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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할수록 상처 … 20대 ‘자절남’ 마음의 병 40% 급증

위기의 ‘취준남’ <상>
“여자 동기들은 대부분 취업했다. 후배들도 하나둘 취업한다. 토익·자격증 등을 준비하느라 아르바이트도 못하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있다. 언젠가부터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진 나는…대한민국 ‘취준남(취업 준비하는 남자)’이다.”

“여자 동기·후배들 먼저 취업하는데
부모님께 손 벌리는 나 찌질해보여”
“남자가 생계 책임” 풍토도 부담
20대 후반 남성, 상대적 압박감 커

 
청년 취업난에 20대 후반 취준남들의 신음 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2000년대 이후 최고인 9.8%를 기록하면서 여성보다 사회 진출 시기가 늦은 남성들의 압박감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취업 스트레스는 20대 남녀 모두의 문제지만 20대 후반 남성들은 녹록지 않은 현실을 호소한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6)씨는 “여자인 친구들은 거의 모두 직장에 다닌다. 마음 터놓을 수 있는 건 비슷한 처지의 남자들뿐이다. 요즘엔 누가 더 불행한지 한탄하기 바쁘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윤모(27)씨는 “수험 생활 3년간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떨어지면 또 손을 벌려야 한다. 염치없는 아들이 된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이모(26)씨는 “또래 여자 친구들은 아직 학생인 나를 애 취급하고, 함께 대학에 다니는 여자 후배들은 나를 ‘화석’이라 부른다.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내 처지가 ‘찌질이’ 같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취준생 7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취준생의 88.4%는 “자존감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나 자신’을 꼽은 이들이 59.3%로 가장 많았다.
 
이런 현상이 최근 20대 남성들의 ‘마음의 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0년 1만5773명이었던 20대 남성 우울증 환자 수는 2015년 2만2186명으로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3만127명에서 2만9545명으로 약 1.7% 감소한 20대 여성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최정원 국립정신건강센터 소아청소년정신과 과장은 “인생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답을 찾는, 소위 ‘철이 드는’ 시기가 남성에게 더 늦게 찾아온다. 레이스가 늦은 20대 후반 남성이 더 곤혹스러워하는 이유다”고 분석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연된 사춘기’를 겪는 20대 후반 남성들은 자아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훈련 없이 취업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중심주의가 잔존한 한국에는 ‘남성은 이래야 한다’는 기준이 높은데, 그런 편견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 고통을 겪는다. 남성 중심 사회의 두 얼굴이다”고 지적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남성이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성역할 인식과 사회적 기대가 있다. 정작 준비가 안 된 취준남들은 압박감으로 인해 고통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자괴감 자체가 남성 중심적 관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취업 적령기를 넘긴 ‘취준녀’들은 남성들보다 더 삭막한 ‘취업 절벽’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고용률은 여성이 60.7%로 20대 남성(57.6%)보다 3.1%포인트 높지만 30대는 남성이 90.6%인 반면 여성은 59.5%에 머물렀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남성 정규직 종사자 비율은 61.5%였고 여성은 38.5%였다.
 
“교육과정 바꿔 취준생 여유 찾게 해줘야”
 
송인한 교수는 “우리 교육과정이 스스로 고민하면서 자기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갖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정원 과장은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소신껏 살 수 있을 때 취준남이 느끼는 외로움이나 괴로움이 사라질 수 있다. 단순 수치에 의존하는 채용 현실을 탈피해야 20대 남성들이 창조적으로 공부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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