나 빅리그 복귀에 실패하자 필은 은퇴를 선택했다. 마침 KIA로부터 외국인 스카우트를 담당하라는 제안을 받고 광주에 온 것이다. 팬들은 "갑자기 나타난 필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까봐 버나디나가 정신차린 것"이라며 좋아했다.
 
KIA 마스코트 호걸이와 함께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는 버나디나. [중앙포토]

KIA 마스코트 호걸이와 함께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는 버나디나. [중앙포토]

 
 버나디나는 필이 떠난 이후에도 맹타를 휘둘렀다. 멘도사 라인(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 최하위권)을 맴돌던 시즌 타율은 0.324까지 치솟았다. KIA가 올 시즌 줄곧 1위를 질주한 데는 버나디나의 역할이 매우 크다. 지난 10일 수원에서 만난 버나디나는 “필에게 한국 생활에 대한 여러 조언을 들은 건 맞지만 (그가 등장해) 내가 달라진 건 아니다”고 밝혔다. 
 
사이클링 히트 기록 시상식에 나란히 선 버나디나와 김기태 KIA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사이클링 히트 기록 시상식에 나란히 선 버나디나와 김기태 KIA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미운오리새끼’는 사실 ‘백조’였다. 이 사실을 증명해 낸 건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서로 믿었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버나디나가 언젠가는 제 기량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잘 쳐도 못쳐도 꾸준히 1번타자로 그를 기용했다. 버나디나가 미국에서 활약했을 때의 영상을 모바일 메신저로 보내주면서 ‘너는 이렇게 훌륭한 선수’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버나디나는 “감독·코치님 뿐만 아니라 모두가 나를 도와줬다”며 “사실 미국에 있을 때도 나는 ‘슬로 스타터’에 가까웠다. 새로운 리그에서 전혀 다른 투수들을 상대하고,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버나디나는 정말 성실한 선수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데는 본인의 노력이 크다”고 칭찬했다.
 
 
버나디나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어두컴컴한 경기장에 남아 쇼다 고조 타격코치와 함께 배팅 연습에 몰두했다. 아직도 그는 가장 늦게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배트를 휘두르는 선수다. 생소한 한국 투수들에 대한 분석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보통 타자들은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한 손을 놓는다. 하지만 버나디나는 타격을 할 때 배트를 양 손으로 잡고 끝까지 돌린다. 그는 “한 손을 놓고 타격을 하게 되면 방망이가 너무 빨리 돌아간다. 최적의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고 했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버나디나의 방망이는 더 매섭게 돌아간다. 8월 타율이 0.429(42타수18안타)나 된다. 지난 3일 광주 kt전에선 사이클링 히트(1, 2, 3루타, 홈런을 한 경기에 기록)를 기록했다. KIA 외국인 타자로는 최초다. 그리고 이튿날(4일) 대전 한화전에선 20홈런(21개)-20도루(21개) 기록도 세웠다. 2004년 이종범(은퇴) 이후 13년 만에 KIA에서 나온 기록이다. 버나디나는 “한국 여름 날씨는 습하지만 내겐 잘 맞는다. 요즘에는 투수가 던진 공이 수박만하게 보인다”며 “시즌이 끝날 때도 이렇게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버나디나는 홈런을 친 뒤 오른손으로 헬멧을 잡고 그라운드를 도는 독특한 세리머니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처음 구단으로부터 받은 헬멧이 헐거웠다. 벗겨지지 않게 헬멧을 붙잡고 뛴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KIA 팬들은 그가 홈런을 치면 오른손을 머리 위에 올린다. 김기태 감독도, 선수들도 버나디나를 따라한다. 그는 “팬들이 (세리머니를) 따라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쁘다.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구단에서 처음 지급받은 큰 헬멧을 쓰고 있다.
 
■ 버나디나는 …
● 이름 : 로저 버나디나(Roger Bernadina·네덜란드)
● 출생 : 1984년 6월 12일(네덜란드령 퀴라소)
● 데뷔 : 2008년 6월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 경력 : 워싱턴(2008~13)-필라델피아(2013)-
신시내티(2014)-LA 다저스(2014)
● 기록 : 메이저리그 7시즌, 타율 0.236, 28홈런·
121타점·59도루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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