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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착취 그만두라"…'을(乙)' 외주 제작사, 첫 집단 목소리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구 독립제작사협회) 홈페이지 이미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구 독립제작사협회) 홈페이지 이미지

방송 시장에서 을(乙) 중 을인 외주 제작사들이 처음으로 "방송사의 불공정 착취 관행을 그만두라"며 이름까지 내걸고 집단으로 목소리를 냈다.
 

209개 외주제작사, 이름 내걸고 성명서
"제작비 현실화하고 저작권 인정하라"

방송 불공정 관행 청산을 위한 특별비상대책위원회(이하 특별대책위)는 15일 오후 늦게 성명서를 통해 "방송 적폐를 청산하고, 한국 외주 제작산업제도를 대혁신 하라"고 촉구했다. 특별대책위는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산하 위원회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제작하고 있는 외주 제작사 209개사가 참여해 지난 4일 출범했다. 기존 협회 차원에서 성명서를 낸 적은 있지만, 이처럼 협회에 가입되지 않은 제작사들까지 회사명까지 공개하며 참여한 건 처음이다.
 
이들은 "지금 국내 방송 외주제작사들은 앞날이 가늠되지 않는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방송 적폐 청산과 이주 산업 제도 혁신에 누구보다 앞장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별대책위는 외주제작산업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숨진 박환성, 김광일 PD를 언급했다. 특별대책위는 "두 PD의 죽음이 독립PD와 외주제작사 전체에 헤아릴 수 없이 큰 충격을 준 것은, 그들의 죽음이 결코 우연일 수 없으며 남은 사람들에게도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두 PD는 EBS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를 촬영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박PD는 남아공으로 떠나기 직전까지도 EBS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던 중이었다. 
박환성, 김광일 PD의 사고현장 근처에서 동료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 한국독립PD협회]

박환성, 김광일 PD의 사고현장 근처에서 동료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 한국독립PD협회]

 
그러면서 "박환성 PD는 촬영을 떠나기 전 정부지원금에 대한 EBS의 간접비 환수 조치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던 중이었다"며 "이는 근본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불공정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사 측이 제작비 100%를 지불하지도 않으면서 저작권을 방송사로 귀속하는 행위 자체가 '관행'이란 이름의 오래된 부당행위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는 비단 EBS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모든 방송사가 교양, 다큐멘터리, 오락물에 이르기까지 저작권은 물론 2차적 저작물 작성권과 촬영 원본 활용 권리를 소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막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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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외주 제도가 처음 도입된 건 외주 제작 의무 편성 비율을 정했던 1991년이다. 당시 방송시장의 콘텐트 경쟁을 촉진해 질적 향상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재 순수 외주제작물의 편성 비율(괄호는 의무편성비율)을 보면 KBS1 33%(19%), KBS2 56.2%(35%), MBC 42.1%(30%), SBS 40.9%(30%)다.
지상파, 외주프로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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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책위는 "한국 방송산업게에서 외주 제작사는 콘텐트 총량의 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주체세력인데도 산업 동반자로 정당한 처우를 한 적이 없다"며 "제작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 방송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외주 산업을 바로 잡기 위해 ^제작비 현실화 ^독립제작자들의 저작권 인정 ^정부 제작지원 작품에 대한 불합리한 요구 근절 ^기타 불공정 관행 근절을 요구했다.
 
한편 독립PD들도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방불특위)'를 발족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방불특위는 16일 오후 5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외주제작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공동 행동 선언 및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정부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오는 11월까지 실태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하 방송 불공정 관행 청산을 위한 특별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 전문
 
<성명서>
 
방송사의 불공정 착취 관행이  
방송미디어 산업을 죽이고 있다!  
방송 적폐를 청산하고, 한국 외주제작산업제도를 대혁신하라!
 
지금 국내의 방송 외주제작사들은 앞날이 가늠되지 않는 벼랑 끝에 서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제작사들이 폐업의 길을 택하고 있다. 제작사들에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에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는 제작사들의 여망을 모아 지난 8월 4일 ‘방송 불공정관행 청산을 위한 특별비상대책위원회(약칭 특별대책위)’를 출범시켰다. 특별대책위는 협회를 떠나 회원사 비회원사를 망라하여 고사 직전 제작사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사명에 충실하고자 하며, 방송 적폐 청산과 외주산업 제도 혁신에 누구보다 앞장서고자 한다. 
 
지난 7월 1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에서 방영될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던 박환성, 김광일 두 피디가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 박환성 피디는 독립피디이자 (주)블루라이노픽쳐스 대표로서 우리 협회의 회원사이기도 했다. 두 피디의 죽음이 독립피디와 외주제작사 전체에 헤아릴 수 없이 큰 충격을 준 것은, 그들의 죽음이 결코 우연일 수 없으며, 그러한 죽음이 남은 사람들에게도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기 때문이다.  
 
박환성 피디는 촬영을 떠나기 전에 정부지원금에 대한 EBS의 간접비 환수 조치에 대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던 중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지원금 처리에 대한 불공정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이것은 저작권에 대한 불공정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독립피디나 외주제작사가 기획하고 제작한 작품에 대해 제작비를 100% 지불하지도 않으면서 그 저작권을 방송사로 귀속하는 행위는 실로 오래된 부당행위이자 실로 오래된 ‘관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족한 제작비를 아끼려다 비명에 횡사한 두 피디의 죽음은 전적으로 방송사에 책임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EBS에 대한 독립피디협회의 입장과 요구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하는 바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또다른 박환성과 김광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외주제작산업계의 현실이다.  
저작권의 실상은 EBS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핵심으로 삼는 콘텐츠산업에서 지금의 모든 방송사는 교양, 다큐멘터리, 오락물에 이르기까지 저작권은 물론 2차적 저작물 작성권과 촬영 원본 활용 권리를 소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막아왔다. 설령 묵혀서 내버릴지언정 권리를 돌려주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조차 지급할 수 없는 낮은 제작비를 책정하고 모든 권리를 빼앗아왔다는 말이다.
 
제작비 현실은 실로 엄혹하기 짝이 없다. 지난 30여년 동안 외주제작사들은 열정으로 가득 찬 젊은 청년들의 일터이면서 한류 산업의 또 다른 축이라는 자부심으로 헌신해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로 참담하다. 물가 대비 제작비가 매년 깎이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십수 년째 이어지면서, 꿈을 잃은 피디들은 제작 현장을 떠나고 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열정 페이에 청년들의 수혈도 끊긴 지 오래다. 방송사는 꿈의 직장인 반면, 같은 일을 하는 외주제작 현장은 그 꿈을 진흙탕 속에 파묻고 체념과 포기로 돌아서게 만드는 3D 현장이 돼버렸다.  
 
한국 방송산업계에서 외주제작사는 생산되는 콘텐츠 총량의 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주체세력이다. 양적 비중 뿐만 아니라 질적 수준에서도 방송사내 제작 수준을 넘어서는 성과를 만들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사는 편성이라는 권력을 내세워, 이러한 외주제작사에 대해 산업 동반자로서의 정당한 처우를 한 적이 없다. 외주제작이 보편화되면서 방송사는 오히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외주제작 시스템을 심각하게 왜곡시켰다. 불공정 관행은 더욱 교묘해졌고, 은밀해졌으며, 방송사측은 이를 철저히 은폐시켜왔다. 방송을 통해서는 대기업에 상생 협력을 요구하고 약자들 편에서 사회 부조리를 논해왔지만, 정작 외주제작사들의 생존권 보장에는 외면과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여왔다. 불공정 관행을 문제 삼는 제작사들을 교활한 방식으로 제작에서 배제했고, 개별 피디에게 인격 모욕과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 일쑤였다. 그 결과 제작사의 책상 위에는 제작진들의 피와 눈물에 젖은 불공정 사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방송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 방송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는가?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불공정 관행과 외주제작의 착취구조가 지상파 방송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종편 4사(TV조선,채널A, MBN, JTBC)와 CJ E&M 채널에서는 더 심각하게, 더 후안무치하게 자행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박환성, 김광일 피디와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 EBS 한 개 사의 문제로 국한할 수 없다. EBS는 어쩌다 돌출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지금은 EBS를 포함한 방송사 전체의 적폐를 근본에서 청산하고, 외주제작산업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정립해야 할 엄중한 때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관행’이라는 악령이 제작 현장에서 버젓이 활개치도록 내버려둔 정부 관계기관과, 상생 입법에 무관심한 국회에도 그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방송 생태계에 올바른 질서와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기관과 국회가 먼저 근본적인 제도 개혁에 나서주기 바란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1) 제작비 현실화
-현재 제작비는 최저임금조차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최저 연출료를 인상하고, 기획비를 보장하며, 작가, 조연출 등의 보조인건비와 특수촬영에 대한 합리적인 단가를 인정하고 반영하라.
-현재 횡행되고 있는 ‘외주제작비 후려치기’를 근절하고 방송사 내외에 공히 적용되는 합리적인 제작비 기준을 마련하라
-매년 물가 인상에 따른 제작비 기준을 조정하기 위한, 방송사, 외주제작사간의 협상 테이블을 제도화하라.
 
 
2) 저작권 인정
-원칙적으로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의해 기획하고 제작을 전담한 창작자, 혹은 창작자인 제작사에 귀속된다. 이를 보장하라.  
-방송사가 기획, 제작하지도 않고, 제작비의 100%를 투자하지도 않은 작품의 저작권을 무조건 방송사에 양도하게 하는 관행을 중지하라.
-방송사가 기획, 제작하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방영권 구매를 하고, 방영권 구매 단가의 적정기준을 세우라.
 
3) 정부 제작지원 작품에 대한 불합리한 요구 근절
-정부 제작지원금을 협찬으로 간주하는 행위를 금지하라.
-정부 제작지원 작품의 방영을 조건으로 송출료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라.
-정부 제작지원 작품을 ‘무상구매’라는 말장난으로 탈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라.
 
4) 기타 불공정 관행 근절
-제작사 복수 선정으로 출혈경쟁 조장하는 관행을 멈추어라.
-격주, 3주 등 교차 제작 강요를 금지하라.
-국내외에서 불법적인 촬영을 유도한 후 모든 법적 책임은 제작사에 ‘덤터기’ 씌우는 착취행위를 중지하라.
-방송사 외주 담당자의 비인격적 언행에 대해 엄중 징계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
 
이러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방송 불공정관행 청산을 위한 특별대책위는 외주제작 현업에서 일하는 전 제작사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정한 외주제작 시스템 수립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  
 
2017년 8월 15일
방송 불공정관행 청산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
 
<방송 불공정관행 청산을 요구하는 제작사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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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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